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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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는 미국, 멕시코, 스웨덴,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제작된 스무 편의 콘텐츠를 통해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보혁 갈등 등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세계사의 주요 이슈를 어렵지 않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기묘한 이야기>, <퀸스 갬빗> 등 내로라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로마>, <맹크>, <메시아> 등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에서 세계사의 가장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담았다.

이 책은 '1장 인종차별과 저항, 2장 전쟁과 테러리즘, 3장 보혁충돌과 화해, 4장 빈부격차와 분노, 5장 현대사의 특별한 순간들'이라는 5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멕시코의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무한한 사랑으로 돌봐줬던 원주민 도우미 여성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한 여성의 삶, 한 가정의 일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20세기 멕시코의 치열했던 역사를 들여다보는 영화 <로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로마>에는 멕시코 원주민들이 겪는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가 잘 드러나 있다. 클레오가 도망간 애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멕시코시티 외곽의 처참한 모습도 멕시코의 일상화된 차별을 보여준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로마'와 달리, 원주민과 가난한 메스티소(백인과 원주민 혼혈)들이 모여 사는 그곳은 상수도 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도로는 진흙투성이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판잣집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영화 <맹크>를 통해 영화 <시민 케인>의 탄생과 배경에 대해 소개한다. <맹크>는 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늘 거론되는 <시민 케인>이 탄생하는 과정 속에 1930~1940년대 할리우드의 막강한 '스튜디오 시스템'과 언론 권력, 대공황과 나치즘의 부상, 미국의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충돌 등 묵직한 이슈들을 구석구석 촘촘히 박아 넣은 작품이다. 실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에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대중문화와 정치, 사회상을 들여다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맹크>의 주인공은 <시민 케인>의 오슨 웰스 감독이 아니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실제로 썼던 허먼 맹키위츠다. 이 책은 영화 <맹크>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우화라고 말한다. 오두막 안에 사실상 갇혀서 <시민 케인> 시나리오 초고를 탈고한 맹크에게 존 하우스먼이 찾아온다. 하우스먼은 이 영화를 감독할 오슨 웰스에게 고용된 인물로, 방대한 분량의 초고를 읽고 솎아내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영화 <맹크>에서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우화가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인 이유는 맹크는 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시민 케인>을 쓰려고 했고, 창작자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가,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정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의 막강한 파워는 1948년 연방대법원이 '셔먼 반독점법'을 근거로 스튜디오 시스템을 불법적인 독점으로 규정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말한다. 1890년에 제작된 이 법은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하는 독점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법원은 영화제작은 물론 배급과 상영까지 하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독점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하우스먼은 맹크에게 "하필이면, 왜 허스트냐"라고 묻는다. 언론재벌이자 미국 사회와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허스트를 왜 <시민 케인>의 주인공으로 삼았느냐는 이야기다. 맹크는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자네 오르간 연주자의 원숭이 이야기를 아나?" 맹크는 아마도 이 말이 하고 싶었을 것이다. "허스트 같은 권력자를 건드리면 어떤 화를 입을지 알지만, 나는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춤을 추는 원숭이가 아니며,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네.""

"스튜디오 시스템은 1920년대 초부터 1950년대까지 일명 '황금 시대'에 미국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사들이 배우와 작가 등 장기 독점계약한 인력들을 토대로 제작은 물론 배급까지 장악했던 방식을 말한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특급 스타조차 스튜디오의 눈 밖에 나면 배우로서의 생명을 잃을 정도였다. 그러니 시나리오 작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걸출한 작품들을 쓴 맹키위츠의 이름이 영화 크레디트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것은 당시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작가 개인의 명성보다 스튜디오의 이름이 더 중요했고 '집단 창작'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관행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영화 <두 교황>을 통해 가톨릭 내분과 두 교황의 지적이고 아름다운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단의 보수와 개혁을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두 사람 중 그 어느 쪽도 틀리거나 맞다고 할 수 없고, 둘은 그저 다른 성향과 성격을 가졌을 뿐 성직자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똑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2000여 년에 걸친 바티간의 역사에서 음모와 스캔들은 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사제 성추문,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의혹, 권력 암투 스캔들 등은 가톨릭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고, 이러한 상황이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 결심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두 교황>은 사실과 상상을 정교하게 혼합한 작품이다. 베네딕토 16세가 퇴위를 결심한 후 별장과 바티칸에서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따로 만난 적은 없다. 이는 순전히 작가의 상상이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중요한 사건이나 두 사람의 발언 대부분은 사실에 충실하다. 두 사람이 직접 만났다면 영화 속에서처럼 진짜로 불꽃 튀는 토론을 벌였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는 팩트를 존중하는 작가의 자세와 유려한 글솜씨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페르난두 메이렐리스 감독의 세련된 연출력, 그리고 두 노장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프라이스의 열연이 더해져 아름다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프란치스코는 교황이 되자마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흙을 묻혀 더러워진 교회"를 선언하고, 자기 자신도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으로 감동과 격찬을 불러일으켰다. 바티칸의 화려한 궁전 대신 수도사들이 머무는 소박한 숙소에서 생활하고, 노숙자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는가 하면, 신자들의 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보였다. "내가 누구를 심파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성애자들과 이혼자들을 포용하는 발언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성범죄를 저지른 사제들에 대해 단호한 자세를 취했고, 온상으로 꼽혔던 바티칸은행에 대한 개혁을 단행했으며, 환경파괴를 곧 생명문제로 이슈화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새로운 독재'로 비판하면서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것처럼 오늘날 (불펼등한) 경제가 사인을 저리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슬람 전통을 가진 나라로부터 존중받기 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 온 이슬람 이민자들은 존중하고 사랑으로 포용하라"라고 요구했다."

