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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솔로지 - 믹솔로지스트 김봉하의 칵테일 레시피
김봉하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12월
품절


1990년대 쯤일 것이다. 내가 처음 칵테일바를 가게 된 것은.
‘칵테일쇼’ 라는 흥청 흥청 신나고 즐거운 쇼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호프나 로바다야끼, 소주방 등 그저 술을 먹기 위해 존재하는 곳은 많았지만, 손님들을 위한 특별한 볼거리를 준비해 두고 있다고 하여, 서울의 곳곳에 분점을 낼 정도로 유명한, 기존의 ‘술집’과는 조금 다른 그런 곳이었다. 그 곳의 바텐더들은 가끔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현란한 ‘쇼’를 보여주기도 했었다.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 찾게 되는 그 곳에서 불과 얼음과 알록달록 다양한 술, 음료를 섞어 만드는 독특한 칵테일은 그렇게 기쁜 날을 빛나게 해줄 반짝거림을 가지고 있었다.

작년 연말에 책 시상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시상식 중간 중간에 공연이 첨가되었는데, 그 때 ‘ 믹솔로지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봉하씨를 만나게 되었다. 엥? 그게 대체 뭐하는 직업인게냐... 하고 궁금했는데, 그가 하는 것을 보자하니 현란함과 화려함을 빼고 유머와 담백함, 여유가 들어간 칵테일 쇼였다. 본인에게는 듣기 싫은 말일지 모르겠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니 보통의 사람인 내가 이해할 수 있는건 딱 그만큼이었다. 1990년대 가본 그 곳에서 본 쇼를 기억으로 바텐더의 다른 말인가? 그런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무엇인가 끊임없이 마시는 우리의 일상 속에 늘 존재했던, 그러나 무심코 지나쳤던 음료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p15)

<믹솔로지>는 바텐더와 혼동할 수 있는 ‘믹솔로지스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발간된 책이다. 믹솔로지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입문서일수도 있고, 굳이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집에서 술을 마셔도 좀 분위기 있고, 모양내서 마시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입문서의 개념으로, 음료를 섞을 때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 소개와 믹솔로지스트로서 필요한 자세,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기술 소개, 지금 활약하고 있는 믹솔로지스트와의 인터뷰, 다양한 바 등을 담고 있다. 사이 사이에 현재 믹솔로지스트로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칵테일을 직업으로서든, 혹은 호기심을 가지고 잠깐의 관심으로서든 대할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쉽게 씌여져 있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이 어딨겟냐만은 화려하고 겉멋만 가득할 것이라 여겼던 칵테일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항상 노력하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한 심오한 직업이었구나 새롭게 보게 되었다. 그가 만든 칵테일이 맛깔나는 사진으로 담겨 있는데, 대중적으로 유명한 피나콜라다나 마가리타, 모히토, 블랙 러시안, 준 벅과 같은 것도 있지만, 처음으로 접해본 것이 다수이다. 유기농 재료, 신선한 과일, 그리고 한국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과 믹스하여 새로운, 그러면서도 건강을 생각한 칵테일도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분자 칵테일’이라는 것이다. 요즘 분자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데, 칵테일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소재였다는게 참 신기했다.
그러면서 음료를 단순히 섞기만 하고, 쇼적인 요소를 추가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믹솔로지스트라는 것은 예술로 승화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와 같은 평가를 받아도 되는 직업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새롭고 독특한 칵테일을 만나고 싶다면, 새로운 직업에 대해 알고 싶다면, 또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믹솔로지>를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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