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슬라이딩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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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들을 축구단에 데려다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중 하나가 된지 꽤 오랜 된 거 같다. 헤아려 보니 2년째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학을 온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할까 봐 선택한 조치였다.

사내아이들이야 거의 다 그렇지만, 아이는 떠나온 곳에서도 축구를 매우 좋아했었다.

축구를 한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아이표정을 보면서 내 마음의 주름이 생겼다, 펴졌다 하면서 운동을 하듯 요동을 쳤다.

리그전을 후원하는 부모의 역할이 점점 무거워질 즈음, 이 책을 만났다.

 

<홈으로 슬라이딩>은 '조엘'이라는 야구를 매우 좋아하고 잘하던 여자아이가 전학을 간 새로운 중학교에서 단지 여학생이라는 이유때문에(학교의 방침은 여학생은 야구대신 소프트볼을 하게 되어 있었다)야구단에 입단을 거절당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조엘은 코치와 교장선생님, 그리고 지역의 교육감까지 적극적으로 만나서 야구와 소프트볼은 엄연히 다른 운동이라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들의 이해를 얻어내지는 못한다. 학교의 소프트볼팀에서는 계속해서 조엘을 러브콜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합법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하는 조엘의 모습은 학부모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모의 시선으로 보면 그렇게 든든하고 기특할 수가 없다.

쉬는 날에 우연히 야구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을 알게 되고, 학교의 규정을 바꿀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여자아이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여자아이들을 위한 이스턴 아이오와 여자야구리그를 꿈꾸게 된다.

전반에는 조엘의 좌충우돌 갈등기가 펼쳐지고, 뒷부분에는 용감하고도 씩씩한 여자아이들의 야구단을 결성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우정과 의리, 그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따듯한 손길들은 작은 감동을 준다.

조엘은 야구를 좋아하고 잘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여학생이다. 성적도 보통이고, 다른 아이들처럼 음악시간에는 클라리넷 연주를 걱정하는, 그리고 풀기 곤한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는 든든한 오빠에게 의지라는 그런 여자아이. 그러나, 조엘에게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만 자신이 가장 행복한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조엘의 모습은 내가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원하는 바로 그 모습이다.

다만,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사회교육적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과연 우리 아이에게는 어떻게 해 주어야할 지 고민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저 쉬고만 싶은 주말에 내 스케줄이 아닌 아이의 스케줄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때때로 귀찮음을 넘어서는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하던 참이다.

이 참에 만난 '조엘'의 이야기는 아들의 축구세계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조엘 주변의 어른들처럼 적극적인 스폰서의 자세는 못되도 파이팅! 정도는 외쳐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시험기간이면 축구장에 가려는 아이와 실갱이하기도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의 우리 아들또래의 학생들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사는지...부럽고 그저 미안하다.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넘길려고 했는데, 이국에 대한 동경심을 키울까 싶어 살짝 염려가 스친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현명한 아이니까 조엘의 용기를 배우겠지...

한 때, 잠깐 슬럼프에 빠졌었던 아들에게 아래의 글귀를 들려줘야겠다.

'관심을 갖는 한, 기적은 언제나 가능하다. 특히 열심히 애쓰고 스스로를 믿을 때 말이다'(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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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큐 여행 - 국어교사 한상우의
한상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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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자전거가 세 대 있다. 노란색, 빨간색, 그리고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 이렇게.

우리 가족은 4명이고, 모두 자기만의 자전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그런 계산법이 가능하냐고?

일급비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제 와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얼추 얘기가 되지 않나..

배낭여행, 도보여행, 기차여행, 유람선, 통통배, 관광버스, 택시, 트럭, 승용차, 비행기..

정말 운송수단으로 가능한 모든 것들, 그리고 여행의 형태로 가능한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없건만, 유일하게 못해 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전거여행이다. 아니, 여행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하루코스로 나들이 다녀오는 하이킹 한번 해보는 것이 한 때는 간절한 소원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자, 이쯤해서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얼마만큼 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자전거 여행이 주는 미덕은 무엇일까?

차를 타고서 훌쩍 지나쳐 버릴 것을, 남들은 미처 만나지 못했을 나만의 풍경을 만나는 것.

바람과 따스한 햇살과 여행의 냄새를 온 몸의 세포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좀 더 낮은 시선으로 더 가까이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낡아버린 자전거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세 개의 방학을 모아서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길에 대한 같은 기억을 간직한 자전거에게 이 글을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단 한마디다.