"2021년 6월, 교황청은 사제의 신자 성추행 등을 범죄로 규정하는 새 교회법을 발표했다. 38년 만에 개정된 교회법에 따라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제는 성직 박탈과 동시에 교회법상 처벌을 받게 됐다. 기존 교회법은 교회 내 성범죄를 다루는 절차가 너무 복잡한 데다가 고위 성직자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개정된 교회법은 직접적인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신체 노출 강요, 음란한 사진의 습득, 보유, 유포도 범죄로 규정했다. 성직자가 신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착취를 하는 이른바 '그루밍'도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또 범죄가 발생하면 관할 교구의 고위 성직자가 사건을 다뤘던 관행을 없애고, 무조건 교황청에 즉각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책은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캠빗>을 통해 체스판 위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여 눈길을 끈다. 체스에서 '퀸스 캠빗'은 첫수를 두는 방식 중 하나다. '갬빗'은 미끼를 던져서 자신의 수를 버는 것을 말하는데, '퀸스 갬빗'은 퀸 열에 있는 폰을 먼저 움직여서 상대에게 일부러 빼앗기려는 전략이다. 폰을 희생함으로써 뒤쪽의 기물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중앙의 공격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퀸스 갬빗'이 드라마의 제목이 된 이유는 체스 대국에서 뻔한 수를 두지 않고 상대편을 무자비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지만 일찍부터 겪어야 했던 쓰디쓴 상실의 트라우마에 여러 차례 넘어지고 처절하게 좌절한 후 아픔을 딛고 일어나 여왕이 된 주인공 하먼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퀸스 캠빗>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벌였던 냉전과 체스 경쟁을 시대 배경으로 한다고 말한다.

"젠더 이슈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이슈다. 하먼의 생모는 코넬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불우한 삶을 살다가 어린 딸을 홀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지만 '잘못된 사랑' 또는 실패한 결혼생활에 좌절한 듯하다. 정신적인 문제도 있어 보인다. 하먼을 입양한 양어머니 알마도 비슷하다. 피아노 연주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무대 공포증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했고, 아이를 잃은 후에는 알코올중독에 빠져 살아 결혼생활이 파탄 났다. 당시 대다수 여성들이 그랬듯이 스스로 돌벌이를 하지 못하는 알마는 냉담하지 짝이 없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지만 결국 버림받고 만다. 하먼의 회상 장면에서 생모는 어린 딸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남자들을 온갖 것들을 가르치려고 해. 자기 면을 세우려는 거지. 너는 네 생각대로 가는 거야. 자신이 누군지 잊지 말아야 해.""

"1961년에는 독일 베를린을 동서로 가르는 장벽이 세워져 미국과 소련의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이듬해인 1962년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사태가 발생해 핵전쟁의 발발 가능성에 전 세계가 떨었다. 미국 측의 첩보기 록히드 U - 2에 의해 쿠바에서 건설 중이던 소련의 SS - 4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 기지의 사진과 건설현장으로 부품을 운반하던 선박의 사진이 촬영된 것.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은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였고, 이를 강행한다면 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를 취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양국이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소련은 체스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체스는 전통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게임인 만큼 자국민의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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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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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해 깊이 연구한 저자의 글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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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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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는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가 25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자살의 심리, 원인, 오해, 예방책 등 자살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 안내서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자살 당사자 사례와 최신 의학, 심리학 연구를 결합해 자살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요인부터, 자살 생각이 일어나는 이유, 자살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누군가가 자살 위험에 빠졌다는 경고 신호를 포착할 방법과, 자살 위험에 처한 이를 도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소개한다.

