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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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케이블 TV에서 스치듯 본 미국드라마가 있었다. 미드 중에서도 워낙 형사물을 좋아하는 지라 여러 명의 여성들이 나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드라마가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였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그 유명한 제임스 패터슨의 동명소설 <우먼스 머더 클럽>인데 제임스 패터슨은 미국에서도 지난 10년간 최다 판매 형사물 시리즈에 1,2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우먼스 머더 클럽>도 지금까지 8편이 나왔다고 하니 그 권 수 로도 그 인기를 짐작 할 수 있다. 
 

이번에 읽은 <쓰리 데이즈>는 <우먼스 머더 클럽>의 세 번째 이야기이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부서장을 맡고 있는 린지 박서와 신문기자인 신디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수석 지방검사보인 질 번하트, 검시관인 클레어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통하는 네 명의 친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된 틀이다.

이야기는 린지가 친구 질과 산책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질과의 산책을 끝내고 린지는 3층짜리 아름다운 연립주택으로 시선을 던지게 되는데 그 순간 그 저택이 폭발해 버린다. 불길이 치솟는 위기의 순간이지만 린지는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저택에 뛰어든다. 그 곳에서 남자아이 한명을 구출해 내지만 저택엔 세 구의 시체도 함께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 된 배낭에서 ‘오거스트 스파이스’란 서명이 담긴 쪽지를 본 린지는 이 폭발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닌 누군가가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 뒤 클리프트 호텔에서 독살 된 조지 베고시언의 입에서 ‘오거스트 스파이스’라는 서명이 담긴 쪽지가 다시금 발견 되면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진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는 그 쪽지와 살해 된 사람들이 소위 잘나가던 사람이었다는 것뿐이었다. 잘나가던 인터넷 거물과 의료보험업계의 거물은 왜 살해당한 것일까? 그리고 ‘오거스트 스파이스’란 서명은 어떤 의미 일까?

‘오거스트 스파이스’의 서명부터 말하자면 그는 1986년 미국의 유명한 유혈시위인 헤이마켓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한 노동운동가 이름이다. 그는 사건의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형당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일으켰다. <쓰리 데이즈>의 범인들은 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목적과 사명을 경찰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점점 더 큰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한다.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실 폭탄테러와 독극물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국 내에서 테러를 여러 번 겪은 미국으로서는 연관된 기구를 설치하고 테러 단체와 그들이 사용하는 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아냄으로써 예방을 중요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망을 벗어난 테러가 없을 수가 없다. 폭탄제조법은 인터넷만 뒤져봐도 쉽게 나온다. 그리고 이 일은 남의 나라일 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범인들은 린지의 친구이자 신문기자인 신디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범행을 예고한다. 그리고 범인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G-8 회의에서 힘을 가진 자들이 할 일을 하라고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흘에 한번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선언도 한다. 그 와중에 <우먼스 머더 클럽>의 한 명인 질 번하트가 실종 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는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여성들이 사건을 해결해서 그런지 큰 액션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또 섹스 앤 더 시티와 CSI를 섞어 놓은 듯한 이야기라는 평가가 그럴싸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 네 명이 살인사건이나 테러사건 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또 중간 중간 그들의 우정을 확인하거나 애정문제도 같이 등장해서 사건 밖으로 잠시 눈을 돌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시리즈 초반인데 한 명이 빠지게 된 건 유감이다. 이야기의 흐름 상 작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그것도 내가 제일 매력적인 인물로 찜했던 등장인물이라 씁쓸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소개된 이야기가 8편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4편이 더 남았고 완결이 되지 않는 한 계속 나올 이 시리즈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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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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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학교 3학년인 조카는 학원에 다니느라 밤 12시가 다되어야 집에 온단다. 반 아이들이 모두 그렇기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키지 않으면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사촌언니는 말한다. 이제 겨우 15년 정도 산 아이가 하루에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다니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하지만 이 일은 내 세대 대부분도 경험했고 내 전 세대도 경험했을 일이다.
이 책 <닌자걸스>는 학업에 대한 청소년들의 부담과 심화반이라는 학교 내에서의 차별, 그 속에서 피어나는 그들의 꿈에 대해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렸을 때에 내가 읽은 청소년 소설들은 좀 우울한 내용이 많았다.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열리지  않는 문> 등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 저런 일을 겪는 걸까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앞서 말한 책들 보다는 <닌자걸스>에 가까웠다. 성적표와 대학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모든 일들이 재미있었다.

이름과는 영판 다른 외모지만 언젠가 꼭 연기자가 되는 꿈을 꾸는 은비, 꽃미남을 밝히고 작가가 꿈인 지형, 초딩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담한 체구지만 말투만은 성인 못지않게 시니컬한 소울, 백치미를 자랑하는 혜지까지 <닌자걸스>는 개성 강한 네 명의 아이들이 이끌어 간다. 중간 중간 그 아이들의 생활을 어찌나 웃기게 표현했던지 깔깔거리며 읽었다. 
 

