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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쟁 - 패자 부활의 나라 스위스 특파원 보고서
맹찬형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한 마디로 이 책은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거울처럼 반영시켜 준다. 이적지 '경쟁' 하면 치열하고 인정사정없기로 유명한 냉혈한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따뜻한'이라는 외피로 감싸고 보니 '경쟁'이 달라 보인다. 그야말로 사회가 달라 보이고 사람이 달리 보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기운이 그지 없이 훈훈하다. 품격과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제목들을 보자면 이렇다.

 

 

다양한 경쟁이 다양한 행복을 낳는다

따뜻한 경쟁이 효율적이다

공존은 디자인돼야 한다

시민 참여가 명품국가를 만든다 

 

 

이 안에서 다루고 있는 삶의 모습들은 굶주린 사자에게 쫓겨다니며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꿈속 같은 일이다. 일등만 기억하는 나라에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죽어라 뛰어 다닌다. 옆에 친구가 넘어지든 말든 비참하게 추락하든 말든 그저 내 갈길만 열심히 가면 된다. 멈춰서 도와주면 같이 낙오자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임을 알기에 두눈 찔끔 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그저 앞만 보고 달려 가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일단 스위스는 굶주린 사자를 풀어 놓지 않는 사회다. 그게 그들의 문화요 철학이다! 그리고 일등만 기억하지도 추켜세워주지도 않는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먼지까지 털어준다. 그리고

 "괜찮아...할 수 있어..하다가 영 안돼면 니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걸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해보는 거지뭐"하고 다독거려 주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름하여~ 패자 부활의 나라라고 부른다.

 

 

 

그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진화론자 천국이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어디가나 통하고, 진보만이 살길이다 라는 표어를 목숨처럼 떠받들고 산다. 잠시 어기적거리고 멈칫 대기라도 한다면 낙오자 취급을 받기 일쑤고, 끌끌 혀차는 소리를 듣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왜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자각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만 생산해 놓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체질적으로 빈약함과 구질구질함의 경계에 있다고 보아진다.  

 

 

 

왜 우리는 쌈빡하지 못할까?

효율 우선의 법칙이, 펜보다 삽이, 생각보다 행동이, 소심한 넘버 3보다 막가파 정신이 대접받고, 재벌이 부를 독식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는데도 다들 저 뱃속 채우기 바빠서, 남들 일에 간섭하면 체면 구기는 일이라는 날개 꺾인 자유주의자들의 변명에 우리는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동체의 와해가 가져온 여러 파편들을 맞으며 깊은 회의와 자성이 드는 건 이 모두가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해서도 무상념의 세월만 흘려 보내서도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스위스처럼은 되지 않더라도 굶주린 사자 쯤은 잡아다가 배불리 먹여주고 사람들 사이에 풀어놓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벽한 사회는 이적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테지만 적어도 인간이 있는 풍경,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평온한 풍경이라면  그 속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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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2012-04-01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하고, 동감하며 웃습니다.
느린 삶을 예찬했던 우리의 버르란트 럿셀 선생님을 생각하며...
강도높은 노동을 감내하며 체념하고 살아가는 풍경 대신, 인간이 중심을 이룬 적게 생산하고 소비하는 오염 적은 인간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내안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기쁨입니다.
주말 밤.. 무슨 강박이 있는지 이책 저책 뒤적이고, 자다깨다 하다보니, 창문에 햇살이..
무거운 몸을 쇼파에 기대어 커피 한잔... 전혜린적 '야성적 환희'가 솟구치네요^^ㅋㅋ
꽃도둑님도 그닥 다르지 않을 듯.. 필담을 나눠 반가웠습니다. 여유론 일욜 되시구요~!!

꽃도둑 2012-04-02 14: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게 (그닥 다르지 않을 듯~)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요 무지 단순합니다..
야성적 환희?...강박? 그런거 없이 매끈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술가적인 기질은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ㅎㅎㅎ
근데 책을 읽는 일...글을 쓰는 일에 대해 내안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일에 기쁨을 느끼는 건 정말
맞네요..^^

cyrus 2012-04-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경쟁'이라... 얼핏 들으면 모순적이지만 상대를 밟아야하고 무조건 이겨내기만 하면 되는 잔인하고
나쁜 경쟁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공정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해주는 화합된 분위기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꽃도둑 2012-04-02 14:38   좋아요 0 | URL
따뜻한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출발부터 다르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같은 출발선에서 뛰어 나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출발선을 준비해 놓고 있다는 거죠.
따뜻한 경쟁은 사실 모순적이긴 해도 내용면에서는 그야말로 조화로운 상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합리적이라는 말을 여기에다 붙이면 괜찮을지는 몰라도..아무튼 차갑고 잔인하고 나쁜 경쟁보다는
체온에 가까운 온도차라면 참으로 살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굿바이 2012-04-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목숨 하나 책임지는 일도 참으로 힘든 세상입니다.
패자 부활이라...저는 패자이지만 그런 기회 거절하고 싶네요 ㅋㅋㅋ
뭔가 또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제가 바뀌지 않는 한 저는 이모양 이꼴로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ㅜㅜ

그나저나 미친년 널을 뛰듯 바람 부는 요즘, 어찌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꽃도둑 2012-04-10 16:52   좋아요 0 | URL
잘지내고 있는지 어쩐지 모르겠어요, 그저 바쁘기만 해서요..ㅡ.ㅡ
ㅎㅎ그나저나 미친년 널 뛰듯한 날씨? 완전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봄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러워진 건 몇해 전부터인 것 같아요.
봄이 나른하고 포근한 맛이 없어졌어요...
사는 것 만큼 팍팍하게 변하고 있으니..쩝~

굿바이 님, 여하튼 힘내서 살아봅시당...^^

더불어숲 2012-05-0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기 마지막 책이라고 리뷰 안쓰실 거여요?(해품달 남보라 버전.ㅎ)
11기에서 다시 만나 반가워요.
유일한... 나의 서재 친구님!!

꽃도둑 2012-05-0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안그래도 쓸려고 왔어요..근데 도망가고 싶어요..^^
아 숲님도 11기? 아 좋아요~~

더불어숲 2012-05-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