이 책은 자신을 자살 연구로 이끈 지도 교수와 소중한 동료를 자살로 떠나보낸 사별자이기도 한 저자가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에게, 매일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치는 사람에게 바치는" 희망의 끈이기도 하다. 살아가기를 힘들어하는 주변인을 도우려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방법을, 하루하루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에게는 칠흑 같은 절망 속에서 바져나와 희망의 끈을 붙잡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은 '1부 누가 자살한 위험이 있는가, 2부 자살 생각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3부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은 무엇인가, 4부 자살로 고통받는 사람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견딜 수 없는 올가미에 속박된 느낌은 자살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감정이 사람들이 자살에 이를 때 공통적으로 밟는 최종 관문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본인 혹은 주변인의 자살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가 본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믿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한다. 마치 죽음을 택하는 특정 부류가 있고, 본인은 그런 유형의 사람이 아니며 어떤 식으로든 자살 예방 접종을 마쳤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살과 거리를 두기 위해 자살 시도자를 '타자와'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자살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생각은 사실과 맞지 않고, 자살에 대한 낙인의 불씨를 키울 뿐이며, 이런 생각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집단보다 자살 위험이 더 큰 집단이 일부 있긴 하지만, 자살은 남성과 여성, 장년층과 청년층, 흑인과 백인, 기혼과 비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사람들은 고통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 그 고통에 갇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빠져나갈 구멍이 전혀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살을 시도하거나 목숨을 끊는다고 말한다.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고통의 양은 정해져 있고, 그 한계에 도달하면 한계를 넘어설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 슬프게도 너무 많은 사람이 그 대가로 목숨을 내놓는다. 또한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타인에게 짐 같은 존재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설적이지만, 고통으로 정신이 소진된 사람의 생각으로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닌, 정반대의 조치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을 베푸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살에 관한 잘못된 속설을 이야기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자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자살할 위험이 없다'라는 속설은 누군가 생을 끝낸 의도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리가 없다는 생각에 근거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으로, 자살 생각, 충동이 양면성을 띤다는 것이며, 이런 생각이 강렬해지다 사그라들기도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자살의 동기가 복합적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다. 저자는 자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도와달라고 손을 뻗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화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자살 관련 발언은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이라. 상대에게 연민을 담아 직접 물어본 다음, 무엇 때문에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함께 방안을 구하라.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지 보건 전문가나 비상 서비스에 연락하라."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울증 또는 정신질환이 있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 외의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정신질환이 자살 위험 요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도, 그 자체로는 왜 특정 개인이 자살로 사망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주지 못한다.

"자살은 사회적 열세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잦고, 갑작스러운 상실감 또는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인생의 사건이 자살에 앞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살이 충동적 행위의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가치는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해당 사건이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증거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다."

