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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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본성과 욕망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것인가...'

이젠 너무나 유명한 한강의 이 작품을 읽고 든 생각이다.

 

이 작품은 책의 제목인 <채식주의자>,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몽고반점>, <나무 불꽃>세 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3편 각기 다른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세 이야기의 중심에는 영혜가 있다. 영혜를 바라보는 세 인물-남편,형부,언니-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그로인해 분출되는 폭력성, 예술을 향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 그것의 적나라한 모습, 이런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본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1부 <채식주의자>, 세상이 자신에게 가한 폭력과 또 자기 안에 존재하는 폭력성에 육식을 거부하고 더 나아가 식물이 되고 싶어 온 몸으로 저항하는 영혜를 보며 카프카<변신>의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잠자가 생각이 났다. 어느 날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게 된 영혜가 겹쳐지면서 왜 영혜는 육식을 거부하게 되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왜 잠자는 벌레가 되었을까'를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소외된 삶을 살았던 잠자가 벌레가 되었듯이 세상의 폭력과 자신의 내부에 잠재된 폭력에 거부하는 몸짓으로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 잠자와 영혜의 삶을 향한 몸무림이 처절하지만 결국엔 죽음으로 귀결됨을 보며 인간 실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한 순간 이 이미지는 그에게로 왔다."

2부 <몽고반점>의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 작가에게 한 순간 갑자기 다가온 그 이미지, 예술가에겐 정말 이런 순간이 있는 것인가. 얼마나 강렬하기에 그것이 아니면 절대 안되는 예술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가족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추락하는 것일까!  예술이 불러오는 광기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한 순간의 허상인가.

예술을 향한 인간의 광적인 욕망과 윤리적 가치가 결여된 예술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예술은 도덕적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고지식하고 무식한 내가 예술과 인간에 대해 어쭙잖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술을 향한 광기, 그러나 있을 수 있는 세계이기에 난 영혜의 형부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3부<나무 불꽃>에서는 언니인 인혜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위해 살아왔던 인혜. 그런 인혜에게 남편과 동생의 불륜-어디까지나 인혜의 입장에서-은 충격 그 자체이다. 동생은 식물이 되겠다하고 남편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술을 선택했다.

동생과 남편의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행위로 인해 인혜는 상처받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동생 영혜와 남편은 가해자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인혜는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과연 맞는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타인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산 인혜의 삶 또한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일종의 삶이 주는 고통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었나 싶은 것이다. 혼자 남은 인혜는 그들을 이해해 보려고도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살아가야 할 삶의 무게도 너무나 버겁다. 그저 이 모든 것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이 그녀를 일으켜 세울 뿐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지금 어떻게 이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그 대담함과 무모함이 놀라울 뿐이다. 십여 년 전 영상으로 우연히 보게 된 여배우 몸에 그려진 화투 같은 꽃그림을 보며 예술을 가장한 음란 영화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소문난대로 이 작품은 불쾌하고 역겨우며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이 좋은 점은 그 안에서 별의별 인간을 다 만나게 된다는데 있고 그러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인간도 없다는 점이다. 인간을 만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

끔찍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아름답고 절제있게 느껴지는 건 한강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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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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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독재에 의해 실패한 러시아 혁명을 비판한 우화. 그러나 지금 읽어도 생명력 있는 책이다.

전체주의 독재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권력을 비판하고 그에 맞서는 오웰의 사상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스탈린의 독재, 공산주의를 비판 했다고 반공문학으로 한 때 우리나라에서 많이 읽도록 권장되었지만, 오웰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도 많이 비판했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 평등을 해치는 모든 전체주의 권력을 폭로하고 풍자, 우리가 오웰의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는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에서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이 되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 의식, 곧 불의(不義)에 대한 의식이다" 라고 하면서 <동물 농장>은 자신의 이런 글쓰기를 '의식하면서 쓴 첫 소설'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자 노력하고 그것을 글로 남겨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꿨던 조지 오웰, 그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메세지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유효할 것이다.

