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지식인들에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회자 되는 책이 있다면 <논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쉬이 읽을 수 없어 낭패감을 맛보기도 한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학이(學而)편이나, 위정(爲政)편 외에도 간간히 들어봄직한 글들이 있지만, 정확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온전히 내용을 다 이해하긴 어렵다.

 

이번에 유유 출판사에서 동양고전강의 3번째 <논어를 읽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공자와 그의 말을 공부하는 법' 이란 부재를 달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논어>에 대한 이론 해설서가 아니라 <논어>의 가치와 사상을 통해 '공자'라는 인물을 탐구할 수 있는 안내서라는 점이며 오랜시간 강의를 통한 노련미가 엿보이는 양자오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논어>는 학문의 즐거움을 노래한다는 인식에서  지극히 '인본주의' 사상에 기반을둔 학자의 관점이 새롭게 생겨났고 그런 관점에서 살펴본 사상들을 왜 이 시대에 읽어야만 하는지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더불어  패권논리가 대세인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 책을 쉬이 읽을 수 없다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 (담론)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예로  '인재시교(因材施敎- 인물에 맞게 가르치는 교육방식)사상을 꼽아본다.

 

 

" 다음은 『선진』편의 일곱째 장입니다.

 

계강자가 물었다. "제자들 중에 누가 배움을 좋아합니까?"

공자께서 답하셨다. "안회라는 자가 배움을 좋아했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고 지금은 없습니다"

 

『선진』편의 셋째 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덕행은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고 언어는 재아, 자공이며 정사政事는 염유,계로

문학은 자유, 자하이다.

 

『선진』편 스물두째 장입니다.

 

자로가 물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형父兄이 있는데 어찌 듣고 바로 행하겠느냐?" 염유가 물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들으면 바로 행하라." 공서화가 물었다.

"유가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스승님은 '부형이 있다'고 하셨고

구가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스승님은 '들으면 바로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워 감히 여쭙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구는 물러나는 성격이라 격려한 것이고, 유는 두 사람 역할을 하므로 물러나게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지극히 주입식 교육에만 머물고 있으며 모두가 똑같은 역량을 발휘해주길 기대할뿐이다. 각자의 특성에 맞춘 눈높이식 교육이나, 진로 상담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지라 염증을 느낀 학부모들은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자의 교육 방식을 살펴보면 지극히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였다. 모두가 공자에게 똑같은 가르침을 받고 배움의 열의를 보이지만, 순수한 학문의 열정은 제자 '안회'에게서 찾아내고 덕행, 언어, 정사, 문학의 범주를 나눠 특성에 맞는 제자들을 가려 뽑기도 했다. 또한 제자의 성격에 맞는 조언과 당부도 잊지 않는 스승덕분에 제자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통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자는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마라'고. 이익에 의한, 이익을 위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인'이 중심이 되는 세상. 내것이 아닌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문화, 정치, 교육이

뿌리내린다면 이 각박하고 건조한 세상이 한층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양자오 저자의 바램처럼, <논어>가 단순한 암기식 책이 아니라 공자가 품고 있는 사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때 한층 지혜와 통찰력이 커질 수 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을 꼽아달라던 기자의 물음에 <논어>를 꼽았다던 신영복 선생님의 마음 역시 이해하게 되었다.( 담론에서는 세 권의 책을 꼽았는데 <논어><자본론><노자>였다는.. 이 책들 역시 놓치지 않으리!!)

 

 

"논어는 이미 갖춰진 간단한 답을 결코 내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사유하고 이끌어 내게 하지요. 이점도 <논어>를 읽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 어쩌면 도전적인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p115 <논어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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