저자는 "자살은 경고 없이 있어난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비록 자살을 경고하는 징후가 있다 해도 이런 징후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는 잡아내기 어려울 때가 많고,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지난날을 돌아보고 난 뒤에야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 생각을 늘 하며 사는 사람을 돌보는 경우, 경고 징후를 식별하기가 더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이럴 경우에는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식별하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특히 나약함을 느끼는지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슬픈 현실은 이런 경고 징후를 발견하든, 그러지 못하든, 우리가 하는 일은 기껏해야 자살을 예측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비록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더라고 자살을 경고하는 징후는 있기 때문에 이 명제는 속설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하는지 묻는 것은 자살할 생각을 주입하는 것이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살 생각을 하는지 묻는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은 주입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저자는 오히려 이런 질문이 반대로 보호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자살에 관한 질문은 자살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실제로는 자살 생각을 억제하고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누군가 걱정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에게 직접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길 바란다. 이런 질문은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게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또한 자살 관련 이야기는 당사자에게 자살 외 선택지를 고려하도록 돕고, 생을 끝내겠다는 결심을 재고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분명히 죽기를 원한다"라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자살의 공통적 인지 상태는 양가감정이다. 양가감정은 자살하려는 사람이 가지는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일정 시간을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과 죽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한다. 저자는 자살 시도를 했지만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종종 이런 양가감정, 즉 죽고 싶은 동시에 살고 싶은 욕망을 이야기하며, 어떤 사람의 경우는 자살 시도를 한 순간 삶의 본능이 치고 올라왔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은 한 가지 요인으로 일어난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은 여러 원인이 합쳐져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요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임상적, 사회적, 문화적인 것일 수 있고, 또 이 중 많은 요인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살은 밖에서 보면 단일한 사건이나 요인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저자는 자살의 원인을 한 가지 요인으로 압축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자살 위험이 아주 큰 사람 또는 비극적인 사건 후 남겨진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든다"는 잘못된 속설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감정 상태가 좋아지면 자살 위험이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를 들어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에 억눌린 상태라면, 자살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길 에너지나 동기가 남아 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본인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자살하기로 결심했다면, 문제를 풀 채결책을 찾았다는 생각에 감정 상태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자살은 고통을 끝내는 영구적 수단인 것이다. 저자는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의 기분이 이유 없이 좋아진다면 이는 걱정해야 할 일일 수 있고, 그 사람을 좀 더 꼼꼼히 살피거나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이 대한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터널에 갇힌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터널 끝에서 들어오는 빛을 보지 못하는 상태과 같고, 또 어떤 사람은 정신적인 덫, 즉 도망칠 수 없는 인지의 감옥에 갇힌 상태와 같다.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은 당사자를 너무나 힘들게 하고, 대안을 찾거나 다른 미래를 보거나 정신적 고통이 끝나는 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거나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을 느낄 수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자살 외 다른 출구를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 또한 2008년에 친구를, 2011년에 자신의 지도교수를 자살로 잃고 슬픔에 빠져 있었을 때 '왜'라는 질문이 끝이지 않아 괴로웠다고 말한다. 저자는 슬픈 일이지만 자살로 소중한 일를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 누구도 '왜'라는 질문에는 진정한 답을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살의 복잡한 원인에 대해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설명한다면, 이들이 자살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살 사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자세히 밝히는 이유는, 연민을 담아 상대의 감정을 잘 살피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실언을 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알리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혹여 주변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의심이 든다면, 인간관계의 위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고, 손을 뻗어 연락을 취해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은 이기적인 행동도, 비겁한 자의 출구도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살을 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자살을 이타적인 행위,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을 끝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살은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 절박한 행동고,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살은 무엇보다도 행위, 즉 누군가가 하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살을 정신질환이 아닌 행위로서 치료하고 자살 생각과 행위를 직접 개입 대상으로 삼는다면, 건강심리학과 다른 분야를 모두 아우른다면, 우리는 이런 성과를 훨씬 포괄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가 마음챙김 연구의 개척자인 마크 윌리엄스는 책 <소통의 울부짖음>에서 '자살의 속박감'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그가 자살을 '도와달라는 울부짖음'이 아닌 '고통의 울부짖음'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마크 윌리엄스는 자살을 유발하는 고통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했으며, 자살에 관련된 세간의 낙인에 일종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자는 누군가의 자살 이력에 뭔가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들의 속박감 수준을 될 수 있는 데까지 바궈보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인생의 올가미에 갇혔다고 느끼는 정도를 줄여줄 수 있다면, 속박감과 자살 위험 간의 잠재적인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된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자살은 속박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말이 좀 모순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에 관해 설명을 덧붙여보겠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속박감은 '덫 안에, 또는 덫 때문에 갇힌 상태'다. 다시 말해 출구가 전혀 없는 상황에 갇힌 꼴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폴 길버트는, 불쾌한 상황(보통 패배 또는 치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욕구가 저지되었을 때 속박감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의 사상은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원치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체가 비극적 결과를 맞는다는 사실은 인간이 아닌 동물 연구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이 패배할 경우, 그런 모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때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오래전에 관찰했다. 도주 수단의 저지로 발생하는 이런 상황을 동물행동학자들은 '저지된 도주'라 지칭했고, 동물학의 맥락에서는 물론 인간에게도 패배나 모욕 자체보다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속박감이 정말로 해롭다고 설명했다. 속박감은 인간의 우울증을 이해하는 수간드로 폴 길버트가 처음 사용했지만, 마크 윌리엄스는 이를 자살 위험까지 확장해 적용했다. 따라서, 간단히 말해 자살 행동은 정신적 고통에 갇힌 상태로부터 도주하려는 시도다."

"내적으로 속박된 느낌이 들면, 내적 세계가 위로가 아닌 고통의 원천이 되면서 어려움이 발생한다. 마음이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고통과 안전이 결핍되었다는 느낌이 모여들어 폭풍우가 몰아치듯 악화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서 도망치려 한다. 그래서 숨을 만한 곳도, 쉬거나 몸을 누일 곳도, 도망칠 곳도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자살 생각이 생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속박감을 느끼는 상태에서는 이런 고통이 진정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포로가 되어간다. 스스로에게 갇혀, 빠져나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사람을 완전히 지치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수치심, 상실감, 자기혐오, 거부, 분노까지 더해진다면 정신적 고통이 과연 얼마나 커질지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저자는 정신적 고통이 자살 생각으로, 그리고 자살 생각이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자살에서 정신질환 이외의 요소를 살펴보고,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 위험이 있거나 자살 생각을 실행에 옮길 위험이 있어 염려되는 경우 어떤 요인을 살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통합적 동기-의지 모델(IMV 모델)은 자살 위험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틀을 제공하고, 왜 어떤 사람들이 자살 위험이 생기고 또 자살로 사망할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IMV 모델에서 1단계는 자살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맥락을 다루고(동기 전 단계), 2단계는 자살 생각 출현에 중점을 두고(동기 단계), 3단계는 누군가 자살 생각을 하는 경우, 자살 행동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인을 도식화해서 보여준다(의지 단계).

