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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3 - 스텝에 부는 바람 ㅣ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집어들고 한 장씩 넘기며 나는 이토록 베르나르 올리비에게 고뇌하며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카르기스탄까지 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이 따랐지만, 사람을 만나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걷는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중국에 들어선 그의 모습은 이제껏 보았던 그의 모습과는 다른 철저히 고립된 고독한 존재일 뿐이였다.
"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 없어서, 나는 내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자주 묻지만, 대답하기가 꽤
곤란한 질문에 대답해 보려고 애썼다. 즉 이사막과 파미르에 기쁜일과 아름다운 만남이 있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고통에 감수해야 하는 이곳에서
무엇을 찾아왔느냐는 질문 말이다... 사회를 떠난 '은퇴자'이니 은둔자의 이런 덕목이 내 운명에 예정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꿈을 꾸고
고독을 느끼며 느릿,느릿 달팽이 처럼 걸은 보람이 조금씩 나타났다. 나는 생각의 속도로 살기를 바랄 뿐이다. 걷기는 소위 문명화 되었다고 하는
우리 사회를 뒤 덮고 있는 죽음 - 사람들은 삶과 혼동하고 있다- 의 달리기에 브레이크를 건다. " p169~179
최종목적인 중국의 시안까지 걷기위해 유난히 많이 걸어야 했던 사막들.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그는 모래바람과 싸우고 갑자기
불어대는 돌풍과 소나기,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급격한 기온차에 몸서리 쳤지만, 그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언어적
장벽들이 마치 사막의 고립된 섬과 같았다. 여행객에게 좀 더 비싸게 받으려는 욕심,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 사람을 귀하게 대접하지
않는 문화의식들을 접하면서 같은 아시아 민족으로써 남모를 부끄러움도 일었다.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여행객들이 전 편보다 많아 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사이 그의 책이 출간되면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생겨나고,
그가 계획했던 실크로드의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서른두살의 컴퓨터 기술자 우터 부스마커의 여행을 보며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던진 생각이었다.
" 전 세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점점 다양해지고 현대화 될수록 이 친구처럼 느리고 구식인 생활
방식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아 진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고효율적'이라고 말하며 안주하고 속도가 중요한 미덕이 된 이 세계에 대한 반란과
저항이 필요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p182
요즘 서점가를 가보면 베스트셀러 안에 여행서적이 포함되어 있는것을 볼때면 그 신호가 우리에게도 오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을 하며 4년동안 동행했던 모자를 잃어버리고, 바지는 팬티 밑 부분까지 너덜거려 미니스커트 처럼 되어버리고 텐트 지퍼도 고장나고, 왼쪽 신발
밑창엔 틈과 양말의 3/4 은 구멍나서 사라질 지경이라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만남을 갖게 해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삶의 애찬론자가 되는 그의 모습이 자못 귀엽기 까지 했다.
" 이렇듯 살다 보면 마법 같은 순간들이 나타나 모든 것을 초월하고, 세상의 무게를 덜어주고, 신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p235
마지막 목적지인 중국의 시안에 도착했다. 왠일인지 눈물이 핑 돌고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느꼈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은퇴후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껴진 순간부터 찾아온 우울증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뒤로 두고 걷는 일을 통해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나
역시도 함께 치유되고 있음을 느꼈다.
"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무얼 찾으러 여기 왔냐고 바로 지금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 그
다음을 찾기 위해서라고...' p 437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의 책 <여행>은 프랑스와 데르모라는
수채화 화가와 함께 다시 실크로드 길에 올랐다! 수많은 독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자동차를 타고, 다시 길을 나선것! 화가와 함께 그는 실크로드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며 아름다운 그림속에 담아 다시 한 번 그를 느껴볼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다. 해서 품절센터에 의뢰해서 다행히 받아볼 수 있어 운이 좋은 셈인데 하루 빨리 재 출간 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날들이
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아참!! 그가 실크로드 길을 걸으며 탄생시킨 로자 라는 이야기는 탄생되었을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책으로
출간되었을까??
" 나는 여행하고, 나는 걷는다. 왜나하면 한쪽 손이, 아니 그보다 알 수 없는 만큼 신비한 한 번의
호흡이 등 뒤에서 나를 떼밀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