731
박성호 지음 / 프로젝트A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동아시아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겠다는 침략 이데올로기로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다. 1941년 미국 진주만 기습을 시작으로 일본천왕의 항복선언에 이르는 결과는 끝나지 않았다. '연합국'의 대표들이 패전국의 전범재판을 했지만, 일부에 그쳤고... 상당수의 전범들과 후손들은 온전한 사과없이 전후 산업화사회의 사회기득층으로 기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제품들을 만들어낸 기업문화에 스며든 잔재들을  각자가 소명해내지않으면, 매번 독도는 우리땅 식의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731'은 시대공감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다. 적어도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갈 후손들에게 남기는 역사의 안타까운 모습들을 지켜보며, 우리 스스로 각성하라는 절실함이 남아있다. 

  엄청난 학살로 이어진 세계대전의 참상은 인류에게 벌어져서는 안될 무자비한 '생화학실험'이 이어졌다는 데 있다. 전쟁은 곧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동시에,  무너진 생존환경을 재건해야 해서 경제적인 부활로도 이어진다.  양날의 칼 의 이면이란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지나면 그 당시의 참담한 현실은 현재화로 묻혀지고 만다.  요즘같이 정보통신 지식화 산업사회에선 개인의 정보 접근성이 유리해진 동시에 반대로 정보의 홍수에 직면해 외면당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끔찍한 731부대의 실험은 전후 많은 의학부문의 발전을 예상하게 했다. 개인적인 자유를 떠나 사회적 질서유지를 해야 할 인간의 삶이란게 불특정 다수의 혜택으로 이어지면, 소수의 희생에 한계지어지는 매정함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냉철한 시대인식과 함께 이 시대 저물어가는 따뜻한 공감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진실은 묻혀져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역사를 기록하는데엔 두가지 입장이 있다. 과거시점으로 거슬러 그 상황에서의 객관적인 서술을 하는 입장과 시대가 한참 흘러 후손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주관적인 입장이다. 안타깝게도 뿌리를 알아가는데 있어 그동안의 입장은 후자에 가깝다. 아무리 핍박과 억압으로 일관한 통치자의 시대에도, 업적만이 칭송되고 그 속에서 굶주리고 헐벗는 백성,시민,국민의 소리는 사라져있다.

  731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건 90년대 전반의 이야기다. 우연히 친구가 들고온 낡은 책자에 암담한 모습을 담은 모습이 드러났다. 학교마다의 교복일색의 일률적인 획일화 문화속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는 있어 왔던 것이다. 오히려 전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스마트 정보통신 환경에서 외면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란 것이 아니다. 국민의 구성체로서 국가가 존재하는것이기에 적어도 인식의 토대가 되는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필요한 것이다.  

 "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영.중.소 4국에 대하여 그 공동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하였다. "  -p11-
" 오 기자, 무슨 일 있어요?"
" 기자가 이렇게 소문에 둔해서야!편집국이 폐쇄되었어." -p19-

" 명....... 아니, 저 검사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글쎄요. 확실치 않지만 윗선에서 눈여겨 보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 -p35-

"까악!"
"제길, 총을 가지고 오는 건데. "

"역사는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결국 지금의 의료 발전에는 우리의 공로가....(중략) "
"수만 명을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중략)"
"덕분에 이후에 태어난 수백만을 살릴 수 있지 않았나." -p188-

   소설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분명 전후 731에 관한 이야기인데...오늘날의 비일비재한 사회현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선성장 후분배'의 기조속에 많은 개인의 기본권은 힘앞에 굴욕하는 일이 많았다. 국가가 마땅히 지켜줘야 할 제 나라의 국민의 권리이건만 여전한 숫자놀음에 희생당하고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  신분을 속인체로 고도성장시대의 주역으로 우뚝선 일본에 대한 씁쓸한 감정한편으로 우리는 가장 많은 재화를 일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엔저로 인한 반대급부를 취하기도 한다. 
  사실상의 국제정세는 누구를 탓할것 없이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다른 나라의 전쟁에 '국제평화'를 이유로 나서는 것또한 그 나라가 갖춘 지정학적 실리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힘의 진실을 지켜보며 따져묻을수록 함부로 하지 못한다. 암묵적인 힘의 균형과 견제가 작용되는 것이다.  책은 주마등같이 막힘없는 속도로 읽어내려갔는데, 앉아서 책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세태가 아쉬워서 좀더 찾아보기로 하고, 서평을 마무리한다. by 해피누리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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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 사람도 일도 내 뜻대로 끌어가는 힘
이태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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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기본적인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생각할 줄 알고, 언어를 매개체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사회를 이뤄간다는 것이다. 이런  호모사피엔스 (Homo Sapiens)적 이성적 현생인류를 칭하는 시각을 떠나 기본적으로 각자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속에서 발전하는것이 사람의 존재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인간관계가 중요한 까닭이다. 흔히 '열 길 물속은 알아차려도, 한 길 사람속은 알기 힘들다.' 할 정도로 사람을 알아간다는건 평생을 헤아려도 끝없는 수수께끼이다. 또한 명확한 정답도 없다. 하지만 사람의 인지정도는 제각각이라, 먼저 경험을 터득한 사람의 처세를 살펴보고 헤아리려는 노력이 있다면, 조금은 더 현명하게 살 수 있다. 