저자는 자살 생각의 촉발 요소를 살펴보기 전에, 자살 생각과 행위가 출현하는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IMV 모델의 1단계는 동기 전 단계 역시 세 가지 요소, 즉 소질(취약성), 환경, 인생의 부정적 사건으로 이루어져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살 위험을 다룰 때 생물학적 취약성으로 세로토닌의 역할, 완벽주의의 작용, 무의식적 사고 작용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인 '사회적 완벽주의'는 자살 위험과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완벽주의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볼 때 인생의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길 기대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완벽주의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반대로 수치가 낮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무던하다. 일상을 헤쳐나갈 때 심리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거절, 패배, 상실 같은 사회적 위협이 닥쳤을 때 이를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경험은 기분 저하와 정서적 고통을 가져올 수 있고, 자살 생각이 나타날 가능성이 생기기도 한다. 사회적 완벽주의는 마음의 갑옥에 생긴 좁은 틈과 같다. 비록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약점이 한 가지 생긴 것이므로, 사회적 패배나 거절의 화살이 날아와 나를 위협하면 방어막이 뚫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따라서 이런 경험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 역시 높다."

저자는 자살 위험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결론 두가지를 도출했다고 말한다. 첫째,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며, 우리는 사람들이 되도록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가능한 힘껏 도와야 한다. 둘째, 긍정적인 미래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어떤 희망이나 긍정적인 미래 생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른 희망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는 좀 더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결점에 대해 자기 연민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모두가 실패를 경험하고 그래도 괜찮으며 넓은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 생각을 품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자살 계획을 세웠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가 '그렇다'라고 답하면 다음 질문에서는 얼마나 계획이 구체적인지, 그리고 계획 실행을 위한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이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답한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저자는 만약 이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1차 진료의나 건강 전문가, 또 필요한 경우 비상 서비스에 연락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안전 계획이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자살 생각이 들기 전 24시간 동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요인이 자살 생각 및 행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가, 어떤 일이 자살 생각을 일으켰는가, 왜 그 상황에서 자살 시도가 일어났고, 다른 상황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는가에 대해 알아낼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자는 당사자의 감정이 괜찮은지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안전 계획은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가 이야기할 때 이들이 말하기 곤란해하는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당사자가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걸 어려워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부담감을 주거나 억지로 다그치지 말자. 물론 부드럽게 대화를 안내하고 유도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살 동기를 인터뷰할 때 널리 쓰이는, 사람 중심의 상호 소통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 개인의 가치, 목표, 동기, 염려하는 점을 알아보고, 이 요소를 가지고 안전 계획을 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

저자는 누군가의 안위가 걱정되다면, 그 사람에게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한다. 이런 질문을 꺼내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줄 수 있다. 저자는 자살 생각이나 자해 관련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이 만날 가장 큰 장벽은, 만약 친구나 가족이 "맞아, 자살 생각이 들어"라고 답하면 이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걱정은 이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저자는 때로는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이를 계기로 이들이 힘을 얻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여러분의 책임이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말을 듣는 대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다가 잘못하면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의 핵심 요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듣기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라. 그저 들어준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특히 열린 질문을 하면서 부드럽게 상대를 살피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이런 유형의 듣기를 '능동적 듣기'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이 상대방이 하는 말에 집중하면서 말하는 내용을 이해한 다음 답하는 것을 말한다. 능동적 듣기를 통해 상대방은 어떤 내용을 털어놓았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알게 되고, 대화를 통제하고 주도하게 된다.

또한 대화를 통제한다는 것 역시 이 맥락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인데,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은 무기력하고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소한 통제력만 발휘해도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살 위험이 있던 사람이 자신의 정서를 통제할 힘을 되찾을 수 있음은 물론, 살아가며 겪을 일을 통제하기 위한 기반을 다시 다질 수도 있다."

저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연민의 지원망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연민이 담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기 연민을 자신의 행복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자기 연민이라는 용기와 지혜의 덕목을 키우는 과정은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

"정신적 고통 단기 개입에서 쓰인 연민의 개념은 폴 길버트가 내린 연민의 정의에 기반한다. 그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저술가로, 연민 중심의 치료법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연민은 단순한 친절이나 보살핌 이상의 것이라고 정의했다. 연민이란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헤아리고 이 원인을 해결할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처음 대화를 시도할 때는 친절과 보살피려는 마음에 치우쳐 이야기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때 용기와 지혜라는 요소를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연민의 기본은 곤경에 처한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이들이 인생 초기에 역경을 겪었거나 트라우마 이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살 위험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개입 방법은 모두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가족이든 친구든 의료 전문가든, 누구라도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고려할 때는 위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다루기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언급할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상대방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우선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이들의 필요사항을 채워주기 위해 같이 노력하다. 그리고 본인이 필요로 하는 사항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함께 살펴보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자."

