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 하 - 가면의 주인
박혜진 원작, 손현경 각색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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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 나갔다. 다시금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사극이라하면 어려운 대사와 역사적 지식 배경이 부족하면 다소 지루하거나 이야기가 늘어질 수 있는데 「군주」의 경우는 휘몰아치는 전개와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수습되어 나갈지 궁금함을 자아내면서 중간 중간 책장을 덮어야 하는 나에게는 다시 펼치기까지의 시간이 참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고 술술 읽혔다.

상권에서는 세자가 가면 속에 숨어 지내게 된 자신의 정체에 대해 알아가는 자아정체기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군주란 어떤 군주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면서 이후 세자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필해 줄 주변 인물들의 등장과 거대한 검은 조직인 편수회에 관한 이야기와 세자와 대목사이의 일촉즉발의 상황들에 관한 간략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었다.

그런 상권의 이야기를 이어 받아 하권에서는 세자를 대신하여 가짜 왕의 역할을 하는 이선의 행보와 짐꽃환을 둘러싼 사건과 대비전의 음모, 그리고 더 이상은 숨은 왕이 아닌 궁으로 돌아가 진정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세자의 쉽지 않은 고난기, 가은을 둘러싼 두 남자의 질투와 연민 등 본격적인 사건들이 휘몰아치듯 전개되면서 극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그리고 일촉즉발의 사건들이 하나 하나 해결되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세자의 군주됨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으며, 진정한 리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였다.

권력이란 것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잔인한 칼날이 될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예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존재가 가벼워서 화가 났는데 이젠, 백성들에게 군주가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왕좌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제 존재가 너무 무거워 두렵습니다.
- 12p

편수회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세자는 늘 군주의 자리에 대한 가벼이 생각하지 않고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애민정신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런 그를 죽이려 하는 편수회의 대목은 그와 극명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 역시도 백성을 위해 일함을 말하는데...
권력은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무서운 것임을 또 한번 실감케 하는 대목들이 많이 나온다.

제가 두려운 건, 제가 진짜라는 확신이 없다는 겁니다. 누가 진짜 왕이고, 누가 가짜 왕입니까? 역모를 꾸미고 형을 죽인 선왕의 아들인 제가, 진짜입니까? 내 대역이 되어 대목의 꼭두각시가 된 이선이가, 가짜입니까?
그 누구도 함부로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오직 세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
- 200p

"정통성이 없다 하셨습니까? 정통성은 혈통이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지요? 백성을 위하는 저하의 마음, 그 정신이 정통성을 만드는 것이지, 저하가 적통의 세자이기에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 204p

선대왕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정통성에 혼란을 느끼며 고민하는 세자가 과연 편수회를 무너뜨리고 진정한 왕좌의 자리를 어떻게 되찾아나가는지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를 보지 못한 나이기에 하권을 읽어나가면서 숨가쁘게 진행되어가는 스토리를 어떻게 드라마에서는 그려나갔는지 배우들이 섬세한 감정표현들을 어떻게 소화해내는지 궁금해지면서 「군주」드라마가 진정으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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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왜 이래요? - 우리가 몰랐던 재밌는 인체 이야기
제라드 도텔 지음, 브누아 페루 그림, 이선민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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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체는 신비하다.'


생활하면서 위험을 느끼거나 이상이 느껴질 때는 반드시 거기에 대한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우리는 그것을 잘 감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도 많다.

그리고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우리의 몸을 더욱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기도 하고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서 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3살, 8살 두 아이는 다른 책들보다 인체백과를 좋아한다. 특히 우리 둘째는 아는 것도 아니지만 인체 그림이나 장기 등이 소개된 부분을 보면 집중을 해서 보면서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자기 나름의 언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하는데 보고 있으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우리가 몰랐던 재미있는 인체 이야기가 담긴 책이 있다.
「우리 몸이 왜 이래요?」
말 그대로 우리의 몸이 보내는 신호와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지식 그리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 그림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어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서 학습을 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간지럼을 태우면 항상 웃음이 날까?
 답은 아니란다.
간지럼은 위험한 상황을 만났을 때 놀라는 반응으로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신호라는데, 낯선 사람이 간지럼을 태우는 경우 뇌가 정보를 받게 되고 해마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 편도선에 경계해야 한다고 알려주게 되고 그럴 때 웃음이 나지 않는단다.
그리고 내 몸을 내가 간질이면 아무렇지 않다는데 이 부분을 읽고는 아이와 직접 실험해보기도 했는데 정말 반응이 없기에 신기하다며 다음 이야기들도 궁금해하며 읽어 나갔다.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어려웠던 쌍둥이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난 후 나오는 트림에 관한 부분,  피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웃음의 경우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뇌가 웃음을 감지하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게 만든다고 추측한다는 점을 보면서 아이와 그런 것같기도 하다면서 책이 재미있고 우리 몸은 참 신기하구나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계속해서 보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가 궁금해서 질문을 하여도 대답해주기 어려웠던 우리 몸의 현상이라든지 월경이나 신체변화에 관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통해 알아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나 역시도 몰랐던 때론 잘못 알았던 지식들이 「우리 몸이 왜 이래요?」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고 수정해 나가게 되면서 엄마인 내가 먼저 제대로 된 책을 골라서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탐구해 나가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알려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면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지 인지시키면서 그런 우리 몸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알려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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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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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우연하게 빌려서 읽었던 <월요일이 없는 소년> , <빨간 스웨터>
이 책을 통해 황희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되었으며, 그녀의 필력에 매료되어 팬이 되었다.