'자연에 몸 맡겨 자연을 닮아가는 삶이, 시간은 더뎌도 가장 감칠맛나는 삶 '이라고 자전거 다큐 여행을 마무리지은 것처럼, 비록 삶은 한바탕 연극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느끼는 감상을 깊은 사유로 갈무리하는 그의 몸짓은 읽는 이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박하면서도 편하게 다가오는 글들이 가득하다.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 말해주듯이 곳곳에 적절한 표현들이 재미나고, 학생들을 향한 사랑의 표현인 양, 이 나라 지나온 자리 곳곳에 은살이 닿는 곳마다 정확하고도 깔끔한 안내들이 친절하다.

역사적 장소나 이미 널리 알려진 장소에 대한 자전거 바퀴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굳이 아동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를 찾은 그의 발길이 고맙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개인적으로 참 고마웠다.

편한 승용차가 아닌, 이동수단과 기꺼이 한 몸이 되어 달리는 자전거를 선택한 저자의 마음이 청년의 기상, 고대로 글귀에 드러나 그의 글을 만나는 시간 내내 청춘의 향기, 그 푸르름이 느껴졌다.

페이지를 장식하는 손톱크기의 자전거 무늬가 아니었다면, 자전거 여행임을 암시하는 몇 개의 문장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자전거 다큐 여행'이라고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자전거 여행에 방점을 찍고 그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면, 작은 아쉬움이 들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시선과 마음이 따뜻한,  삶을 성실하고도 열심히 살아가는 한 청년의 여행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공감이 일어날 것이다.

아마도 이 공감은 저절로 자전거 여행에 대한 동경을 불러올지도....

 

 

줄긋다 : 아내는 생명을 낳고, 성인으로 기르며, 남편을 깨닫게 한다.

                  (삼국유사의 '원왕생가'이야기-광덕과 엄장과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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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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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열심히 읽었던 서영은님의 소식을 들은 지가 가뭇하다. 아마도 김동리선생 사후 유산문제로 자녀들과의 소송건이 여성잡지를 바쁘게 했던 그 기억 이후로부터 단절된 채 잊고 있었던 거 같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가 뭐야? 지명이야? 커피이름이야?

스페인의 한 지방이름이란다. 프랑스 남부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까지 이르는 길이 순례자들의 길로 이름을 얻기 시작한 것은 예수의 제자 야곱의 흔적이 발견되고부터다.

문학판에서도 이미 산티아고와 관련된 책은 다양한 저자와 내요으로 여러 권 출간이 된 걸로 알고 있다.

여행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산티아고에 대한 빈번한 주변의 관심은 언젠가는 산티아고를 만나겠지, 막연한 마음으로 이어졌는데..., 그 산티아고를 서영은님이 다녀오셨단다. 그 동안의 오랜 침묵을 깨고. 더군다나 유언장을 남긴 채.

지금 젊은치들은 가수 서영은은 알아도 원로 소설가 서영은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영은의 작품을 아끼는 삼십 후반 이후의 여성독자에게는 아주 깊게 각인되어 있는 작가이다. 

김동리의 영향도 무시못하겠지만, 서영은님의 소설에는 구도자의 고뇌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 걸로 기억한다. 하물며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도 구도자의 모습으로 착각할 정도로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게 그려지고는 했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사랑을 구도의 길로 승화하지 않았나 나는 내심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외로웠으리라. 보편의 시각에서 이해받지 못한 외로움이 그녀로 하여금 길로 나서게 했으리라. 섣부른 짐작을 했다.

이십대 시절, 극심한 가치관의 혼란과 애린의 상처로 고통받던 시절, 단골서점의 불이 꺼질 때까지 내 손에 들려있었던 것은 모두 다 그녀의 책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또 치유할 수 있었다. 해서 난 나의 이십대를 기억할 때, 늘 서영은님을 같이 떠올리곤 한다.

이 책을 만난 반가움을 얘기하다 보니 내 얘기가 더 길어졌다.