이 책에서 저자는 자살을 둘러싼 속설을 타파하고 자살 생각이 어떤 경로를 거쳐 자살 행동으로 전환하는지, 자살 행동을 막기 위해 무엇이 효과인지를 알리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경험하는지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자살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을 수는 없지만, 아직 우리 곁에 남은 사람은 도울 수 있고, 우리가 함께 힘쓴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저자의 글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좀 더 친절과 연민을 베푼다면, 자살의 파괴적 영향에서 모두를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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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21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듯하네요.
 
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수업 -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음치유의 시작입니다
이선이 지음 / 보아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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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 속 다양한 감정의 원인들을 들여다보고 치유할 수 있는 책으로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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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수업 -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음치유의 시작입니다
이선이 지음 / 보아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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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수업>은 정신과 전문의 이선이 원장이 2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들려주는 내 감정들을 치유하고 내 자존감을 지키며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수업을 담은 심리 도서이다. 우리의 마음이 아픈 원일을 크게 나누어보면 우울감, 외로움, 집착, 분노, 거절감, 사랑에서 비롯된다. 이 여섯 가지의 감정을 담고 있는 이 책에 실린 28개의 에피소드는 거울이 되어 당신의 마음을 비추어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침잠해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는 사랑에 대한 고전으로 꼽히는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의 저서 <사랑의 기술>을 보면, 그는 사랑의 '능동성'에 대해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참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사랑의 능동적 속성에는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 따른다"고 말했다. '보호'는 어린아이에 대한 모성애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고, '책임'은 상대방에 대한 정신적인 욕구를 배려하는 것이다. '존경'은 사랑하는 대상의 있는 그대로를 보며 개성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지식'은 사랑하는 사람의 더 깊은 내면을 알려고 하는 것, 즉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을 에리히 프롬의 관점에서 이해해보면 '보호'와 '책임'은 있지만 '존경'과 '지식'이 부족한 듯하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미 균형이 깨져버린 사랑은 일방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 대상은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하는 서글픈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능동적인 사랑은 곧 치유다. 당신이 상처받고 외롭다면 당장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자. 능동적인 사랑을 하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람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스스로 치유받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시도 때도 없이 햇빛을 외치는 50대 다운증후군 딸의 사연을 소개하며,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하는 태양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생명의 근원이자 만물이 성장하게 하는 태양,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태양의 상징적인 의미는 강력한 힘, 생명의 원천, 어머니를 의미한다. 정신분석치료를 할 때 치료자는 환자의 무의식을 다뤄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무의식은 쉽게 의식화되지 않고, 환자 스스로 깨닫기도 어렵다. 무의식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는 단서는 꿈속의 이미지, 연상되는 단어, 그림, 반복되는 말실수, 갑작스런 감정의 폭발 등이다. 그녀가 밤마다 소리쳤던 '햇빛'은 바로 '엄마'를 의미하고, 그녀는 밤마다 엄마의 사랑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해는 낮에 뜨고 밤에 진다'는 당연한 진실이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해는 낮에도 있고, 밤에도 있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비합리적이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그녀의 외침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는 너무나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저자는 정신분석 용어 중에 '전이'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주는 무의식적 요소를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어린 시절 부모나 다른 중요한 인물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자기도 모르게 상대에게 옮겨서 체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저자는 전이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과 맺는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우리의 행동과 판단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의식과 무의식의 크기를 제한한 프로이트와 달리 카를 융은 무의식의 크기에 어떠한 제약을 두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융에 의하면 무의식이란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모르고 있는 우리 정신의 모든 것이다. 무의식은 샘물과 같은 것으로 거기에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으며, 생명의 원천이며 창조적 가능성을 지닌 것이다. 융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을 통해 무의식이 지닌 지향적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첫눈에 반하는 감정도 '전이'로 설명할 수 있다. 첫눈에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도 긍정적 전이의 영향일 수 있다. 즉, 어린 시절 누군가와 소중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그 대상과 유사한 느낌이 들거나 유사한 조건의 대상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사랑한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유난히 그 사람이 거슬리고 대면하기 싫어지고 피하고 싶어진다면 이는 부정적 전이의 영향이다. 즉, 이전에 맺었던 부정적 대상으로부터 받았던 감정들 때문에 그와 유사한 대상이 나타나기만 해도 왠지 불편하고 싫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았던 여성이 지금은 중년이 됐음에도 중년 남성들에게 이유 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는 부정적 전이의 결과이다."

