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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평점 :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 파격적인 작품으로 대만 문단에 혜성같이 나타나 돌풍을 일으킨 작가 천쉐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작가의 작품 중 마천대루가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다,
잘 몰랐지만 이미 유명 배우 주연으로 드라마 되어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원작 소설이라는 설명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켰던 작품이었다.
범죄 미스터리 드라마로 만들어진 만큼 여기서도 살인이 나온다.
모두가 사랑했고 누구나 그녀의 친절함과 상냥함을 칭찬했던 초절정 미모의 소유자인 카페 매니저 중메이바오가 기괴한 모습으로 살해당한다.
그리고 소설은 사건해결 중심의 전개 방식이 아닌... 그녀 주위의 사람이나 그녀의 죽음에 약간이라도 연관이 된 사람들을 탐문수사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대화하는 형식으로 되어있고 그 대화 속에서 메이바오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늠케해준다.
탐문에 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한 그녀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면서도 상냥하고 카페일에 열심인 평범한 사람이라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단지 누구나 입을 모아 말할 만큼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라는 것만 뺀다면...
그녀를 보기 위해서 카페를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은 만큼 용의자도 많을 수밖에 없지만 경찰은 그녀가 사는 곳인 마천대루의 CCTV나 방문 기록 등을 토대로 몇 명의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할수록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 외에도 몰래 만나고 있었던 유부남, 그리고 배다른 동생과 또 다른 남자의 정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녀는 희대의 악녀가 되고 심지어는 돈을 받고 서비스를 파는 콜걸이 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녀는 더 이상 모두에게 사랑받고 선망받았던 그때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그녀가 사람들에게 허락한 만큼 외엔 아무것도 몰랐다는 현실을 깨달으며 사건은 해결되지만 그녀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 자신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현재의 삶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원하는 걸 찾기 위해 사람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한순간의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한 삶을 살고 누군가는 사고의 충격으로 집 밖은 한 걸음도 나서지 못한 채 스스로를 제한된 삶에 묶어놓고 삶을 허비하고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엄청난 노력을 통해 평생을 원하던 삶을 살지만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는 결정을 한 채 고민을 거듭한다.
지상 45층의 고층 빌딩인 만큼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진짜 속내를 터놓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가 메이바오처럼 닮아있어 쓸쓸하게 느껴졌다.
죽은 메이바오 역시 누구에게도 자신이 속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 삶을 제대로 피우기도 전에 으스러져가는 모습은 그녀의 미모만큼이나 속절없고 부질없어서 더욱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범인을 잡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피해자와 그 주변 인물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더 초점을 맞춰서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