이 책은 그러니까 기존의 그녀의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련의 여행기와도 다르다. 바로 세상 것을 모두 버린 채 길을 나선 순례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에서 저자는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길,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을 걷기, 걷는 자에게 보여주는 화살표, 저자에게 있어서는 하나님의 영성을 만나는 길이 되어주기까지의 그 여정에 대해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지하게 저자만의 깊이있는 언어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은 모두가 사실이다. 더하거나 보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썼다고 말한다.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길이 부르기 전에 혼돈의 시간에 대해서 쓰고 있고, 2부에서는 길 위에서의 모든 체험과 느낌, 그리고 풍경을 그리고 있으며, 3부에서는 하나님의 영성을 만난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것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노란화살표가 그려진 돌, 나무, 숲, 나무문, 기둥, 담 ....저자가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 보면 절로 차분해지면서 그 길에 선 순례자의 묵묵한 발걸음이 떠오르게 된다. 책의 3분의 1쯤 지났나..갑자기 나타난 저자의 모습이 화들짝 반갑다..사람의 모습이 산티아고 길의 한 풍경처럼 또 그렇게 자연스러워서 내심 안심이 되었다.(저자의 건강하고 담백한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생각보다 얇지 않은 책,  내용의 차분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몰입도는 뛰어나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침에 무거운 몸으로 눈을 뜨는 것,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하는 것, 빗속에서도 꿋꿋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 산티아고 여정에서는 알레르겔(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가까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다. 이 모든 것을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나는 같이 그 자리, 그 공간에 저자와 함께 한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비가 내렸다. 뉴스에서는 모처럼의 긴 휴일이라서 나들이 인파가 많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창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노란화살표와 함께 한 시간은 내게는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거의 그녀의 육성과도 가까운 개인의 기록에 다름이 아니기에, 보통의 여행서처럼 다채로운 사진이나, 소소한 에피소드를 읽는 즐거움, 혹은 감성적인 사유를 통해 얻어지는 가벼우면서도 반짝거리는 재미를 기대하지는 마시라.

그러나, 그녀를 마음 속 깊이 담아두고 있는 나와 같은 독자들은 꽤 반가운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나는 만족한다. 아, 천주교인들에게는 이 여정이 좀더 의미있게 다가가줄 것도 같다. 기독교인인 저자가 걷는 내내 지팡이기도를 드리는 것, 도착한 곳의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사뭇 은혜롭다. 산티아고 여행을 꿈꾸는 내 친구 클라우디아에게는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산티아고가 말해주는 노란 화살표를 그 시작으로 하여 신께서 그녀에게 준 사명의 길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 앞으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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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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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태어날 때부터 금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났으니, 그 이름은 세자라.

그러나, 크나큰 기대와 기쁨속에서 태어났어도 미래는 알 수 없으니, 거친 정쟁 틈에서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던 불운의 세자가 있었으니,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가 바로 그들이다.

 

병자호란의 역사는 조선시대 가장 굴욕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상처다.

어린 시절, 병자호란으로 인해 머리속에 각인되었던 장면은 인조의 무릎꿇었던 치욕스러운 모습과 봉림대군의 늠름한 모습이다.

당시 읽었던 책이 무엇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봉림대군의 왕위 승계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왕재로 그려져 있던 기억이 뚜렷하다. 반면 그의 형, 소현세자는 병약하고 우유부단하고 심약하여 당시 어려웠던 조선을 이끌어갈 만한 재목이 되지 못하게 느껴져 그 존재가 희미할 뿐이었다.

 

가려졌고 감추어졌던 역사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재조명되고 그것의 가치나 위상이 재정립되는 시기가 필연코 오기 마련이다.

사도세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당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조명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오인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 것은 현재와 내일을 관통하는 잣대가 되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소현세자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한 거 같다.

사학계의 흐름을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사실들을 전복시켜 주는 사학계의 다양한 움직임들은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임을 간접적으로 웅변한다.

 

약소국의 세자였던 소현세자의 한많은 삶과 이어지는  의문의 죽음은 단지 의문으로만 남은 채, 소현의 행적은 사실 내게 그다지 궁금한 역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간략하나마 자연스럽게 재조명되는 소현을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접함으로써, 절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알게 된 사실들은 매우 안타깝고도 가슴아픈 역사적 사실들이었다.