"만약 현재까지도 당신을 지배하고 괴롭히는 부정적 기억이 많이 있다면, 그 기억들은 사진이 아니고 변형된 사진이다. 하지만 반대로 당신을 지배하고 지탱해주는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그것도 변형된 사진이다. 긍정적 기억이든, 부정적 기억이든 그 기억 속에서는 무의식을 통해 매직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매직은 살아가는 동안 평생 일어날 것이다."

저자는 소극적이든, 직접적이든 왕따에 동참했던 사람들은 왕따를 당하는 사람을 향한 비난이 자신들의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상대의 본질과 진짜 모습을 무시한 채 징그러운 벌레 취급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존감은 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도 없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모습이 나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을 구성하는 것들, 보이는 것들 그 이상의 것,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아 무시하고 존중해 주지 않았던 것들을 찾아내어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왕따라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집단의식에 사로잡힌 집단이 한 개인에게 보이는 집단 폭력행동이다. 건강하지 못한 집단의식의 이면에는 나와 너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같은 무리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공통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믿으며, 우리와 같은 생각은 선한 것, 우리와 다른 생각은 악한 것이라고 보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깔여 있다. 구성원 각자 나름의 가치관과 의식을 포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미성숙하고 독선적이며,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갈등이 존재한다. 왕따는 결국 다수가 소수에게 행하는 폭력이다."

저자는 성인이 된 후에 우리가 적응하며 살아갈 곳은 자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직장, 친교 모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당신의 삶 속에 부정적 대상과의 경험이 존재한다면, 잠시 그들에 대한 분노를 접어두고 현재 당신을 둘러싼 새로운 대상들을 바라보라고 이야기한다. 그 순간부터 마음속에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을 긍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나는 우울감을 앓는 사람들에게 부모와의 관계가 우울감의 원인 중 하나임을 설명한다. 하지만 생물학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자기 자신의 왜곡된 인지패턴 등등도 우울감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반드시 알려준다. 우울증의 치료는 우울감의 원인에 노출되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그 원인을 방어하거나 제거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또 불가능할 때가 많다.

우선 한평생 자기만의 사고방식으로 살아온 부모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방식으로 폐쇄적이고 고정적이며,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서로를 많은 편견과 오해로 바라보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이 아닌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가 나서서 도와줄 때에야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럴 때 나는 환자의 시각을 'here and now(지금 그리고 여기'에 초점을 두도록 한다. 어릴 때에는 가족이 안전지대이자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되면 현재 당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아야 한다. 과연 현재 가족의 영향이 얼마나 미치고 있는가? 내 몸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 있지만 시선은 항상 과거 그리고 가족 관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또는 원초적이고 가장 강렬했던 부모와의 부정적인 기억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반복해서 자해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타자의 몸을 우리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타자화해서 생각하도록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고 누군가에게는 그런 대상이기에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자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참기 어려운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일 때 그런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자해를 한다. 예를 들어 극단적으로 화가 난다거나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 자기혐오에 휩싸일 때, 미쳐버릴 것만 같은 감정에 휩싸일 때 스스로 자해를 함으로써 신체적인 고통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정서적인 고통을 일시적으로 중단되도록 한다. 둘때, 2003년 Galley, M의 <Student sdle-harm> 연구논문에서는 청소년들이 자해를 해서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생동감을 느끼고, 자해 후 경험하는 감각의 안정화 과정이 신체적 부상 후 진통 작용을 하는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괒어과 비슷해서 자해사 고통을 완화하고 감정을 가라앉게 한다고 분석했다. 셋째 <Psychoanalysis, 반복적 자해의 정신역동적 이해> 자료에 따르면, 취약한 자아는 정서적인 고통으로 인해 멍하고 해리되어 자기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이 있을 때 스스로 실제적인 고통을 가함으로써 자아와 현실과의 경계가 재정립되고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한다고 한다. 자해의 원인으로는 가까운 대상의 상실, 가정 폭력의 목격, 가족 중 자해했던 사람이 있었던 경험, 불안정한 애착 경험 등이 있고, 정신분석학의 대상관계이론에서는 대상 항상성 획득의 실패와 불안정한 내적 자기-대상 표상으로 인해 자신과 외부 사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으로 자해를 설명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은 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것이 좌절되거나 실패했을 때 다가온다고 말한다. 또한 우울증이 만성화되면 하고 싶은 게 사라지고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게 된다. 저자는 그렇게 우울감이 스스로를 잠식해 버리기 전에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적어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는 한 번의 좌절이나 실패로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고, 하루가 생의 마지막이라면 간절하게 원하는 것, 그것을 당장히라고 해보라고 말한다.