<닌자걸스>도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답게 부모의 기대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 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꿈들을 골고루 무쳐서 우울한 이야기가 주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깨닫고 그 꿈을 위해 나아가는 강한 모습을 보여 준다. 또 심화반인 ‘모란반’의 차별을 인식하고 ‘모란반’을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우리 때도 그랬지만 공부만이 성공의 길이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들이 백 명이 있다면 재능도 백가지가 있을 텐데 너무 한 가지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쯤이면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고 재능을 발견하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엄마가 되어서 내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아직까지 길을 걷다가 같은 학교 후배들이 지나가면 꼭 내 친구 같은 기분이 든다. 그만큼 학창시절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닐까? 공부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좀 더 놀고 좀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때 정말 즐거웠다며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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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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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은 사람이라도 아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해충이 농작물을 해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농작물에 농약을 쓰는 것은 당연시 되어 왔다. 농약은 생산량과도 직결 되어 있다. 즉, 농약을 쓰지 않음으로써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생계가 곤란하게 됨은 물론 소비자들은 농작물의 공급부족으로 가격폭등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농약에 대한 폐해가 점점 알려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들이 각광 받고 있다. 가격은 보통 농작물의 몇 배가 되는 것도 있지만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 시장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여기, 농작물에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던 30여 년 전부터 무농약을 고집해온 한 사람이 있다. <기적의 사과>의 기무라 아키노리는 모두가 미쳤다고 그를 손가락질 할 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실패의 좌절 속에서 
 

기무라가 처음부터 무농약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대로 내려온 농가의 차남이었다. 사과밭에서 나온 돈으로 생활의 곤란함도 없었다. 그리고 사과에 농약을 뿌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라온 사람이었다. 그의 생각이 바뀌게 된 건 결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아내가 농약에 특히 약한 체질이라 농약을 뿌리면 다음 날 바로 앓아누웠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되는 옥수수로 생업을 바꿔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리고 휴식기간에 우연히 발견한 책 <자연농법>이라는 책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지만 사과 무농약 재배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농약을 안치고 비료를 안주니 사과나무는 점점 엉망이 되어 갔고 생활은 궁핍해져만 갔다. 온종일 해충을 잡고 사과나무에 매달려도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그의 부모님은 사돈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에 아들 기무라와 의절하고 그의 밭은 주위 농가들로 부터 고립되기도 하고 생업이 안 되니 기무라는 카바레에 나가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되면서 까지 그를 붙든 것은 무농약 사과를 재배하겠다는 그의 열정이었다. 오로지 그에겐 그 생각밖에는 없는 듯 했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로 돌아가라.

끝없는 절망 속에서 기무라는 절대 포기 하지 않았다. 한 번의 큰 고비가 있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사과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드디어 나무가 사과열매를 맺을 채비를 한 것이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정말 감동하면 말도 표정도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말 한마디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봄이라 해도 이와키 산기슭에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그 찬바람 때문이었을까, 남편의 눈에도 아내의 눈에도 어렴풋이 눈물이 어려 있었다.              p.200 

그리고 그의 사과는 판매 개시 3분 만에 매진되는 사과, 그 사과로 만든 스프를 먹으려면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신화를 이룩했다. 그만큼 자연그대로의 그의 사과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 맛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기무라는 그의 사과는 인간의 손이 아닌 자연이 키웠다고 말한다. 농약과 비료가 있기 전 상태의 흙과 미생물, 벌레나 새 등 생태계의 고리가 완전해 지면서 그것이 나무를 튼튼하게 하고 맛있는 사과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많은 생물들의 줄다리기가 더 많은 개체의 생물들을 만들어 내면서 밭의 생태계는 그의 땅을 더 탄력 있고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물론, 이 책을 보고 무농약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넓지 않은 텃밭의 고추나 콩, 깨에도 벌레 때문에 약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진정한 유기농 재배라니 얼마나 귀 솔깃해지는 제안인가.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기무라는 무농약 재배를 위해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 실험을 거듭해 왔다. 사과재배에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정말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인 것이다.

그의 길에 사과가 있었듯이 내 길 위에도 온 힘을 다해 매달릴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보가 되면 좋아” 라는 기무라의 말은 어떤 길에도 통 할 수 있는 명언이다.  