가장 최근에 접했던 소현과 세자빈 강빈의 모습은 어떻게든 조선으로 돌아와 부국강병하고자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활기차면서도 살아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한 때 몹시 몰입했던 작가인 김인숙님의 손길로 태어난 <소현>은 적국에 잡힌 인질의 몸으로서 7년의 세월 동안(이 책에서는 귀국전 2년의 세월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내와 고독과 두려움의 세월과 싸워야 했던 처절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는 세자로서의 고뇌와 한편으로는 한 인간으로서, 아들로서, 아버지로서의 고뇌와 아픔을 함께 다루고 있다.

조선의 인조를 세우고, 소현을 세자로 세웠던 명이 다시 흥하여 조선도 부국강병하여 청을 무너뜨리고자 하였건만, 그 명이 오히려 청에 망하고 그 댓가로 인질의 몸에서 드디어 풀려나 그토록이나 그리워했던 조선땅을 밟았건만,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질이라는 병으로 숨을 거두게 되고 만다.

 

사실 이 책에서 처음 기대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소현의 의문의 죽음을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소설적 기법으로 형상화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저자도 고백했지만, 단지 몇 줄의 역사적 기록으로 남은 그의 죽음의 근거로 소설화한다는 것은 너무 부담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소현>에서 저자가 그려낸 소현세자의 고뇌와 고통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당시 조선의 상황이 너무 아프고 또 아파서 어쩌면 너무 흥미 위주로 내가 소현을 대하지 않았나 죄송스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

 

올 봄은 참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음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추웠다.

이 봄에 만난 소현은 적국에서 이와 같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았으리라. 물설고 말설고 낯설은 적국의 땅.

앉은 자리, 선 자리 그 어느 곳도 편하지 않았던 곳.

그래도 마음 깊은 곳에 조선을 사랑하고, 꿈을 키우고, 조국의 미래를 염려했던 세자의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시리다.

 

이제 와서 지나간 역사를 돌이킬 수는 없고, 다만 우리는 조선의 역사에 소현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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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 사랑을 품다 - 윤후명 문학 그림집
윤후명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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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는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단지 제목에 끌려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심도 사랑을 품다>는 위에 언급한 어떤 경우도 아닌 오로지 윤후명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그러나, 지심도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내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는 작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 검색해 보니 의외로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도 내가 저자를 잘 알고 있다고, 그리고 내심 좋아하는 작가의 카테고리에 분류했던 것은 팔색조와 그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전해져 왔던 결혼소식이었던 거 같다. 

이름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모방송의 단막극에서 접했던 팔색조는 생각보다 더 깊이 감성을 건드렸던 거 같다.

이 후 여성잡지에 실린 저자의 혼인소식은 단막극에서 받았던 느낌과 겹쳐지며 작가의 직업이 운명적이라는 이미지로 내게는 정리되었다.

작가라는 직업이 운명적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겠는가..또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가....

 

<지심도 사랑을 품다>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책이다.

2009년 여름에 경남 거제시의 거제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 지심도' 전의 일환으로 기획, 발간되었다.

단지, 오로지 마음뿐이라는 지심도가 품고 있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책에는 그 이야기가 동화로, 시로, 소설로, 채색화로,,,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채롭게 형상화되어 있다.

윤후명님의 맑고 순수하고 깊이있으면서 철학적인 글들은 각 장르별로 색다른 재미를 우리에게 준다.

엉겅퀴, 팔색조, 깊은 숲, 나무, 바다, 붉은 동백 등이 그려진 그림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 튀어나와 보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떨어지는 묘한 감동을 준다.

 

전체적으로 묘한 책이다. 문학 그림집.. 문학과 그림이 살아 있는 집...

윤후명님은 뒷부분에 에세이 형식으로 문학인생으로 살아온 삶을 담담히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이력이 문학 그림집이라는 타이틀에 다 들어 있다.

시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고, 12년이 흐른 후, 소설로 문학세계를 다시 연 저자는 이제는 그림의 세계에 매혹되고 있다고 한다.

'늙어서도 젊어 있는 삶'의 자세로, 붙는 글을 쓰고자 했던 그의 글쓰기가 지향하는 것은...그것은 바로 진실과 사랑이라고 단지 마음뿐인 지심도에서 온 마음을 모아 우리에게 들려 준다.

 

"세월은 어느 것 하나 숨겨놓을 수 없는 세태가 되었다.

마음 속에 숨겨 가지고 있기보다는 드러내놓고 자랑을 해야만 하는 노출증의 시대가 된 것이다.

자기 마음에 섬 하나를 갖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공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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