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하며 경쟁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서의 욕심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탐욕으로 번진  상태에선 파멸로 이끌 뿐이다.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대가 <카린 지에벨> 작가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빅 마운틴 스캔들』 에 담겨있다.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 할 정도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건 사람의 맘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에 있다.  
 인간(人間) 이란 어원자체가 사람사이에서 생각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사회를 이뤄가는 객체지향적인 면을 일깨우고 있다. 추리소설은 심리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장 카타르시스의 감정을 끌어내는데 묘미가 있다. 현장에 있듯 책을 넘겨갈 때마다 다음 스토리가 긴밀하게 전개되고, 뻔한 결론대신 예상을 벗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선적 이야기 전개의 맛이 소설의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 한류 신열풍을 이끌 정도로 드라마 컨텐츠가 그 어느때보다 선풍적인것도 통속적인 전개를 벗어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개연성높은 줄거리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전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은 작가들의 역동성이 작품에도 반영되고 있다. 『빅마운틴 스캔들』은 무려 600페이지에 육박하다. 이같은 궤적의 책을 쓸 수 있는것도 카린 지에벨 의 탁월한 소양과 사회경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왜 그녀를 여성 스릴러 작가로 예찬(禮讚) 하는가? 


 세계적 권위의 코냑추리소설대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녀의 작품엔 『빅마운틴 스캔들』만 있는것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은 2011년 발표한 작품을 도서출판 밝은세상에서 번역해 독점출간한 것이다. 2005년 <테르미누스 엘리시우스>로 데뷔했다. 데뷔작역시 마르세유 추리소설대상 수상 작품이다. 2006년,2007년,2012년에도 다른 작품으로 수상을 했다. 그녀의 화려한 이력만 봐도, 『빅 마운틴 스캔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소이다. 

 펜을 쥘 수 있는 나이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법률 및 라이선스를 전공한 법학도의 작품이 돋보이는건 치밀하게 사건을 분석해가는 혜안에 따뜻한 사회의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현대사회가 당면한 본질적인 모습을 빠르게 전개하면서도 로맨스의 요소를 등장시켜 화해포용을 이끌어내고 있다.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처참하게 피투성이가 된 친구의 싸늘한 시신을 마주하는 참흑의 상황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 지 복선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41살의 산악가이드 뱅상은  자유를 갈구한다. 호감느낀 여성과의 잠자리를  그 어떤 구속도 없이 즐길 뿐이다. 키크고 다부진 체격의 호색남 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남녀간의 정사는 그저 하룻밤의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그치고 않고, 상처감 가득한 자신을 모면하는 '각성제' 역할을 할 뿐이다. 한국적인 정서에는 전혀 부도덕한 인물일 뿐이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유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당당함엔 일체의 죄책감은 없다. 그저 독립적인 성인 남녀가 서로 맘에 맞아 본능적으로 즐기는 쾌락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군인경찰의 세르반이 등장한다. 이 남자가 못느끼는 책임감을 규율하며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도록 이끌어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캔들(scandal)이 의미하는 사회충격적인 부도덕함을 파헤쳐가며, 사회의 치부를 밝혀내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감정을 이끌어내려 하는 것이다. 사실상 과잉 일반화의 집단화 사고의 오류가 큰 대한민국의 최근 풍조라면, 기존의 불쾌하고 왜곡된 감정이 결합되면서 이 책의 맥락을 놓치기 쉽다.

 과연 우리는 맹목적으로 돌을 던져낼 수 있을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절대적으로 '아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는것이 사람이다. 저마다의 욕구,본능이 충돌하면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얻는다면, 누군가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그러려니 하고 애써 넘겨야 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절대적으로 순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않다. 사회질서유지차원에서 법규율이 존재하지만, 완벽하게 사회의 모든 통칙을 준수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 될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性 을 갈구한다. 또한 이 평화로운 공간에도 '국립공원지정'이라는 명제가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결합되면서 가장 기본적인 생명을 훼손하기도 한다. 

 작가는 산봉우리높이가 3,143M에 이르는 메르캉투르 국립공원 이라는 배경을 소재로 선택하면서 자연이 주는 경애로움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즉 대자연앞에서 영악하고 사악하게도 자기기만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되돌아보면,  '천부인권'의 생성되기전엔 얼마나 많은 살생이 버젓이 자행되었던가? 시대를 거듭해 인식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각자가 가진 권리에 대한 당당한 요구가 이어지며 유독 이 시대가 혼탁한것으로 과잉화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 빅마운틴 스캔들』 은 소설이지만,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며 현대사회의 솔직한 모습 그대로를 통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회생활이란건 자기본성을 숨긴체로 사회적 지위 역할에 맡게 행동하도록 통제하는 측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우리는 나 본연의 솔직한 생각보다는 남의 인식,평판을 의식해 당당하게 내 생각을 밝히고 행동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게 된다.  비합리성의 의식화된 훈련을 받는 셈이다. 소설이 의도하는 주제의식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만 들여다 볼 바 에는 넓은 시야로 요모조모를 살펴보며, 종합적인 사회의식을 가지는데 있다.

