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관하여 -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뉴욕 목수의 이야기
마크 엘리슨 지음, 정윤미 옮김 / 북스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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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관하여>의 저자 마크 엘리슨을 사람들은 '뉴욕 최고의 목수'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집은 짓는 40년 동안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걸작이라고 감탄한 계단을 만들었고, 최근 10년을 대표하는 아파트 '스카이하우스'를 지었으며, 유명인 데이비드 보위, 로빈 윌리엄스, 우디 앨런의 집도 그 작품이다.

우리들처럼 마크 엘리슨도 태어날 때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는 '성실함, 결단력, 대담함, 남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 자립심, 낙천적인 마음, 때로는 고집스러움이라는 내면의 특성을 결합해 의지라는 것을 만들었(p. 24)'던 어머니 영향을 받아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품고 자랐다.

목수라는 직업을 복잡한 퍼즐을 맞추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어떤 부조리에도 좌절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은 똑같은 작업이 한 번도 없었고, 다음 일은 어떤 작업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목수 일을 죽을 때까지 해도 좋다고 여겼다.

그의 천직인 목수 40년 인생은 신념, 재능, 연습, 수학과 언어, 부조리, 집중과 의도, 역량, 관용, 두려움과 실패, 우정과 죽음, 건축과 예술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완벽에 관하여>는 인생을 개척한 이야기이고, 스스로 잘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저자가 건네는 영감과 조언이기도 하다.


좋은 목수와 훌륭한 목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훌륭한 목수를 만난 적이 없으니 질문을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괜찮은 목수와 좋은 목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라고. 그의 대답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내가 어릴 때 무서워하던 것들과 현재 나를 괴롭히는 걱정거리를 잘 섞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p. 240)'

일상적이지 않은 것을 만드는 일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망치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이 하면 되지 뭐... ' 하지만 기회는 언제나 두려움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는 사람이 차지했다.

모든 일을 가능한 한 '완벽'하게 해 내라는 것이 저자가 만난 좋은 선생님들이 강조한 교훈이었다. 완벽이야말로 추구할 만한 유일한 가치이고 목표다. 하지만 완벽함에 이르기 위해 또 하나 넘어서야 할 건 실패, 무너짐, 약점, 오류를 함부로 조롱해서도 두려워해서도 안된다는 교훈이다.


나는 한 곳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마쳤다. 직장을 옮기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분명 두려움이었다. 그렇더라도 그다지 불만은 없는 것이 한 직장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부분 새로운 일이었다.

대부분 자료가 없어 새로 만들어야 했다. 선례가 없으면 불안하고 두렵기 마련인데 그만큼 해냈을 때 성취감은 몇 배 그 이상이었다. 지금도 내가 몸담았던 곳을 지나칠 때면 내 것도 아닌데 내 것인 양 속으로 뽐내며 웃음을 짓는다.


태어날 때 우는 건 낯섦에 대한 두려움일 거다. 죽을 때, 그때까지 두려움 가운데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생에서 완벽을 추구하지만 실패를 맛본다. 실패를 맛볼 기회를 얻었던 건 두려움을 극복하고 완벽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실패가 주는 건 배움으로 들어가는 열쇠다.

내가 이 책에서 읽은,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짓는 목수 마크 엘리슨이 얻은 깨달음은...

'모든 실수는 하나의 문과 같다.
열쇠는 실수 뒤에 숨겨져 있다. (p.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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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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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는 왜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다룬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일탈은 해적질, 노예 무역, 시신 도굴, 살인, 동물 학대, 윤리 위반, 스파이 활동, 심리적 고문, 증거 조작 등 다양하다.

왜 좋은 과학자가 나쁜 짓을 할까? 이들 과학자들은 평범한 범죄자와 어떻게 다를까? 또 자신의 죄를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할까?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몰입하다 보니 윤리 문제나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것 정도는 무시하기도 한다. 과학은 항상 옳은 것이라는 함정에 빠져 과학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이유가 된다.