이번에 나온 「부유하는 혼」이라는 작품은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데 나에게는 수상작이 아니였더라도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선택을 해서 보려고 했던 작품이였다.

영혼을 주제로 하여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그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섬뜩함과 미스터리한 현상들을 잘 엮어나가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떤 이유로든 연결이 되어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혼에 관해서는 고대에서 부터도 논란이 되고 지금도 그 존재 여부에 대한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현상 속에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원혼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남의 몸을 빼어 그 사람인 척하고 살아가는 저쪽의 존재들이 우리들의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니, 남의 몸을 대체 어떻게 뺏는다는 것일까. 그리고 저쪽의 존재들이란 어떤 존재들을 말하는 것일까."
- 41p

내게서 떠난 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다시 시작되는 살아 있는 자들의 인연

「부유하는 혼」이라는 작품 역시 주인공이라 여겼던 인물들이 어떠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 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라 다시 다른 이의 몸을 통해 되살아나는데...

시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며느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 부모를 잃고 쫓김을 당하는 주미 자매, 젊은 시절 이름있는 작가로 명성을 날렸으니 치매를 앓으면서 기억을 잃어가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일러스트레이터 양희주, 그리고 형의 영혼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까지 복잡할 듯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든 연결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어가기에 막힘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죽은 이의 영혼이 우리들 속에 숨어 있다.
상상만으로도 섬뜩하고 무섭기도 하지만 이런 주제를 가지고 쓴 소설이 계속 끌리는 이유는 뭘까?
섬뜩함 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애환을 작품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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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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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시신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법의학 관련 소설을 좋아한다.
법의학은 법률상 문제되는 의학적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여 이를 해결함으로써 억울하게 묻힐 뻔한 죽은자의 진실을 밝혀주는데 도움을 주기에 중요한 학문 중 하나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시신들의 진실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사고사. 병사, 자살사 등 눈에 띄는 이상이 없는 사안이라 검안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넘어가는 시신을 부검해 진실을 규명하는 법의학을 주제로한 미스터리 수사물이자 일본 의료계에 만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고발성도 담고 있으면서 법의학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주인공 쓰가노 마고토 뿐 아니라 우리에게 다시금 법의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네 편의 단편적인 사건을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메세지는 한결 같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 나는 내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만 할 것이고 해가 되거나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이 선서를 실천해 나가는 한 나는 나의 삶과 의술을 향유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 선서를 어기는 순간 그 반대 운명에 치닫게 될 것입니다."

이 선언문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구분없이 모두 똑같은 환자라고 여긴다는 미국인인 조교수 캐시의 말은 의미심장하게 여겨졌으며, 우리나라 법의학자들이 모두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해준다면 죽은 자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더 많이 풀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시신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죽음에 이르렀는가. 직접 사인은 무엇인가. 자살인가 타살인가. 내가 알고 싶은 건 오직 그 뿐이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경찰 소관 아닌가? 쓸데없는 선인견을 끌고 오지 말도록."
- 55p

"어떤 환자라도 구분하지 않는다. 아니, 그걸 뛰어넘어 산자든 죽은 자든 구별하지 않는다. 자신 앞에 누워 있으면 그게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전력을 다해 치료한다.... 그것이 의료에 종사하는 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 290p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는 술에 만취한 상태로 동사한 50대 남성의 죽음,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동차에 치여 사망한 여성, 시합 중 코스를 이탈하여 머리를 부딪혀서 죽은 경정선수, 상태악화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한 미코플라스마 폐렴 환자 등 얼뜻보기에는 사건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시신해부를 통해 또 다른 진실을 밝혀나가고 있다.

사건해결보다는 이 소설에 등장인물들에 눈길이 더 가며 그들의 소신있는 태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법의학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조금씩 변화해가는 주인공 마고토, 고지식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같은 스타일이나 죽은 자의 진실규명 앞에서만큼은 양보도 없고 날카로운 메스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시신을 해부하며 검안을 하는 마쓰자키교수, 그런 그의 옆에서 보조역할을 잘 해나가는 미국인 조교수 캐시와 어딘지 모르게 어수룩한 것같지만 의문이 드는 사건앞에서는 물러남이 없는 사이타마 현경 수사 1과 고테가와형사
이 네 사람의 콤비적 활약상과 진실을 밝혀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래만에 술술 읽히면서도 법의학과 의학계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법의학 미스터리 소설물을 만나서 즐거웠다.

