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묻다 - 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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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나는 바르셀로나에 있었다. 구엘 공원에도 가고,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가로등도, 건물도 보고, 아직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도 봤다. 도시 전체가 가우디의 숨결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 곳에서 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한사람이 이렇게 도시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인가? 시간, 공간을 초월하고, 거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의 넋을 놓게 만드는 이 건축물의 한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가우디의 작품은 예술 작품인가? 그저 건물일까? 와 같은.

그리고 일년 뒤 <건축을 묻다>를 통해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건축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혹 나의 질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책을 펼쳐든다. 

‘건축은 무엇인가?’ 에서 시작된 질문은 시공을 거슬러 올라 고대 그리스, 르네상스 시대까지 연결된다. 원래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거슬러 올라 역사라는 것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나보다. 저기 먼 옛날부터 내려오던 것, 고서 속에 그 명칭이 적혀 있으니까 증거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 보인다.

그리고 단순히 건축은 무엇인가?에서 시작되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적 의미를 찾던 작업이, 시간적으로 점점 현대가 되면서 그 기능과 용도에 대해, 그리고 ‘건축이 이미 예술에 포함되었다’라는 답을 얻은 후에는 러시아, 프랑스, 영국, 한국, 이탈리아... 전 세계를 넘나들며 ‘건축’의 변화상을 탐구하게 된다. 

건축은 무엇인가? 건축은 예술인가?

용도는 무엇인가? 기능은 무엇인가? 공간은 무엇인가? 건축의 가치는 무엇인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질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답을 찾는 중 다른 질문이 떠오르면 또 다시 답을 찾고... 질문은 또 다른 질문으로 바꾸어 보기도 하며 끝없이 생각한다.

그에 따라 르코르뷔지에, 토니 가르니에, 조셉 팩스턴, 한네스 마이어, 그로피우스 등 평생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언급되어도, 사회주의가 어떻고 기능주의가 어떻다고 얘기를 해도 솔직히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난 이제껏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으니까...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인솔자가 자신이 가려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 주어서 그런지 내가 가진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길을 잃고 헤매진 않는다. 아니, 어쩌면 같은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고문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p204 ‘건축은 예술이다’ 라는 문장이 성립되는 데는 긴 노정이 필요했다. ‘ 건축은 공간을 다룬다 ’ 는 문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단순하지는 않았다.

인솔자를 따라 이정도까지 오면, 한숨을 내쉬며 슬쩍 웃음이 날지 모르겠다.

어느덧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전개됐나... 싶은 마음에 말이다. 그렇게 긴 노정을 함께 한 후에는 이해되지는 않아도 무언가 내 마음 속에 답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분명 이 책은 읽을 만하다.

‘건축의 존재 이유는 공간을 통해 인간의 생활을 재조직하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건축의 의미고 가치다 ’

p282 성장하는 십대에게 철지난 옷이 맞지 않는 것처럼 지어진 건물은 변화, 진화하는 사회에 맞지 않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론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 세계를 누비며,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아우르며, 우리는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건축이란 변화무쌍한 것이며, 건축에 한계는 없다고. 건축은 이미 예술에 속해 있었고, 현대에 와서 ‘건축’을 다른 것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어떤 의미를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건축은 모든 부분과 그물처럼 연관을 맺으며 변화하여 갈 것이다. 맨 처음부터 저자는 이미 답을 우리에게 이야기해놓고, 모른척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건축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p19 예술, 기술, 기능, 공간, 사회, 역사, 도시. 이들은 모두 건축과 그물처럼 연관을 맺고 있다.

저자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하여 건축의 의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듯 나 역시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것이 내가 건축학도가 아님에도 이 책을 읽어낸 이유다. 

p 322 이제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주어를 새로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이의 몫이다. 주어를 선택하는 순간 대답의 책임은 자신의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의 의미도.

건축에 대한 어떤 궁금증이 생겼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그리고 자신만의 대답을 찾는 여정에 동참해 보시길 권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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