'에디슨의 팀은 교류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으로 결국 개 44마리, 송아지 6마리, 말 2마리를 죽였다. 에디슨은 심지어 실험 대상으로 쓰려고 서커스 코끼리까지 수배했는데, 이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자 크게 실망했다. (...) 에디슨에게는 한 가지 희망이 남아 있었다. 직류를 살리려면 교류와 죽음 사이의 관계를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분명하게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었다. (p. 165)'

우리가 아는 발명왕 에디슨 맞다. 에디슨은 교류를 '사형 집행인의 전류 the executioner's current'라고 부르며 사형 집행에 사용할 최초의 전기의자를 만든다. 아무 고통 없이 죽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켐러의 사형집행은 고통 속에서 처참하게 이루어졌다.

'물론 공중보건국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고결한 것으로 여겼다. 터스키기의 일부 남성들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하게 인정했지만, 대다수 일반 대중에게는 이 연구에서 얻은 지식이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피험자의 고통을 고결한 희생으로 포장했다. (p. 223)'

흑인 남성 400명을 대상으로 매독의 후기 단계 진행 과정을 연구했다. 공중보건국 의사들은 이 실험을 위해 불과 8일 만에 페니실린으로 매독 치료를 할 수 있었음에도 터스키기의 흑인 환자들을 방치해 매독균이 활개 치도록 방치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과학 지식을 발견하는 과정이 비윤리적이었다고 해서 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그것이 이미 희생된 사람들을 더 존중하는 것일까? 죽기 직전의 사람을 앞에 두고 내버려둬야 하나? 간단하지 않다.

게다가 윤리적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한다. 역사학자들은 갈릴레이와 뉴턴, 베르누이, 돌턴, 멘델을 비롯해 많은 과학자가 오늘날의 번듯한 연구소에서 그랬더라면 모두 해고되고도 남았을 방식으로 실험 결과와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은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훌륭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은 인성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 5)'

새로운 과학적 돌파구에는 항상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가 뒤따른다. 또한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과학의 힘은 커진다. 이를 감안하면 아인슈타인의 통찰과 같이 과학자들이 지성에만 의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과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은 인성뿐이다. 처음부터 윤리를 염두에 두도록 해 일이 시작되기 전에 성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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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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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며칠 전 아내와 집에서 영화 두 편을 봤다. 내가 인생 영화로 꼽는 <미드나잇 인 파리>보며 왜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을 아름다운 시절로 여기지 않고 과거를 더 동경하는지를 생각하며 비 오는 파리에 흠뻑 빠졌다.

아내도 인생 영화가 있다고 해서 <어바웃 타임>을 내친김에 이어서 봤다. 오래전에 본 탓인지 '이런 장면이 있었어?'란 말을 여러 차례 서로 주고받았다.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까? 풉~ 우리 부부는 역시 속물... 돈 벌 궁리부터 했다.


<영화관에 간 철학>은 30년, 영화로 철학 강의를 이어온 중년의 철학자 김성환이 철학이라는 창으로 영화를 들여다본 이야기다. 22편 영화 속에서 인생과 세상을 읽으며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난다.

알다시피 <어바웃 타임>에서 아빠는 팀의 스무 살 생일에 시간 여행 능력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그 능력을 '우리 속물 부부'처럼 돈을 위해 쓰지 말라도 충고한다. 팀의 아빠는 책을 읽는데 썼고, 팀은 사랑을 위해 쓴다. 김성환 교수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봤을까? 철학이란 프레임을 통해서...

'<어바웃 타임>은 서로 마주 보는 사랑 영화다.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도 들어 있다. (p. 66)'

서로 마주 보는 사랑, 그 사랑은 감정의 배타적 인정이어서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인정의 반대가 무시이기 때문에 무시를 느끼는 것보다는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이 소중하다.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삶의 지혜(sophia)를 사랑하고 추구하는(philos) 철학(philosophia)이라고 소크라테스가 알려준다.

팀과 메리의 사랑 감정, 메리가 셋째 아이를 갖자고 할 때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는 팀과 아버지 사이의 사랑에 '마주 보는', '함께 같은 쪽을 보는' 두 가지 사랑이 모두 들어있다.


