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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 속으로 ㅣ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찰스 디킨스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이런 글을 적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신기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는 심오한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밤에 대도시를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 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p. 25)
이 위대한 대문호가 적었듯이, 모든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은 심오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의 기억은 대부분 어둡다. 그 비밀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자신의 삶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어두운 기억 속으로' 안내할 수도 있다. 물론 그 후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변화되지만.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어두운 기억 속으로』는 그 심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헤인스. 『어두운 기억속
으로』는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소설의 진행 방식은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와 유사하다. 날짜와 년도를 모두 기록하지만, 일기가 아닌 서술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은 주인공 캐서린의 심리와 행동을 1인칭 시점으로 전개하고 있어, 마치 내가 어두운 기억 속을 탐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이한 것은 『어두운 기억 속으로』가 과거와 현재를 평행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03년의 기록에서 2008년의 기록으로 넘어가다가 다시 2003년으로 돌아오는 형식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바로 '리'가 캐서린 옆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캐서린 베일리는 집안을 점검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많은 사람과 경찰을 두려워하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상담가이자 이웃친구인 스튜어트라는 남자를 만나 그것을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도중, 캐서린과 우연히 만나게 된 경찰 리 브라이트만이 스스로 그녀를 보호해 줄 것을 자처하고, 얼마 안 가 그녀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프롤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리는 여러 차례 그녀에게 폭력을 일삼다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 왜 그는 그녀를 폭행하고, 강간했을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알기 위해서 저자는 리의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자신을 속인 애인 나오미를 죽였다는 아픈 기억이다. 캐서린은 강박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리의 분노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기억은 두 사람 모두의 삶을 망가뜨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이 딜레마는 얼마 전 읽었던 헤르만 코흐의 『디너』의 그것과 유사하다. 노숙자를 폭행하여 전세계가 추적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자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라면 신고할 것인가, 묵인할 것인가? 『어두운 기억 속으로』는 질문의 유형이 다양하다. 한 약한 여성을 보호해주면서 그녀의 아픔을 건드리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과연 '보호'인가, 아니면 보호를 빙자한 괴롭힘인가? 한 쪽이 원하지 않는데 폭행하고, 강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자신의 아픔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결국 문제는 '리'였다. 그 남자와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결국 또 다시 후회의 기억으로 남으리라. 그것이 캐서린의 어두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언젠가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맞서야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