"죽음의 의미는 우리 삶에서 단지 슬프고 우울한 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지금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며 내게 소중한 존재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 삶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이유는 어쩌면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보람 있고 열정적으로 살게 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저자는 최근에는 중독환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참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인터넷을 포함한 SNS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의 휴대성과 대중화는 사람들에게 소통과 정보의 즉각적인 만족을 줌으로써 편리함을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적절한 욕구의 좌절을 경험하고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갔다. 저자는 당신도 무언가에 집착하고 잇다면, 그것이 물질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행위이든 그것은 곧 나의 자율성과 조절감을 다른 존재에게 맡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다른 존재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보기, 다른 사람들과의 건강한 애착관계를 통해 자신의 공허함을 메워보기, 평상시에 적절한 욕구 지연 또는 좌절을 통해서 인내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은 물처럼 에너지가 있고 운동성이 있다고 말한다. 흘러야 할 물이 고이게 되면 썩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들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감정의 순환이 쉴 새 없이 이루어져야만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마음속에 분노, 미움, 증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우리 안에 부정적이고 나약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를 갖기 위한 첫걸음라는 저자의 글에 깊이 공감한다.

저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대비해 보여준 소설이지만, 정신분석적 관점으로 보면 프로이트가 말한 자아와 무의식과의 갈등에 대해 묘사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통해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카를 융은 자아가 지나치게 외부 사회에 순응하고 내적 인격을 무시하고 살아가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의식에서 이용할만한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결국 의식이 한계에 다다르면 절망감, 허무감, 자살 욕구가 생겨나게 된다고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카를 융은 자살 충동은 낡은 자아의 태도가 죽고 새로운 인격으로 재생하려는 무의식적 충동이라고 봄으로써 자살 충동의 목적성에 대해 더 주목했다. 사회나 부모, 혹은 남들의 요구에 맞춰 가짜 자아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아를 찾아 자신의 행복을 찾는 시간을 갖아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내용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주인공 헨리 지킬 박사가 왜 이중인격으로 변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젊고 능력 있는 의사였던 헨리 지킬에게는 가슴 아픈 '가시' 하나가 있었다. 바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였다. 고결한 성품의 소유자였던 아버지가 정신병을 앓게 되면서 점차 인격이 황폐화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는 아버지를 난폭하게 만드는 어두운 부분들을 제거하고 고결하고 선했던 아버지로 되돌아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연구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아버지를 구원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해야 했던 그는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되고,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라는 두 존재로 분리되어 선과 악의 치열한 싸움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악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그는 자살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

저자는 '분노의 이동'을 막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분노든, 개인적인 분노든 일단 개개인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분노의 원인이 과연 자신이 분노를 쏟고 있는 대상에게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분노를 생기게 하는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마음, 거부감, 짜증, 화를 내는 정도와 감정적 시작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다. 저자는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렇겠지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내면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 기울려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자면 공황장애는 개인의 욕구와 환상이 억압될 때 나타나는 불안이 통제되지 않는 병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집단의식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지배하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신경증을 앓는 사람들 대부분이 집단의식에 휘둘리고 억압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억압과 개인의 욕구가 충동할 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면 표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진정한 개성화 과정이 필요하다.

카를 융은 개성화의 개념에 대해 먼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성품, 본성, 그 사람의 전체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개성화란 자기실현과 같은 의미로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무의식 속에 담겨 있는 자신의 숨겨진 욕구를 의식적으로 받아들여 현실의 삶 속에서 행동으로 나타내고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 즉 자신의 욕구를 듣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위에서 설명한 집단의식에 눌려 억압되어 있는 내면의 자신의 모습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내면의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여러 가지 상업주의 문화, 매스컴을 통한 집단 암시 등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삶에서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강박증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이 있지는 않은지, 혹시 내가 놓친 것으로 말미암아 큰일이 벌어지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끊임없이 하기 때문에 자신이 안심이 될 때까지 강박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미룬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강박증에서 나타나는 결정의 곤란은 어쩌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싶은 환자의 욕구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선택 중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하고 싶지만, 최선이 아닌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가정들을 연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결정장애로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기쁘기만 한 삶은 거짓이고, 고통이나 고난에 대해 정직하게 마주하고 슬픔을 통과한 후에 또 다른 차원의 깊어진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최적의 좌절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자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거절되거나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뤄지기도 하고 포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인 것이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성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쩌면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부정한 채 자연스럽게 나아가야 할 인생에서 그 한가운데에 멈춰 있는 것인지 모른다.

최적의 좌절은 우리를 건강하게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주는 대상이 내 삶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런 대상이 한 명이라고 있다면 당신의 삶은 멈춤이 아니라 좌절을 겪으며 새롭게 성장하며 끊임없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저자는 페르소나를 벗어버리고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봄으로써 내적인 욕망과 갈등을 인지하고 구별하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소망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작업은 쉽지도 않고 간단하지도 않으며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존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완성된 그림이나 목표가 아닌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평생 지속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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