저자는 '매트릭스 3부작'에서 요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심란한 우리들에게 '우리가 왜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지'를 사유하자고 한다. 앞서 얘기한 사랑 이야기, <어벤져스>에서 재미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지, <기생충>에서는 헤겔의 개별, 특수, 보편 개념과 의미를, <변호인>, <대부>, <그랑블루>에서 각각 나와 타인, 나와 가족,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배트맨 3부작'에서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윤리 이론,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그리고 샌델의 공동선 이론까지 모두 풀어낸다. 책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


'<영화관에 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 문제가 하나 있다. 인간이 이성의 동물이냐 감정의 동물이냐는 것이다.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나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쪽에 손을 든다. (p. 277)'

아내와 함께 본 <어바웃 타임>을 비롯해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다시 본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이라면 틀로 보게 될듯하다. 또 아내 이런 말을 주고받겠지. 마치 처음 보는 영화인 듯... "이런 대사가 있었어?"

'"저는 평생 세 남자만 사랑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쌀쌀맞은 사람이었으니 남은 건 데스몬드 아저씨, 비비 킹, 그리고 여기 젊은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따뜻하고 착합니다. 제 인생에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게 없지만 제 아들의 아버지인 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p. 73, 74)'

팀의 결혼식에서 아버지 한 말이다. 어제 다시 본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에 관한 SF 영화가 아니고 가족의 사랑을 다룬 처음 보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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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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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40년,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돌 하나를 집어 들고 생각했다. 내가 이 돌을 반으로 자르고 또 자르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스스로 대답했다. '아니다!' 자르고 자르다 보면 더 이상 반으로 자를 수 없게 될 것이라 믿었다. 뉴턴은 왜 사과가 떨어지는지 궁금했다.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수께끼투성이다. 달은 왜 떠있는지,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기는 어떻게 만드는지, 태양을 언제까지 뜨거울 건지, 지진은 왜 발생하는지, 우리 인류는 언제 어떻게 등장했는지,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읽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 35년 동안 무려 열일곱 권의 과학 소설과 교양서를 집필한 마커스 초운은 양자 컴퓨터 강연을 앞두고 과학의 심오한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현대 과학의 모든 개념과 사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가지 핵심적인 과학적 사실에서 시작하면 서로 연결된 다양한 과학적 개념과 사실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p. 267)'

이 책 <지금 과학>에서 마커스 초운은 중력, 지구 온난화, 양자이론, 진화론, 블랙홀, 양자컴퓨터, 힉스장, 빅뱅 등 스물한 개의 과학 주제를 핵심이 되는 과학적 사실 한 가지로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인류 문명의 종말을 위협하는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이것은 사실 이제껏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자연 현상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온실가스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는 지각판의 이동과 충돌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강력한 온실가스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지각판 밑으로 들어간다. 이 자연현상 덕분에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위험 수준으로 누적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대략 20와트의 전력으로 일을 해낸다. 20만 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는 슈퍼컴퓨터에 비하면 에너지 효율이 만 배나 된다.

만약 양자 컴퓨터가 현실화된다면 그 계산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우주의 나이보다 오랜 시간 동안 계산해 얻어낼 수 있는 답을 순식간에 내놓을 테니 말이다.

과학은 어제가 없는 날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대략 138억 2,000만 년 전에 우리가 빅뱅이라고 부르는 불덩어리 속에서 모든 물질, 에너지, 공간은 물론이고 심지어 시간까지 폭발하듯이 탄생했다. 불덩어리가 팽창하여 냉각된 잔해가 응결되면서 2조 개에 달하는 은하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수도 그중 하나이다. (p. 232)'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 낸 말이 '사회에 나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일 거야. 내가 과학 전공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과학을 포기했다. 과연 그럴까? 과학,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까?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이 상식이 된 시대다. 이 책을 옮긴 이덕환 교수는 과학 상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할 경우 상상을 넘어서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짜 뉴스에 속게 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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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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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집 구경하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연신 감탄하며 자신의 소망을 담기까지 한다.
"오~ 저 집 좋은데? 저건 좀 아쉽다. 나 같으면 이렇게 꾸밀 텐데."
마지막 말에 부아가 난다.
"우린 언제 저런 집에 살아볼까?'
미안함도 슬쩍 마음 한편에 자리해 한마디 한다.
"실제 살아보면 불편할 거야. 청소는 어떻게 할 건데. 저 높이 있는 전등은 누가 갈아. 벌레도 많을 것 같고... "
'신 포도임 분명하다'라는 생각을 강요함으로써 아내가 잠시 꿈꾸는 상상의 세계를 단박에 박살 내버린다.