다 읽고 나니 저절로 입에 침이 고인다. 농약이 묻었을 까봐 사과 껍질을 기피하고 깊게 깎아 버렸던 나지만 오늘 만은 껍질 채 달콤한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물고 싶다. 내가 들고 있는 사과도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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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2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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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거탑>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하였다.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결국 지금까지 이른 것이다. 이번에 <하얀거탑>의 대본작가가 제중원을 소재로 한 소설을 낸다는 소식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의학 드라마를 손대다 보니 그의 관심이 더 확장 되었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곧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된다니, 그의 책을 손에 들면서 <제중원>이 유명해지기 전에 원작을 먼저 본다는 괜한 자부심으로 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하얀거탑>을 얘기할 때 합죽이가 되었던 날 회상하면서)

백정[白丁]이라는 신분은 조선시대 때 고기를 도살하거나 버드나무 가지로 바구니를 만드는 등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하여 멸시받았다. 대표적인 인물로 임꺽정이 있는데 어렸을 때 본 드라마에서 임꺽정의 울분을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아파 온다. 조선시대 때 백정은 머리도 옷도 보통 사람처럼 입을 수 없었고 예절 풍습도 남달라 그 신분을 드러내게 했다고 하니 사람으로서 참 치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제중원>의 주인공인 황정도 백정 출신이다. 황정의 모델은 실제인물인 박서양이라 하여 날 놀라게 했는데 엄격한 조선의 신분제도에서 어떻게 백정이 학교에 입학해 의사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박서양이 태어난 시기는 조선말 격변기였다. 양학이 들어오고 서양문물이 밀어 닥치면서 굳건했던 조선의 관습들이 흔들리고 있던 시기였다. 신분보다 능력이 점점 중요시 되던 시기, 이론보다 실용을 우선하여 나아가던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대대로 백정일 을 해온 소근개(후에, 황정이 됨)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의술에 관심을 갖고 죽음의 위기를 넘어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하면서 훌륭한 의사로 거듭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그 속엔 10여 년을 대립할 수밖에 없던 백도양과 황정이 흠모하는 유석란, 격동기의 조선의 정치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고종, 명성황후, 김옥균이나, 민영익, 선교사였던 알렌, 애비슨 등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중원>은 국사를 좋아하는 내게 다시 한 번 조선말의 흐름과 역사상황에 대해 짚어주어 흥미롭게 읽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영웅스토리의 이야기가 큰 재미없이 전개된다는 것에 조금 실망을 했는데 요즘 사극에서 영웅스토리가 너무 전형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뺐다는 것에 점수를 더 주지만 황정이 걸어온 길이나 위기상황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은 단면적으로 보아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인물들이 입체적이 되면 내 느낌이 달라질지도.

<허준>, <대장금>, <이제마>의 성공으로 사극에서도 의학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제중원>도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만큼 큰 성공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책을 다 덮은 지금 어서 빨리 드라마로 만들어진 <제중원>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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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1 - 이기원 장편소설
이기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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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거탑>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하였다.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닌데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결국 지금까지 이른 것이다. 이번에 <하얀거탑>의 대본작가가 제중원을 소재로 한 소설을 낸다는 소식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의학 드라마를 손대다 보니 그의 관심이 더 확장 되었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곧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된다니, 그의 책을 손에 들면서 <제중원>이 유명해지기 전에 원작을 먼저 본다는 괜한 자부심으로 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이 <하얀거탑>을 얘기할 때 합죽이가 되었던 날 회상하면서)

백정[白丁]이라는 신분은 조선시대 때 고기를 도살하거나 버드나무 가지로 바구니를 만드는 등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하여 멸시받았다. 대표적인 인물로 임꺽정이 있는데 어렸을 때 본 드라마에서 임꺽정의 울분을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아파 온다. 조선시대 때 백정은 머리도 옷도 보통 사람처럼 입을 수 없었고 예절 풍습도 남달라 그 신분을 드러내게 했다고 하니 사람으로서 참 치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하겠다.

<제중원>의 주인공인 황정도 백정 출신이다. 황정의 모델은 실제인물인 박서양이라 하여 날 놀라게 했는데 엄격한 조선의 신분제도에서 어떻게 백정이 학교에 입학해 의사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박서양이 태어난 시기는 조선말 격변기였다. 양학이 들어오고 서양문물이 밀어 닥치면서 굳건했던 조선의 관습들이 흔들리고 있던 시기였다. 신분보다 능력이 점점 중요시 되던 시기, 이론보다 실용을 우선하여 나아가던 때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대대로 백정일 을 해온 소근개(후에, 황정이 됨)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의술에 관심을 갖고 죽음의 위기를 넘어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하면서 훌륭한 의사로 거듭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그 속엔 10여 년을 대립할 수밖에 없던 백도양과 황정이 흠모하는 유석란, 격동기의 조선의 정치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고종, 명성황후, 김옥균이나, 민영익, 선교사였던 알렌, 애비슨 등 우리나라 역사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중원>은 국사를 좋아하는 내게 다시 한 번 조선말의 흐름과 역사상황에 대해 짚어주어 흥미롭게 읽기도 했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영웅스토리의 이야기가 큰 재미없이 전개된다는 것에 조금 실망을 했는데 요즘 사극에서 영웅스토리가 너무 전형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뺐다는 것에 점수를 더 주지만 황정이 걸어온 길이나 위기상황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은 단면적으로 보아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인물들이 입체적이 되면 내 느낌이 달라질지도.

<허준>, <대장금>, <이제마>의 성공으로 사극에서도 의학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제중원>도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만큼 큰 성공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책을 다 덮은 지금 어서 빨리 드라마로 만들어진 <제중원>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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