 

   과연 '지면서 이길 수 있을까? ' 명제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곧 수긍이 간다. 명확히 말하면 지는것이 이기는 것이다. 부제로 "사람도 일도 내  뜻대로 끌어가는 힘"을 붙인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 』 책은 만화 <포커페이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천재 포커 이태혁 저자의 통찰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주된 내용은 평소 일상에서 마주한 지인들과의 고민상담을 곁들여 심리학적인 해설과 조언을 더해주고 있다. 사소함에서부터 정곡을 찌르는 완급의 처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사람의 생각은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구'의 울타리속에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이 한정된 범위가 극히 제한적인 지역일수록 경쟁은 조밀하게 이뤄지고, 중복적인 '가외성'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민족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오롯이 생존하기 위해 사는 안타까운 환경을 책의 지혜를 통해 극복해보는것은 현명한 처세일 수 밖에 없다.

 

 많은 처세술에 관한 저서들은 성공학을 바탕으로 하기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를 서두에 거론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또한 고정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할 때 한 페이지를 넘겨보니,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CEO에 관한 이야기로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고 있었다. 공감, 배려, 나눔의 핵심 태도를 말하려는 것이다. 그렇다. 지면서 이긴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겸손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듣고, 독식하지 않으려 하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치열하게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버렸을때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책의 내용은 전달하고 있다. 진정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욕심을 버리는 순간 이길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람마다의 고집스런 면이 있다. 어느 누구라도 어리석은 행동과 판단근거임에도 굽히지 않는 자세를 '아집'에 사로잡혔다 하는데, 현실적으로 우린 나와 다른 다른 사람의 생각따위를 인정하지 않고 '고집'이라 한다. 정작 바꿔 생각하면 상대방에겐 자신도 고집스럽기 마찬가지다. 그런 까닭에 서로 굽히지 못하고,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불필요한 감정낭비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단절적인 인간관계에 매번 홀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신뢰가 선행되는 인간관계가 우선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각박한 경쟁환경에서 허탈하게 고전하고 있다면, 이 책이 한폭의 울창한 마음의 카타르시스가 되어 정화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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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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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THE HEAT OF BERTRAYAL (배신의 열기)

 남녀의 객체로 이어지는 사람의 운명은 알궂게도 '사랑'에 얽힐때가 많다. 이성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받아들이다가도 정(Feeling :情)에 사로잡혀 타협하고, 매 순간 후회하다가도 애증의 관계로 이어진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처럼 냉철하게 바라보지 않는한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가 동물세계의 약육강식처럼 통용되곤 한다. 처절하게 실연을 당한 순간에도 "언젠간 돌아오겠지?"하는 안주하는 맘이 미련을 이끌어낸다. 악순환으로 점철될 수록 집착과 의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트레이얼 』는 인간내면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한 풍부한 견문의 스펙트럼이 2015년 신작소설 에서도 '모로코'를 모티브로 전개되고 있다. 오리엔탈의 이국적인 정서와 현대문명이 교차하는 모로코에서 겪게 되는 한 여인의 생존위협의 순간... 그때마다 순수한 조력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으로 성공한 반전이 기약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태생한 작가의 성장환경엔 유독 유럽의 정서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 문학에서 인정을 받은 그의 이력은 『비트레이얼 』의 주배경 자체를 미국본토에서 모로코로 옮겨놓으며,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

 

 

 
 

 

 
 

 

 

 

