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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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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처음 이 책이 온다고 했을 때부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제목만 들었을 적에는 여행서적 이려나 싶은 기대심이 컸는데 책을 받아들고 보니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인지라 소제목을 보고서 급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래. 처음에는 책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더랬다. 세상엔 책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모든 책을 읽을 수 있겠냐면서. 누구. 푸시킨? 그래 이름은 들어봤다. 뭐.. 무슨 시더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어쩌고 저쩌고 하는 시를 들어본 적이 있더랬다. 그렇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던 인물이 아닌데 어쩌면 좋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집중은 힘들었다. 생소한 러시아 사람들의 이름도 힘들었고 낯선 지명이나 푸시킨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도스토엡스키(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에 끌린다는!) 를 읽게 되면서 마치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 여행과 정보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프로그램처럼,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도스토엡스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그래서일까. 마치 책의 글자들이 내레이션이 되어 귀속으로 들리는 듯했고 나는 참지 못하고 낭독을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 이렇듯 치프킨의 소설 속에서는 레닌 그라드를 향하고 있는 20세기의 '나'와 러시아를 떠나 쫓기듯 유럽을 떠도는 19세기의 '그'(도스토엡스키) 그리고 같은 시기 그가 형상화 했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별도의 설명도 없이 마구 교차된다. 그 흐름을 좇아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려는 과정에서 독자는 세기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전개에 속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19세기의 러시아와 20세기의 소비에이트 사회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p65)

 

이 글을 읽고 나는 서둘러 메모를 했다.

 

" 이 부분을 읽으니 세계사 공부를 등한시 했던게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조세희 작가가 쓴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은 1970년대의 한국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터져나왔던 계층간의 갈등과 사회 부조리를 그린 작품인데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크게 와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러시아의 시대적인 배경들과 소비에이트,

공산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스토엡스키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겠구나 싶은 절망감이 든다. 아. 세계사...!!"

 

 

묘한 질투 아닌 질투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역사와 인물을 줄줄 꿰뚫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그녀의 박식함과 자유분방함에 부러움을 넘어 질투가 슬며시 생기곤 했다. 문학사면 문학사, 미술사면 미술사 그리고 음악까지 예술사를 넘나드는 그녀의 이야기엔 톨스토이, 쇼팽, 괴테, 고흐. 토만스 만등을 넘나들었으니 내 머리속이 얼마나 바삐 좇았을지.. 우리 가족들은 다 알리라!!

 

그래도 그저 작품으로만 알고 있던 작가들의 깊은 생애를 들을 수 있던 부분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서둘러 그들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 아침 7시면 일어나 서재와 작업실을 스스로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 했고, 말을 돌보고 썰매를 손질하기도 했으며, 신발은 직접 만들어 신었다. 예순일곱 살에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함께 말타기와 썰매타기를 즐겼으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서 최소한의 검소한 의복만을 지녔다. 간소한 삶의 실천을 목적으로 스스로에게 술, 담배, 육식을 금했다. 안락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좀먹도록 방치하지 않는, '항상 깨어있는 불안한 양심은 러시아 지성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p89)- 톨스토이

 

" 망명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러시아 방문이 성사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86세. 비록 고향인 비텝스크의 귀환은 아니었지만, 모스크바의 환영인파부터 그가 감개무량하게 받아든 꽃이 러시아 들판에 흔하게 피는 봄 꽃 바실료녹이었다는 사실은 이 극적인 순간에 서정적인 색채를 더 한다"(p172)- 샤갈.

 

그러니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당도 했을때 한결같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내 잘못이요. 책 잘못이 절대 아니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개인의 취향이 아니면 절대 집어 삼키지 못하는 것처럼. 이렇게 맛있는 책을 덥석 집어삼키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주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 나는 한국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있음에도 번역서를 읽는 듯 착각이 드는 부분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자연스럽지 않은 글은 마치 엉켜서 풀지 못한 실타래를 보듬고 있는 듯 그 구절에 막혀 몇번씩 말을 곱씹어 보기도 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다소 불편한 시각도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지식적인 부분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느낌이랄까. 혹시 2쇄가 나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다듬어진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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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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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16: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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