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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평점 :
돈을 많이 가질수록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것이 아닐까? 우리가 흔하게 갖는 생각이다. 과연 화폐재화의 물질적 가치는 많이 소유할수록 행복을 보증해주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무관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도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되게 된다. 한정된 자원속에서 남들과의 경쟁에서 획득하는 자체를 생존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적당한 욕심은 선의의 발전을 촉발시켜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충분한 의식주 생활이 가미된 이후엔 저마다의 개성발현의 욕구가 더해지며, 시기와 질투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배가 고픈 상태에선 먹을 수 있는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 효용가치가 극대화된다. 하지만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이미 섭취한 상태에선 내가 먹지 못하는 가치에 대한 방어에 골몰하게 된다. 즉 소유가치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일컫을때 빠질 수 없는 두 대륙 유럽과 미국의 경제시스템이다.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같은 대륙에서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스 국가채무 문제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러하다. 만성적인 적자를 겪던 그리스가 유럽 단일통화권에 편입한다. 신용불량상태의 서민을 대상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주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제도로 미국경제가 흔들렸다. 두가지의 공통점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될 부조리와 조직적인 은폐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력과 금융계의 검은 실체를 파헤치는 소설 『조직된 한패』는 현대 관료제사회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밝히고 있다.
97년의 IMF는 " 평생직장" 의 관념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안정적이던 가정에서부터 붕괴되며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전세계적인 고성장속에 우리의 경제관념은 무절제로 이어졌다. 돈에 대한 수요도 많으니 투자처를 물색하던 잉여자본은 투기세력화 되어간 것이다. 결국엔 기업전반의 부실채무관계가 유동성을 흔들어놓게 되었다. 세계 기축통화는 달러화가 절대적이었지만, 국채등으로 빌린 달러를 갚을 외환이 부족했던 것이다. 금모으기운동으로 대표될 정도로 우리는 저력을 발휘하며 IMF 관리체제에서 빠른 기간내에 벗어났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극복되니 오히려 숨통트인 기업간의 인수합병이 화두로 등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만다. 여러모로 소설의 내용은 우리가 잊고 있던 뼈아픈 교훈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바로 양극화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IMF이후 빠른 극복은 서민이 기반된 '내 탓이오. ' 고통분담 덕분이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민간경제의 화폐들이 쓰러져가는 기업을 살려냈다. 사회적 소생과정이다. 하지만 고육지책의 영향으로 외형적인 경제성장은 가져왔지만, 속은 곪아터지기 직전이다. 모두가 합심한 경제적 과정이 외면된 체, 그저 특정기업의 몫으로 혹은 CEO개인의 성취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플로르 바쉐르의 소설에서도 이런 면면을 밝히고 있다. 분노하며 시위를 통해 경제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사람들과 상반되게 그들은 월스트리트의 거대한 빌딩속에서 경제적 이윤만을 생각할 뿐이다. 정부관료를 상대로 유리한 경제협상을 하던 세바스티앙이 회사의 음모에 의해 살해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쌍둥이 아이들을 포기하면서까지 회사를 섬겼던 그가 위협요소로 작용되니, 제거에 들어간 것이다. 정치경제문화에 해박한 친구들은 진실을 밝혀간다. 그들이 자본주의에 적응해가며 잊었던 가치를 향해서 말이다. 권력에 예속되어 온전한 자기자유까지도 힘없이 박탈당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많은 가정을 파탄에 이르기 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 사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초정부적으로 정부재정을 능가할 정도로 거대화된 투자증권회사는 자신들의 막대한 경제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소중한 생명까지도 함부로 빼앗는다. 현대인의 상당수는 피라미드모형의 조직생활을 통해 사회에 순응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급자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장악당한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어쩔 수 없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무리 하급자라해도,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자들이 집단화된다면 힘의 견제는 이뤄지게 된다. 어쩌면 당연하게 포기한 댓가는 혹독한 것이다. 사회 구성원간에는 서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을 통해 모두가 힘들다 하는 이 시대의 현명한 처세를 발견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