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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박성호 지음 / 프로젝트A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동아시아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겠다는 침략 이데올로기로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다. 1941년 미국
진주만 기습을 시작으로 일본천왕의 항복선언에 이르는 결과는 끝나지 않았다. '연합국'의 대표들이 패전국의 전범재판을 했지만, 일부에 그쳤고...
상당수의 전범들과 후손들은 온전한 사과없이 전후 산업화사회의 사회기득층으로 기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제품들을 만들어낸 기업문화에 스며든 잔재들을 각자가
소명해내지않으면, 매번 독도는 우리땅 식의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731'은 시대공감적인 메세지가 담겨있다. 적어도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갈 후손들에게 남기는 역사의 안타까운 모습들을 지켜보며, 우리 스스로 각성하라는 절실함이
남아있다.
엄청난 학살로 이어진 세계대전의 참상은 인류에게 벌어져서는 안될
무자비한 '생화학실험'이 이어졌다는 데 있다. 전쟁은 곧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동시에, 무너진 생존환경을 재건해야 해서
경제적인 부활로도 이어진다. 양날의 칼 의 이면이란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지나면 그 당시의 참담한 현실은 현재화로 묻혀지고 만다. 요즘같이
정보통신 지식화 산업사회에선 개인의 정보 접근성이 유리해진 동시에 반대로 정보의 홍수에 직면해 외면당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끔찍한 731부대의
실험은 전후 많은 의학부문의 발전을 예상하게 했다. 개인적인 자유를 떠나 사회적 질서유지를 해야 할 인간의 삶이란게 불특정 다수의 혜택으로
이어지면, 소수의 희생에 한계지어지는 매정함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냉철한
시대인식과 함께 이 시대 저물어가는 따뜻한 공감을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적어도 진실은 묻혀져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역사를
기록하는데엔 두가지 입장이 있다. 과거시점으로 거슬러 그 상황에서의 객관적인 서술을 하는 입장과 시대가 한참 흘러 후손의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주관적인 입장이다. 안타깝게도 뿌리를 알아가는데 있어 그동안의 입장은 후자에 가깝다. 아무리 핍박과 억압으로 일관한 통치자의 시대에도, 업적만이
칭송되고 그 속에서 굶주리고 헐벗는 백성,시민,국민의 소리는 사라져있다.
731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건 90년대 전반의 이야기다. 우연히 친구가 들고온 낡은 책자에 암담한 모습을 담은 모습이 드러났다. 학교마다의
교복일색의 일률적인 획일화 문화속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는 있어 왔던 것이다. 오히려 전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스마트 정보통신 환경에서
외면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란 것이 아니다. 국민의 구성체로서 국가가 존재하는것이기에
적어도 인식의 토대가 되는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필요한 것이다.
"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영.중.소 4국에 대하여 그 공동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하였다. " -p11-
" 오
기자, 무슨 일 있어요?"
" 기자가 이렇게 소문에 둔해서야!편집국이 폐쇄되었어."
-p19-
" 명....... 아니, 저 검사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글쎄요. 확실치 않지만 윗선에서 눈여겨 보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
-p35-
"까악!"
"제길, 총을 가지고 오는 건데.
"
"역사는 아버지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결국 지금의 의료
발전에는 우리의 공로가....(중략) "
"수만 명을 잔인하게
희생시키면서....(중략)"
"덕분에 이후에 태어난 수백만을 살릴 수 있지 않았나." -p188-
소설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분명 전후 731에 관한 이야기인데...오늘날의
비일비재한 사회현상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선성장 후분배'의 기조속에 많은 개인의 기본권은 힘앞에 굴욕하는 일이 많았다. 국가가 마땅히 지켜줘야
할 제 나라의 국민의 권리이건만 여전한 숫자놀음에 희생당하고 외면당하는 일이 많다. 신분을 속인체로 고도성장시대의 주역으로 우뚝선 일본에
대한 씁쓸한 감정한편으로 우리는 가장 많은 재화를 일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엔저로 인한 반대급부를 취하기도
한다.
사실상의 국제정세는 누구를 탓할것 없이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다른 나라의 전쟁에 '국제평화'를 이유로
나서는 것또한 그 나라가 갖춘 지정학적 실리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힘의 진실을 지켜보며 따져묻을수록 함부로 하지
못한다. 암묵적인 힘의 균형과 견제가 작용되는 것이다. 책은 주마등같이 막힘없는 속도로 읽어내려갔는데, 앉아서 책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세태가
아쉬워서 좀더 찾아보기로 하고, 서평을 마무리한다. by 해피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