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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다큐 여행 - 국어교사 한상우의
한상우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에는 자전거가 세 대 있다. 노란색, 빨간색, 그리고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 이렇게.
우리 가족은 4명이고, 모두 자기만의 자전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그런 계산법이 가능하냐고?
일급비밀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이제 와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얼추 얘기가 되지 않나..
배낭여행, 도보여행, 기차여행, 유람선, 통통배, 관광버스, 택시, 트럭, 승용차, 비행기..
정말 운송수단으로 가능한 모든 것들, 그리고 여행의 형태로 가능한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없건만, 유일하게 못해 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전거여행이다. 아니, 여행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하루코스로 나들이 다녀오는 하이킹 한번 해보는 것이 한 때는 간절한 소원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자, 이쯤해서 이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얼마만큼 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자전거 여행이 주는 미덕은 무엇일까?
차를 타고서 훌쩍 지나쳐 버릴 것을, 남들은 미처 만나지 못했을 나만의 풍경을 만나는 것.
바람과 따스한 햇살과 여행의 냄새를 온 몸의 세포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좀 더 낮은 시선으로 더 가까이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낡아버린 자전거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세 개의 방학을 모아서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길에 대한 같은 기억을 간직한 자전거에게 이 글을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단 한마디다.
'자연에 몸 맡겨 자연을 닮아가는 삶이, 시간은 더뎌도 가장 감칠맛나는 삶 '이라고 자전거 다큐 여행을 마무리지은 것처럼, 비록 삶은 한바탕 연극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느끼는 감상을 깊은 사유로 갈무리하는 그의 몸짓은 읽는 이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박하면서도 편하게 다가오는 글들이 가득하다.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 말해주듯이 곳곳에 적절한 표현들이 재미나고, 학생들을 향한 사랑의 표현인 양, 이 나라 지나온 자리 곳곳에 은살이 닿는 곳마다 정확하고도 깔끔한 안내들이 친절하다.
역사적 장소나 이미 널리 알려진 장소에 대한 자전거 바퀴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굳이 아동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생가를 찾은 그의 발길이 고맙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개인적으로 참 고마웠다.
편한 승용차가 아닌, 이동수단과 기꺼이 한 몸이 되어 달리는 자전거를 선택한 저자의 마음이 청년의 기상, 고대로 글귀에 드러나 그의 글을 만나는 시간 내내 청춘의 향기, 그 푸르름이 느껴졌다.
페이지를 장식하는 손톱크기의 자전거 무늬가 아니었다면, 자전거 여행임을 암시하는 몇 개의 문장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자전거 다큐 여행'이라고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자전거 여행에 방점을 찍고 그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면, 작은 아쉬움이 들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시선과 마음이 따뜻한, 삶을 성실하고도 열심히 살아가는 한 청년의 여행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많은 부분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공감이 일어날 것이다.
아마도 이 공감은 저절로 자전거 여행에 대한 동경을 불러올지도....
줄긋다 : 아내는 생명을 낳고, 성인으로 기르며, 남편을 깨닫게 한다.
(삼국유사의 '원왕생가'이야기-광덕과 엄장과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