국내 데뷔작에 몇 편 안되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지만 문체와 서술이 막힘이 없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되면서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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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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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제목부터가 독특했다.
특정 종편 프로그램을 따서 지은 것인가?했는데 정치적인 은유도 한 방송사를 추앙하거나 깍아내릴 의도 없이 자신이 잠깐 일했던 남자 사우나 휴게실에서 정말 JTBC방송을 보는 걸 못봤기에 좀 급하게 제목을 짓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음을 시인하였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이런 위트적인 면을 많이 볼 수 있다.

'깐다빌라', '세탁물 테러' 등 사용하는 단어들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이 많았으며, 비속어와 적나라 묘사 등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보다는 소설의 재미를 높여주는 면이 있었다.

작가는 실제로 1여년동안 소설을 쓰는 대신 다른 일로 남자사우나에서 일하는 적이 있었다. 어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손태권'이라는 인물이 작가 자신은 아니였을까? 그래서인지 리얼리티한 면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주인공 '손태권'
이름이 독특해서 발차기를 해보라는 둥 놀림을 많이 당했으며, 단편 소설을 3편 쓴 소설가였다.
현실적으로는 급격하게 바닥을 찍는 통장잔고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일명 생계형 일자리가 필요해 이리저리 이력서를 넣어놓은 백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이력서를 넣었던 한 곳에서 밤늦게 연락이 오는데 그 곳은 신도시 내 부촌의 중심에 위치한 건물의 '헬라홀 피트니스'

대한민국 사회 1퍼센트에 속하는 평균 연령 65세 이상의 남자들이 자신만을 위해 마음껏 투자하는 곳인 '헬라홀 피트니스'

그곳에서의 그의 업무는 '남자사우나 매니저'로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하는 일은 허드렛일이였다.

면접이랄 것도 없이 대충 사람을 보고는 일할거냐 말거냐는 식이며, 사우나 구조를 보여주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는 팀장이 피트니스회원을 대한 모습이나 바닥에 흘린 물을 양말로 쓱쓱 닦아나가는 모습은 '인간로봇청소기'같은 이미지를 연상케했다.

"이게 기술입니다. 무엇을 하든 눈에 띄면 안됩니다. 우린 늘 이곳의 회원님들께 없는 듯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 24p

"서울에서 갑으로 살아온 노인들이 말년에 공기좋은 신도시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려온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오는 중장년층도 대부분 전문직이나 사업가죠. 다들 이 사회의 갑이죠. 그것도 어디 보통인가. 한국 사회 1퍼센트에 속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입니다....그런 당연히 여기서 일할 때 중요한 건 회원님에 대한 친절입니다."
- 29p

"우와 여기서 우리는 완전 을이네"
"무슨 소리! 우리는 여기서 을이 아닙니다. 그냥 병이예요."
- 30p

그렇다. 말이 좋아 남자사우나 매니저이지. 이름도 없이 투명인간처럼 눈에 띄지 않도록 생활하며 회원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갑을 위해 존재하는 을도 아닌 병이 였던 것이다.
회원들은 이들을 '사우나' 또는 '락카'라고 불렀다.

이들이라고 왜 불만이 없겠는가?
하지만 자신들이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이들은 자신들을 바닥이라고 여기는 그들에게 바닥처럼 보이지 싶지 않아서 작은 흠 하나 잡히고 싶지 않아서 흠 잡히고 무시 당하면 폭발할 것 같아 불만을 갖기보다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쓴다고 말하는 팀장

그의 모습에서 갑질이 문제시 되었던 사건이 떠오르고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1퍼센트의 남자들이 생활하는 헬라홀 사우나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사업실패, 학자금대출 등 빚으로 갚기위한 생계형 노동자로 이들과 대조적인 생활모습을 보인다.

헬라홀 남자 사우나 안은 양말과 수건, 운동복이 모자랄때를 빼고는 지구상 어느 곳보다 평화로웠으며, 체면치레 때문에 거친 말싸움이나 완력 다툼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기들끼리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였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1분을 넘지 않았다.

여자사우나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으로 이곳은 대한민국 1퍼센트 남자들로 갑과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이 곳에서 도드라지려 애쓰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축 늘어져 있을 수 있는 남자들의 유일한 공간으로써의 정거장같은 곳으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이면을 담고 있다.
그것은 밖에서는 화려하게 차려입고 자신을 과시하는 그들이지만 이곳에 들어오면서는 조금이라도 목이 덜 늘어진 양말이나 운동복을 찾아서 입을려고 애쓰고 돈이 없어졌다고 난리치기도 하고
락카열쇠를 매번 잃어버려 찾아달라는 이들도 있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그들은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공'
그녀는 태권의 여자친구로 유명 백화점안의 소극장에 반값연극을 하는 배우
그런 그녀가 태권과의 대화에서 전하는 메세지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게으를 권리, 게으르게 늘어질 권리, 그건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다 자연스럽게 누려야 할 권리지. 언젠가부터 우리 인간들은 그걸 죄악시하게 되었지만."
- 42p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갑질문화에 대해 해학적 표현와 감정노동의 힘겨움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면서도 웃음을 주어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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