 

 


 



 





 

 " 단지 어젯밤에만 내가 필요했던 거야?"

" 좋을 대로 생각해. 난 원래 그런 놈이까." -p10-

 

잠자코 듣기만 하던 바티스트도 대화에 가세했다.

"피에르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은 망소니 반장이 아니야. 저 친구는 지금 숨겨둔 애인 때문에 골치가 아픈 거야." -p21-

 

 

 


 

 

 

 

 

 

 

인간 근본적인 숙제 : 고독의 본질에 대해서 


  남편을 처참하게 떠나보낸 아내는 탁자위의 남편의 휴대폰 음성사서함 메세지를 확인한다.  판도라상자가 열린 것이다. 남편을 잃은 슬픔도 잠시,  원망스런 감정이 복받친 친구의 아내는 눈물을 쏟아낸다. 심란한 맘을 달래주려 애쓰던 그에게 갑자기 친구의 아내는 위험한 상황을 연출한다. 죽은 남편의 친구와 정사를 나누는 것이다.


 

 나디아가 갑자기 키스를 하는 바람에 뱅상은 덜컥 겁이 났다.

"나디아, 이러면 안 돼요. "

나디아가 다시 키스하고 나서 그의 몸 위로 .... (이하 생략) -p201-

 

 


    사람은 욕구의 존재이다. 단 상황에 맞게 이성적으로 자제하며 동물과의 차별성을 두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슬픈 애도의 순간에도 우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평상시처럼 식욕을 발휘할 순 없다. 기본적으로 욕구는 상황에 따라 촉매작용을 하기도 하고, 상쇄되기도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따져봐도 성욕은 가장 낮은 생리적 욕구에 분포하지만, 포괄적으로 하위 4단계에 해당된다. 욕구단계설을 떠나 기본적으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통해 자기존재감을 확인한다.  욕구의 측면은 그렇게 봐야 할 것이다. 고독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관계로부터의 단절 고립을 의미할 뿐이다. 즉 남편의 외도로 인한 애정결핍을 누군가에게 귀착하려는 경향을 드러낸 것이다. 

  침울한 상황에서도 알콩달콩한 대화들을 이어가며 로맨스로 순화시키는것또한 작가의 의도된 의식이 아닐까? 한다. 지극히 부분적으로 바라보며 단정짓는 사고유형보다는 냉철하게 바라보는 자세를 책을 통해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를 죽였나?


  스릴러 소설의 묘미는 사건의 실마리가 해결되는 순간에도 전혀 예상치못한 반전을 꾀하는 것이다. 보통 '막장'이라고 일컫는 드라마들의 내용들엔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다.  실제로 간접경험의 영역에도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가학적인 구성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 빅 마운틴 스캔들 』 은 그렇지 않다. 허술한 초동대처로 번번히 범죄자를 놓치고, 그 범죄자가 또다른 악행을 일삼는 통속내용은 전혀 배제해도 좋다.  단서를 쫓아 진실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에필로그 부분을 읽고나서야 진실의 가닥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키가 큰 남자 하나가 보닛 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었고... (이하생략) - p211-

 

" 내가 국립공원관리사무실의 사냥 문제 담당이거든요. 내가 허가해 주지 않는 이상... (이하생략) -p228-

" 포르탈에게 땅을 판 사람은 누구였는데요?" -p232-

"포르탈은 헐값에 땅을 사 금값에 되판 셈이죠. " -p233-

조제프 신부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p438-

 

"미안하지만 난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어. 넌 고작 몇 분 후면 끝나겠지만 말이야. "  -p533-

 

 

 

 

 

 

 


 

 

 

 

 인생의 명제를 밝혀주는 이야기들

 

 사실상의 결말은 우리가 예상하는것과 달리 허무하게 끝난다. 친구의 실족사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는데, 본질은 궁극적인 남녀간의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연애 - 결혼에 있어서, 연애는 중간과정이고, 결혼은 결과물이다.  결혼으로 귀결되지 않는한 아무리 좋아도 헤어진다는 중간결과는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도 헤어지고 나면 떠난 연인을 떠올리며 소중한 일상까지도 낭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그러고 있다. 사랑을 이어가는 동안 너무나 상대방에게 의존한 나머지, 최소한의 자존감이 바닥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황자체가 더 악조건인 것이다. 무려 20살이 넘게 차이나는 남자에게 순정을 느낀 여자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다. 냉철해져야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대법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어떤 연애관련서적보다도 가슴으로 와닿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어쩌면 다양한 사회경험을 거친 71년생 언니가 동생들에게 전해주는 통찰적인 조언이라 할 수도 있다. 경험의 실체가 얇을수록 노련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현혹되기 쉽다. 이미 욕구본능단계를 지나고나선 이미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러서야 후회감과 허무함을 동시에 가질 뿐이다. 

이 책이 주는 현실성있는 교훈들과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사람을 대한다면, 지금보다 보다 상처극복이나 자기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by 해피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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