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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은 갑자기 시작된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은 그 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생의 가장 첫 부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에만 의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한다. 나는 내가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삶의 부분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르겠다. 그 시간을 되찾으려면 '나'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내 근처에 있던 수많은 '너'를 찾아서 그 허전한 부분을 메꿔야 하는 것이다.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작은 여정이다.

 

 소설은 카밀라라는 여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유이치라는 남자가 등장하면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를 띤다(이름 하나로). 언뜻 보면, 이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이 펼치는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2부 '지은'으로 넘어가면서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인물로 변한다. 카밀라의 어머니, 정지은에 관한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기 위해, 카밀라, 아니 희재는 '너'를 찾아간다. 자신의 어머니가 어떻게 자신을 세상에 보냈고,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내가 지은이었더라도 답답하고, 막막했을 것이다. 마치 실종된 아이를 찾는 기분이랄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진실과 사실로 파고들어갈수록, 소설의 내용은 점점 가빠진다. 진남에 얽힌 여러 가지 전설과 그것들과 관련된 정지은의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뒤, 희재는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리라.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카밀라가 알아낸 또 다른 사실은 그녀의 어머니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학교 내에서만 조금 알려진 시집이었지만 그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시집 속에는 어머니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감동받을 수 않을 수 없다. 카밀라는 심연 속에 숨겨져 있던 '희망'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마침내 찾았다.

 

 감성적인 작가 김연수는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적었다. "진실은 개개인의 욕망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 밝혀질 뿐"이라고. 그렇다, 진실은 감춰져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작가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내가 읽기 위해서는 그것을 간절히 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이야기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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