 
신랄하지 않으면서 가장 신랄한 비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동경의 실현을 위해 우린 여행을 떠난다. 낯선 여행지에 맞이하는 문화적 차이는 인식의 오류를 깨닫게 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하는 감회가 전달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한다. 지역 언론사를 거쳐 공인회계사로 입지를 굳힌 로빈은 바다건너 해외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로빈'을 통해 전지적 시점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심리묘사와 치밀한 전개가 차곡차곡 미지의 세계에서의 성찰을 통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면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속성의 '사랑'의 맹점을 부각시키기에 '로빈' 만한 적격자는 없었다. 꼭 그녀를 통해서 바라봐야 했다.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를 나타내기에도 공인회계사 직업만한 것은 없었다.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그녀의 경제적 능력 상황에서, 무려 18살이나 많고 무절제한 소비력까지 가진 예술가의 조건이 걸림돌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심연에 꿈틀거리기는 본능의 갈등을 해소시켜줄 자유분방한 영혼은 그녀가 바라는 이상형에 가깝다. 더욱이 성 (Sex)에 개방적인 경향의 그녀에게 탁월한 잠자리 테크닉의 이 남자야 말로 놓치고 싶지 않은 절대자에 가깝다. 이런 취향은 유독 그녀에게서만 발견되는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환멸을 느끼게까지 하는 나쁜 상대와의 정사를 결국 에피소드쯤으로 여기며, 또다른 상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주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은 결국 공허함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내가 아닌 남을 통해서 그 순간을 모면하는데 치중하게 된다.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p6-

 " 지금 우리의 생이 여기서 끝난다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할 거야?" -p15-

 " 내 본능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해." - p18-

 




 

 

 

 

 

   대서양을 횡단하는 장거리 여행은 불편함 자체였다. 193cm의 남자가 다리를 뻗기에 좁은 좌석 빼곡하게 채워진 자리, 기내 곳곳의 퀴퀴한 냄새들은 쾌적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함은 앞으로 눈앞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암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람들이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과 셰퍼드 두 마리를 피하며 통로를 간신히 지나는 동안 20대 남자들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자리에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p46-

 " 이 스위트룸은 700디르함 아래로 내어드린 적이 없습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세요." -p60-

 

 

 

 

 

 

 살아가다보면, 희노애락의 삶의 곡선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진 불안의 신호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남녀간의 경우 의심할 필요없는 평온한 상황에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던 신호들이 결국 하나로 집결되며,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일수록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공허한 경우가 많다. 자기본연 보다는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역할에 치중하다보니, 일반인에게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헛점이 생겨나곤 한다.

  

 


 

 

 " 운동하다가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났나 봐.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아야겠어."

 " 아주 가벼운 탈장이지만 자칫 상태가 약화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섹스를 하면 안 된대."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이하 생략) -p105-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슬픔과 분노 사이에 갇혀 있었다. -p106-

당신이 우리 사이를 끝장냈어. 당신을 증오해. 당신은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니까 차라리 죽어.

로빈.
- p114-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배출요소의 차단이 과연 분노에 휩싸일 부분일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그녀가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들었고, 고민의 여지없이 결혼상대로 택했던 그녀이지만, 맹목적인 자기확신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였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중용의 진리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불모지를 뜻하는 '사하라사막'이 가지는 오묘한 신비로움과 황량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표출하고 있다.

 


 

 

 방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누가보더라도 범죄현장으로 단정할 수 있을 듯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옷, 죄다 열려 있는 가운데 내용물이 몽땅 쏟아져 나와 있는 서랍 -p117-

 몰스킨 노트 포켓에 낯선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사진이었다. -p143-

 그동안 에시우이라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삶의 거친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해 낙담하고 풀죽은 모습으로 벽돌담이나 짐을 가득 싣고 있는... (이하 생략)  -p157-

"그럼, 당신은 폴과 어떤 사이인데요?" - p182- 
 나 역시 '북아프리카에서는 아무도 벗어서는 안 된다. '라는 서양인들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p193-

 

 

 
 

 

 

 

 결론은 정해져 있지 않다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함이 있기에

​  전체적인 소설 전개는 긴박감 넘치고 생생한 묘사로 이어진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분명한건 독자는 충분한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전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전에 감정이입할 준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빈'관점의 여주인공만 모를 뿐이다. 많은 사랑·연애 관련 게시판에 아무리 제3자가 염려하는 반응을 보내도, 게시자는 오히려 그 반응을 '냉정하게만 여긴체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처럼...  

