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부, 꽃이 되다 ㅣ 한림아동문학선
임화선 지음, 김삼현 그림 / 한림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지금은 서민 음식으로 손꼽히는 두부가
과거 조선시대에는 양반들만 먹을 수 있는 최고급 음식이었다니~
책장을 넘기며 의외로 글귀에 눈이 번쩍!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두부의 형체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따스한 글과 그림에 마음을 뺐겼던 시간..
두부, 꽃이 되다
임화선 글 김삼현 그림
개인적으로 역사 관련 동화를 선호하는지라 이 책을 보았을때
' 이건 읽어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게다가 출판사가 '한림'
이건 미리보기로 훑어 보지않아도 믿음으로 택할 수 있는 책!
역시나 책을 받아들고 페이지는 첫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며 본문 속에 쏘옥~ 빠져드는 것이
오랫만에 초등 최신본을 읽게 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죠.
조선의 부녀자들이 두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정묘하다. 칙서가 이르거든
왕이 다시 영리한 여자 10여 인을 뽑아서 반찬, 음식, 두부 등을 만드는 것을 익히게 하여
경사(京師)로 딸려 보내도록 하라
『세종실록』 66권중에서
이처럼 우리나라는 명나라 황제의 칭송을 받을 만큼 두부 만드는 실력이 빼어났지만
두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아 있지 않아요. 이에 임화선 작가는 『세종실록』에 적힌
찬녀의 흔적을 보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두부, 꽃이 되다』 이 한권에 담았다 하네요.
한구절로 시작된 궁금증이 작가님의 관심을 자극해 한권의 동화로 태어난
『두부, 꽃이 되다』는 지금껏 읽었던 그 어떤 역사관련 동화보다 현실성 있게 느껴졌던건
'두부'라는 우리 식생활과 완전 밀접한 식재료가
이야기 소재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맷손이 없어졌어요."
조포사(두부를 만드는 곳)인 신동사에서 두부를 만드는 12살 연수는 아버지를 여의고,
명나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열심히 두부를 만들며 다시 만날 날을 그립니다.
"두부 맛이 야무지지 못하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랬나 보구나."
신동사를 자주 찾는 홍순택 대감의 한마디에 생각 없이 두부를 만들던 연수는 정신을 차리게 되고
곁에서 함께 두부를 만드는 원재 스님의 전수 기술에 좌절도 했다가 다시 힘을 내어 두부 만드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쏟게 됩니다.
절에서 만난 만식이의 일탈에 연수도 덩달아 산 밑으로 도망쳤다가 다시 되돌아 온 일.
홍대감의 손자 유성이의 배앓이에 두부를 약으로 슬기롭게 이용한 일.
산에서 나는 붉나무 열매(염부자)를 찧어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간수로 사용해 두부를 만든 일.
연수의 잘못으로 두부를 제때 만들지 못해 원재스님이 매를 맞은 일 등등
동화 안에서의 여러 사건들이 두부를 둘러싸고 스릴있게 펼쳐집니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흔하게 살 수 있는,
아니 어쩔때는 그 영양 만점의 두부를 지겨워 상 한켠에 슬쩍 밀어 놓고 못본척 했던 음식으로인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쩔쩔매는 사연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시대를 잘 만나 쉽게 만나다보니 소중함을 몰랐던 두부에 대한 귀함이 절실히 느껴지는
동화 한 권이었습니다.
한마디 원망도 없이 명나라로 떠나간 어머니를 떳떳하게 만나기 위해
두부를 정성껏 만드는 연수의 모습에
책읽는 내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마트 폰의 매력에 빠져사는 이 시대의 스피디한 아이들이
두부를 만들기위해 좋은 콩을 고르고 간수를 준비하고 적절한 시간만큼 콩을 불리는 연수의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함께 느낄 수 있을지 ,,
함께 느껴주고 연수의 노고에 공감만 하여도
이 책을 읽히는 나의 바람에 부합될 듯 한데~^^
저는 이제껏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로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맷손'이라는 단어까지 알게 되었네요.
또 '조포사, 연포회'등의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되어 우리 말의 무한함을 작품을 통해
익힐 수 있어 어휘력 또한 늘릴 수 있구나~ 새삼 방대한 우리 말의 깊이를 맛볼 수 있었답니다.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말이기에
'국어가 뭐가 어렵겠어?'
나의 어리석음에 채찍질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속깊은 주인공의 마음만큼이나 알아가야할 것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네요.
"두부 말이다. 모든 사람이 맛있다고 칭찬할 만한 두부를 만들거라.
그러면 엄마도 만날 수 있고 네 재주도 가지게 될 터이니……"
부두러운 듯 단단한 두부.
우리가 어떻게 조리하냐에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듯
나만의 재능 또한 갈고 닦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거 알고 있겠지요?
두부 만드는 훌륭한 기술로 출세나 돈을 벌기위한 사사로운 이득을 바라지않은 연수는
만인의 음식으로 태어나 많은 사람의 허기를 채워줄 공양식으로
세상에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지요.
"두부에는 다섯 가지 덕이 있으니,
부드러움이 첫 번째 덕이요,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함이 두 번째 덕이요,
반듯함이 세 번째 덕이요,
몸을 깨끗이 해 주는 깨끗함이 네 번째 덕이요,
먹기 편하고 소박한 검소함이 다섯 번째 덕이라!."
두부가 선비처럼 느껴지는 홍대감의 시조처럼
몽글몽글 두부 꽃이 책 읽는 아이들의 마음 속에도 피어나길!
본 서평은 한림출판사에서 제공된 서적으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