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반달 그림책
허정윤 지음, 고정순 그림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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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처럼 귀여운 강아지가 63일이라는 컨테이너 위에서 옮겨지다 똑하고 떨어진다. 떨어진 강아지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컨테이너 63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표지에 숨겨진 의미가 궁금해서 얼른 책을 펼쳐보았다.



63일의 의미는 강아지들의 평균 임신기간을 뜻했다. 작고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판매자는 팔리는 강아지를 만들어낸다. 63일이라는 강아지 임신 기간도 줄여서 더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이 만들어 낸다.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그렇게.



턱이 어긋나거나 털이 부실한 강아지는 고치거나 버린다. 빠르고 쉽게 만들어진 만큼 쓸모가 없으면 사라진다.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 같은 강아지는 경매로 팔린다. 조금 불량인 강아지는 한 데 모아 상자째 팔린다.


더 많이 팔기 위해, 더 많이 벌기 위해 강아지 공장에서는 강아지를 만들어낸다. 만들어지는 과정에 강아지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 않고 판매자들은 열심히 일한다. 무표정으로 일만 한다.

<63일>은 만들어지는 강아지의 진실을 담은 그림책이다. 인형 같은 강아지들은 아무런 힘이 없고 선택권도 없이 생산되고 옮겨지고 버려진다. 그저 장난감처럼 쉽게 사고팔고 버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강아지 공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업는 나는 이 책을 읽고 경악했고 슬펐다. 인간의 욕심이 이렇게 잔인한 일을 만들어내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동물들이 진열장 위에 전시되고 보이고 드러나다 보니 아이들이 지나가다 보고 애완동물을 사달라고 조른다며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을 기르는 일은 돈을 주고 사는 구매의 행위가 아닌 가족으로 입양하는 개념에서 시작되며, 무한한 사랑과 책임과 수고가 동반되는 일이다. 장난감 고르듯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 인해 강아지 공장이 생겨나고 소중한 생명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더는 우리의 이기심으로 작은 생명들이 아파하지 않기를, 잘못된 방식이 바로잡아지기를, 애완동물을 집에 들이는 일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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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간 도깨비 킨더랜드 지식놀이터
송혜정 지음, 지우 그림 / 킨더랜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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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가 있다. 그 동요의 가사처럼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아이들이 보면 딱 좋을 그림책이 <방송국에 간 도깨비>이다.



도깨비들이 모여사는 도깨비 마을에 도깨비 학교가 있다. 선생님 도깨비는 학생 도깨비들에게 인간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것을 가져오는 조별 과제를 주었다. 도깨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조를 이루어 교실을 떠나자 똘비, 소비, 뚱비만 남게 되었다. 셋은 한 조가 되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다. PC방, 카페, 역, 지하철을 둘러보고 가장 재밌어 보이는 텔레비전을 가지고 돌아갔지만 켜지지 않았다. 전파가 터지지 않아서 텔레비전이 먹통이 된 걸 알게 된 도깨비 삼총사는 방송국을 찾아간다.


도깨비 삼총사는 방송국 견학홀, 구내식당, 스튜디오, 대기실을 둘러보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배우고 역할을 나누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셋이 함께 만든 도깨비 마을 뉴스,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는 도깨비 친구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선생님 도깨비의 상을 받는다. TV 속 주인공이 되는 재미를 맛본 도깨비 삼총사는 계속해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다.

<방송국에 간 도깨비>는 도깨비들을 따라 방송국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방송국에서 하는 일을 관찰할 수 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각종 프로그램 제작 과정도 배울 수 있다. TV 프로그램을 제작 과정에 많은 사람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텔레비전은 참 볼거리가 많은 물건이다. 재미와 정보, 즐거움과 유익을 제공한다. 막연히 텔레비전 속에 나오고 싶다는 꿈을 넘어, 직접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방송을 만드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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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반달 그림책
김영경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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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호수처럼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반달출판사에서 나온 김영경 작가의 <작은 꽃> 그림책이다.

표지만 보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파란색 아이가 들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을 바라보는 분홍색 아이가 있다는 걸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랗고 빨간 벽 위에서 파란색 아이가 손을 내밀어 작은 꽃을 집고 있는 모습이 꽤 강렬하다.

그런데 표지를 계속 보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겨났다. 파란색 아이는 어디에서 작은 꽃을 발견한 걸까? 분홍색 아이는 왜 파란색 아이의 손바닥만큼 작은 걸까? 파란색 아이가 잡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등. 파란 아이와 분홍 아이 그리고 노란색 작은 꽃의 이야기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쳤다.