  가학적인 전개로 일관하는 막장드라마에 욕하면서도 매료되는 원리는 '권선징악'의 애처로움에서 시작된다. 더이상 주인공이 상처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맘에서 발전해 감정이입하면서 본인 내면에 가둬둔 감정까지 분출해낸다. 아닌걸 알면 돌아서야 하는데, "나없이는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기기만과 환상은 사랑과 접목되면서 미련을 낳는다. 위험의 순간을 더 위험천만하게도 뛰어들어 궁지에 처하는 연약한 여주인공들을 많이 본다.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잔다르크 같은 기질을 발휘 위험의 순간을 고조시킨다.
 

 반전은 소설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로빈'의 성찰 스토리에 있다. 고가의 미술재료를 탐미하고, 와인을 즐기는데 익숙한 내 남자를 방관하면서도 대신 빚을 갚아주던 그녀의 위안은 솔직히 본능적인 성의 애착밖에 없다. 어쩌면 아이가 간절했던것도 일종의 자기애착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대로 순순히 따를 생물학적으로 나보다 약한 존재를 통해, 그동안의 상처감에 대한 자기보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출산의 기대감을 산산히 깨어버린 남편은 증오의 존재인 동시에, 어떻게 해서라도 내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존재인 것이다. 사실 남편 폴은 절대적인 무능력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능력범위내에서 소비지향적일 뿐이다. '저축의 미학'이 절대시되던 동양의 가치에선 낭비로 비춰지겠지만, '저축의 역설'을 제기한 서구문화권에선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계산대를 두들기던 '로빈'이 가난한 제3세계의 헐벗은 사람들에게 덤을 통해 나누는 변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나누면 행복해지는 '공유경제'를 일깨워주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그 나라의 화폐가치로 환산해 착취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생명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순간에 순수한 조력자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된 모습을 보면서 왜 미국문화의 사조를 비판하면서도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최선을 꾀하기 힘들다면, 실리를 찾아 노련한 셈법으로 차선의 해결을 하는 선진국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던 삶은 극한의 상황속에서의 냉철한 성찰을 통해 전화위복으로 승화되고 있다. 극히 저평가하던 것들이 가치를 인정받으며,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물을 창출하는 순간까지 그려내고 있다. 단 미스테리한건 과연 홀연히 사라진 '폴'이 과연 뜨겁고 메마른 '사하라사막'에서 생과 이별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중 가장 오랜 시간 읽어본 책이다. 특히 정독의 습관상 오랜만에 밤새워 읽어봤다. 앞으로 전개될 결과값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넘겨갈수록 세밀한 묘사가 더해져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느낌이다. '사랑'으로 번민스럽기만 하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적어도 '지혜'로서 바라보는 독서의 관점에서 적어도 이 책에 담긴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며칠간은 홀연히 책을 벗삼아, 힐링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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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영수증 -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진 스물다섯살 여자아이 이야기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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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곡차곡 모은 '영수증'을 통해 일상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습관의 여자이야기가 12년만에 재출간되었다. 흘러간 시계나침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기록의 매개체를 통해 떠올릴 수는  있다. 아득한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재현되기도 한다. 처음 『정신과 영수증』에 관한 정보가 백짓장의 상태였을 때,  막연히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자의 정신테라피 에세이를 떠올렸다. 

 "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겪어본 임상 기록일까? "  " 2001년에 스물다섯 이라면, 나와 비슷한 연대를 살아온 사람의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있지 않을까? " 묘한 공감대로 시작해 신청한 정신과 영수증  책이다.    

 

 


 

 

 

 

 

 

   옐로우 감성의 뚜껑달린 대용량 PET병에 적힌 첫표지로 시작한 책은 기존의 텍스트 지향적인 책과 처음부터 철저하게 결별하고 있다. 웃지못할 해프닝은 책을 넘겨봤을때도 이어졌다. 우연히 중간부분의 종이를 펼쳤나보다. " 어? 영수증이 잘못 딸려왔네. "

 

 


 

 

 

 

 

 

 