이제 빅 브라더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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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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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없는 말도 하고 적당히 거짓말도 해가며 살아야 편한 세상,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어 인간 실존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세상에서 뫼르소가 겪는 부조리한 상황들을 보며,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할까‘ 생각했다. 내안의 뫼르소를 찾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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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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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펼친 책이 묵직한 주제로 머리와 가슴을 채운다. 다양한 예술작품과 사회,문화 속 여러 이슈들을 통해 우리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고민한다. 6장 ˝행복하게˝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로 끝나는데,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을 위해 죽음을 생각하라는 ‘메멘토 모리‘와 내일이 아닌 현재에 집중하라는 ‘카르페 디엠‘ 의 지혜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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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랑의 서 - 작가의 밀애, 책 속의 밀어
섀넌 매케나 슈미트.조니 렌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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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제목은 <Writers between the covers> 이다. 제목처럼 작가들의 은밀한 삶과 사랑을 들여다보는 그야말로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글 제목은 <미친사랑의 서>. 미친! 미친 사랑이다.

수많은 걸작을 쓴 작가들의 사랑이 얼마나 파격적이었기에 '미친'이라는 단어를 썼을까...평범한 사람들보다 좀 더 바람피고 살짝 문란한 정도였겠지... 싶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이렇게 찌질하고 추잡하며 더럽고 너덜너덜 할 수가!

바람피는 건 그야말로 귀염둥이,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소설가들이 어찌 이리도 사람의 마음에, 그것도 가장 가까운 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싶었다.

 

이 책에 나오는 101명의 문인들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단 한 명의 최악을 꼽으라 하면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다. 바로 "해도 해도 너무한 남자" 노먼 메일러!

처음 듣는 작가인데, 전쟁을 생생히 묘사한 작품들로 퓰리처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명 작가였다. 툭하면 여자에게 주먹을 날리기 일수였고, 수많은 여자들을 후리고 다니며 여자를 비하하는 저속한 막말을 서슴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의 폭력성이 극에 달하는 사건은 두번 째 부인의 배와 등을 칼로 찌른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폭력 행위를 저지르고도 조현병 진단을 받고 보호 감찰 5년 이라는, 저지른 범죄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니 속에서 열불이 났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건 이런 쓰레기 같은 그에게 여자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마나 잘 생겼기에 그런가 싶어 사진을 찾아 보니 그다지 잘 생기지도 않았고 내 눈엔 딱 쥐상이었다.

"내가 뭐에 홀려서 저런 늙고, 살찌고, 목청 크고,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난봉꾼에게 푹 빠졌을까?"

6번 째 부인 노리스 처치가 69세의 남편이 8년 동안 자신을 속이고 바람을 펴 왔다는 사실을 알고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여자도 이혼했는가 봤더니 서로의 병상을 지켜주며 33년을 해로했다니 이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이 무엇인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벌거벗은 자와 죽은 자>는 꼭 읽어 보고 싶다. 개인적인 삶보다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 예술가라는 직업의 덕을 톡톡히 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계약결혼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와 보부와르의 유치한 연애 경쟁, 음담패설을 편지로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제임스 조이스와 부인 노라 바너클, "이제부터 온갖 음탕한 짓은 다 해보겠다"고 대놓고 선언한 바이런(이 사람은 정말 잘생기긴 했다), 문란한 성생활과 그 중 자신의 경험을 <보봐리 부인>에 재현한 플로베르, 자신의 아내를 정신병원에 넣은 T.S.엘리엇, 겉으로는 금욕적인 삶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아내를 계속 임신시키고 그런 아내에게 차갑게 대했던 톨스토이,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뻔한 스콧 피츠제랄드와 젤다, 성공작들이 나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었다는 바람둥이 찌질남 헤밍웨이, 임신한 아내의 모습에 "아! 떠올리기도 싫다. 구역질 나서."라고 말한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 철저한 이중 생활로 자신의 이미지만 중시, 위선적인 삶을 산 찰스 디킨스 등... <위대한 유산>같은 따뜻한 소설을 쓴 디킨스가 어떻게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그토록 비열하고 찌질할 수가 있는지...이 부분은 슬프기까지 했다.

 

이런 막장 러브스토리 속에서도 인생의 동반자로서 끈끈하고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준 커플도 있다. 20개월 간의 연애 기간 중 무려 574통의 편지를 주고 받은 시인 엘리자베스와 로버트 브라우닝 부부, 정신발작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었던 버지니아 울프를 위해 부부관계도 포기하고 늘 아내 곁을 지키며 남편 겸 보호자, 문학적 조언자 역할까지 한 레너드 울프의 헌신은 사랑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101명 문인들의 내밀한 사랑이야기.

좋아하는 작가에게 실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작품까지 읽기 싫어지는 부작용이 올 수는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인간의 본성은 원래 이런 것임을 생각해 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작가들이기에 온갖 인간 군상들이 나오는 소설을 창작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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