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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평점 :
수많은 문장들이 나의 마음을 흔든다. 그 문장들이 내 속에 들어와 주인공 상수가 되기도 하고 경애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그들의 마음을 읽어가다보니 내 마음도 아려온다. 소설 속에 너무 깊이 빠져버려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소설 경애의 마음은 주인공 경애의 마음일까, 공경하고 사랑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의 "경애(敬愛)"하는 마음일까. 중요한 건 지금 이 시대에 경애의 마음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고, 급작스러운 폭우로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사망해도 한낱 뉴스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모두들 자기 일에만 관심이 있고 열심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경애는, 상수는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나 여기있어,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어. 나 좀 바라봐 줘."라면서.
주인공 경애는 어릴 적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친구를 화재로 떠나보냈다. 술집에 드나드는 미성년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그 아픔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런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열어준 사람은 대학 때 만난 선배, 산주. 그러나 그는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런데도 잊지 못하고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는다. 회사에서는 부당 해고에 대한 파업을 하다 자신의 성희롱 신고로 희지부지 되어버린다. 무엇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겪으며 자존감은 낮아질데로 낮아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랑했었던 마음하나 버리지 않고 모두 가지고.
경애는 머리 감는 일조차 힘들 정도로 마음이 다치는 일을 여러번 겪으면서 단단해지고 성장하나보다.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고 매번 다시 일어서는 경애를 보며 나의 다친 마음이 위로받는 것을 느낀다. 변하지 않는 세상, 바뀌지 않는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꿋꿋이 살아가는 경애, 사람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경애. 나도 그렇게 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구도 상처받지 않은 채 순하게 살 수 있는 순간은 삶에서 언제 찾아올까.
p.135
다른 듯 비슷한 또 한명의 주인공 상수는 경애보다 순수하다. 조금씩 경애와 가까워지고 여러 경로를 통해 경애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제 일처럼 고민하고 걱정하며 속앓이를 한다. 답답해 보이기도 하는 상수의 행동들에 진심이 담겨 있어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낭만이 사라진 이 시대에 낭만 같은 순수함을 지닌 상수가 잘 되기를.
이 소설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은근한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