  " 정신" 의 필명을 사용하는 광고카피라이터의 영수증에 우연한 습관적 발상이 책으로 엮어졌다. 친구집 - 친척동생집 - 파리의 친구집으로 이어지는 젊은날의 자화상같은 이야기가 영수증마다 매듭지어졌다. 12년전의 그 이야기가 해시태그 #정신과영수증 으로 인스타그램 생활권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독자와 저자가 만들어가는 정서적 교감이 재출간을 해야만 할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람된 것이 있다면,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이 충족되면 숫자에 불과한 나이는 필수사항은 아니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의 사람들은 사소한 영수증까지도 일일히 모아둔다. 아마 집안곳곳을 뒤져보면, 한국이동통신 시절의 전화요금 영수증이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 " 그땐 그랬었지 " 머릿속의 지우개속에 잔뜩 희미해진 기억의 실체가 생생해지는 순간이다. 과거의 발자취를 떠올릴 수 있으니, 다소 불편했던 그때를 위안삼아 오늘의 현재를 노력할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할 희망찬 미래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영수증을 꺼내어 시간과 가격, 장소 위에 자신의 기록을 더해 갑니다.

그것을 살 때의 기쁨과 슬픔 그날의 날씨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

들려오던 음악에 관하여  - 책속의 서문에서 -

 

  인생의 매 순간이 희노애락의 변곡점이자, 반복과정이다. 그런점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건, 시간의 터널속에 공고하게 다져진 자신의 뿌리를 산책하는 행복여정이다.

 

 

 

 


 

 

 

 

 

 
 친구 김율원의 집에 며칠 밤 만 재워달라고 커피우유를 사가지고 간다.

가서 펑펑 운다. - P18 - 

​  책의 이야기는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저자의 비애에서 시작한다.  고가의 명품들에 일일히 가격표를 내세우며 "비싼 값어치 " 로 치부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단돈 900원의 커피우유 2개를 구매한 기록을 남긴 습관은 소박하기까지 하다. 저자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호사 였을 것이다. 화폐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고, 달래줄 수도 없는 과거의 순간 최상의 위안이었을테니...

 


 

 

 

 

 

 

 핸드폰이 요금미납으로 정지된 동안에는 쓰레기통 바닥에 붙어버린 사탕

그 사탕에 붙어버린 머리카락처럼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 P29-
  나는 저쪽 흡연석의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의 길이가 짦아지는 것과
음식보다 먼저 나온 물잔 속의 물의 높이가 낮아지는 것을 보며...

- P45-

 

  친구집 신세를 져야 했던 전반부엔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감성의 시간의 유동과 함께 늘 변화무쌍하게 생동하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의 생육을 기다리며 한창을 꾸물거리고있는 애벌레의 모습을 간직한 체...

 

 

 


 

 

 

 

 

 

 

  이지아는 내가 여섯살이고 나의 남동생 정경일이 두 살일 때

4월에 태어난 우리 이모의 딸 - P49-

 이 책의 매력은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표현기법에서 발휘된다. 사촌동생을 이렇게 표현하는 저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더불어 창문을 열면 푸근한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처럼,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

 

 

 


 

 

 

 

 

 

 

"  문정동 너네 아버지 건물을 팔아서 스크류바를 사다줘 "  -P72-

 어디로 튈 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책을 넘겨갈 때마다 정신적 안식처를 찾아가는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 세상걱정 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향유하고 싶은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계속하여 그 사람 생각이 난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미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 어떻게 마음을 얘기하지? -P134-

 

  고백을 놓고 무척 설레하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순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솔직함 그대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그 시절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풍요속의 빈곤에 직면해 있는 무한경쟁의 사회의 이면엔 정신적 갈증의 속내가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의 경험담을 갈구하는 시대이다.  『정신과 영수증』 이 책엔 경쟁의 해답은 당연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극한 처세술도 담겨있지 않다.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언제든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든든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즐겁다.

   머릿속의 과부하를 일으킬 정도의 빼곡함은 전혀 없다. 단출한  영수증 사진과 단문의 글들이 배치되었다. 중요한건 내가 그 책의 구성까지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함에서 시작한 구성인데도 늘 그녀는 여유롭다.  책을 찾는 대체적인 이유는 마음의 불빛을 향하기 때문이다.  절박해진 생존환경속에 은신하기 힘들었던 자아의 숨틈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신과영수증 을 꺼내들었을 지도... 

  12년전의 20대가 느낀 감성이 현재에 와서 판이하게 달라질 수는 없다. 현란한 디지털의 벽에 숨어 있을 뿐이다. 어느덧 정말 불혹이 눈앞에 다가온 후반부의 나이대에 친구와 가끔 걷곤 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이야기이다.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간다는것이 실감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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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설 - 철학변태의 삶, 사랑, 예술에 관한 자율적 에세이
김태환 지음 / 미래지향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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