<건축가가 지은 집>은 정성갑 건축가가 <행복이 가득한 집>의 칼럼 '건축가가 지은 집'에 연재된 집 가운데 여러 건축가와 건축주가 지은 집 스무 채의 이야기와 집과 건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묶은 '건축 탐구집'이다.

'누군가를 만나 내가 꿈꾸는 걸 원 없이 이야기하고 그에 기반한 결과물을 총체적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는 집 짓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일상을 직조하는 고도의 비스포크라고 할까요? (p. 6)'

조병수 건축가는 몸이 좀 불편하더라도 잘 보고 잘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믿고 그런 것을 땅집에 채웠다. 김학중 건축가는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을 줄여 자연에 더 내주었다. 자연은 집주인에게 편안하고 느긋한 일상을 선물했다.

유경희 미술 평론가에게 집은 시적詩的이어야 했다. 그런 공간에서 책을 읽는 것이 그에게 최고의 사치이자 럭셔리다. 고경애 작가는 집에 가만히 않아 빛 좇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 햇볕과 바람이 꼭 있어야 했다.

정원이 있는 사람에게 4월은 손이 바쁘다. 그런 탓에 사업가 김상태·이애라 부부도 4월이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건축가가 세심하게 신경 써 지은 집에 살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이 달라진다. 시간의 질은 생활의 질, 마음의 질과도 같은 말이다. (p. 153)'
유주화 대표의 파주 집이 살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그런 곳이다.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니 좋은 사람들이 곁으로 온다.

건축가에겐 "이런 공간은 꼭 필요해요"라는 말만큼이나 "이런 공간은 없어도 돼요"라고 과감히 뺄셈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업가 유수현의 은평 한옥이 뺄셈의 미학이 완성된 곳이다. 꼭 머물고 싶은 곳, 그곳은 부티크 스테이라 할만한 이대규, 김우상 건축가가 오롯이 마음을 쏟아 지은 고성 '서로재'다.


'공간과 시간은 서로 붙어 있어 한쪽이 행복하면 다른 한쪽도 덩달아 행복해지지요. 좋은 공간에서는 자동으로 좋은 시간이 만들어집니다. (p. 6)'

'건축가가 지은' '행복이 가득한 집', 남의 집을 돌아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게다가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본다면 관심과 흥미가 더해질 테고 아내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집이란 공간이 시간과 붙어있기에...

집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쌓인다. 시간도 쌓인다. 아내도 남의 집 구경을 하며 벽돌도 쌓고 이야기도 쌓고, 시간도 쌓아가며 마음속으로 집을 짓는다. 집 앞 마당을 가꾸듯 일상도 채워 넣는다. 그 집은 아내만의 특별함이 담겨있다. 그 집에 친구도 이웃도 놀러 온다. 아내가 가진 냄새와 색깔로 덧칠해가는 집. 그곳에서 아내는 남편의 '신 포도 이야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생의 한 챕터를 완성하고는 손가락에 침을 묻히고 그 챕터를 넘긴다.

'집에 머물면서 거실과 마당에 쏟아지는 빛만 보고 있어도 행복이 차오른다는 분이 많았지요. 내게 꼭 맞는 집이 생기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소박해지고 단순해집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그저 집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면 충분하다는 생각. 그러다 보면 더 이상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내 집에서 건강하고 가치있게 살 계획을 하게 되지요. 비로소 매 순간 온전히 나로 사는 챕터가 시작되는 겁니다. (p.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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