파란 아이는 벽돌로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다. 쌓는 성의 크기만큼 자신도 자란다. 그렇게 쌓은 성에 갇힌 파란 아이에게 분홍색 작은 아이가 노란색 작은 꽃을 건넨다. 파란 아이는 그 꽃을 받아서 벽돌 위에 두고 다시 성을 쌓는다. 그러다 벽돌 위에 놓인 작은 꽃을 보게 되고, 작은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 즐거움을 찾아 새로운 경험 속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성에서 빠져나온 파란 아이는 분홍색 작은 아이를 따라 작은 꽃들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식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해바라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자기 성의 벽돌을 옮겨 분홍색 작은 아이가 해바라기를 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든 일을 계기로 파란 아이는 자기만의 성을 부수고 분홍색 작은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성을 짓는다.

이 책은 그림으로 된 그림책이다.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보듯 천천히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글이 없어도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며 자신만의 성을 부수고 세상으로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만의 성을 쌓는 일도, 그 성을 넘어 밖으로 나오는 일도 딱딱하고 거칠어 보이는데 <작은 꽃> 그림책은 작은 노란 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알을 깨는 어마어마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건넨 작은 배려 혹은 삶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 알던 파란 아이가 작은 꽃을 통해 즐거움을 맛보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삶에 지쳐 소소한 행복조차 느낄 수 없을 때 <작은 꽃>을 읽으면 다시 삶의 작은 즐거움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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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윤미나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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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이라는 나이는 절대 가볍지 않다. 세상이 요구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짊어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무거운 나이이다. 한마디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벌여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38살이 다 일과 사랑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38살, 아직도 연애 중입니다> 도서는 38살에도 여전히 사랑과 일에서 헤매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38살이 되면서 그녀가 결혼하지 못한 이유를 돌아보며 결혼 적령기인 30대에 만났던 남자들을 곱씹어 보는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성격이 모나지도, 눈이 매우 높지도, 바람이 난 것도 아닌데 솔로가 되어버렸다. 대체 왜 헤어졌는지, 왜 지금까지 미혼으로 지내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과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 이불 킥 하며 나이 먹는 걸 초조해했던 내 과거가 생각나면서 말이다.



윤미나 저자는 30대에 꾸준히 연애를 했지만 결론은 이별이었다. 나이 차이, 사주팔자, 불치병. 그녀를 결혼하지 못하게 막은 방해물이다. 평범하지 않은 저자의 연애담을 읽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작은 위로를 받기도 한다.



너무 연애가 안되어서 답답하신 분들께 이런 연애담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고,

일에 치여 회사만 오가는 분들께 새로운 선택지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고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 큰 분들께 부담감을 내려놓고 여유를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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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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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기 전 카렌 블릭센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카렌 블릭센도 모르는 내가 카렌 블릭센을 이야기하고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에세이인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도서를 펼치게 된 이유는 광활한 아프리카 사진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는 언제나 호기심의 나라이기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에세이는 늘 나의 관심을 이끈다.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다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 아니냐고 묻겠으나, 지루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 영화를 보지 못했고 그저 책으로 읽는 아프리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고 해두겠다. 그리하여 아프리카에 꽂혀 헤밍웨이도 칭찬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나는 몰랐던, 덴마크 출신의 여성작가 카렌 블릭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에는 저자 김해선이 카렌 블릭센을 찾아 서울에서 케냐로, 케냐에서 덴마크로 떠나는 여정이 담겨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 블릭센 뮤지엄에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소설의 구석구석과 아프리카에서 지낸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덴마크 룽스테드의 카렌 블릭센 뮤지엄에서는 <바베트의 만찬> 소설의 배경과 작가 카렌 블릭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아프리카에서든 덴마크에서든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사는 여인이었다.

먼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들여다보자면, 카렌 블릭센은 커피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로 왔으나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농장마저 망해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여성 작가이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에서 지낸 17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책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담았고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로맨스에 치우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비해 원작 소설은 카렌 블릭센이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아프리카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하대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했으며 농장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베풀기를 멈추지 않은 여인이었다. 카렌 블릭센이 편견 없이 아프리카를 대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랑한 마음이 글이 되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농장이 망하여 팔리게 되자 카렌 블릭센은 덴마크로 넘어와 어머니와 함께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게 된다. 겨울인 덴마크에서 아프리카의 여름을 기억하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집필하고, 덴마크의 겨울을 보내며 <바베트의 만찬>을 출간한다. <바베트의 만찬> 소설은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되자 마을 사람들에게 만찬을 대접하는 이야기이다. 바베트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지만 그녀로서는 자신의 예술을 담은 요리를 한껏 펼치고 싶었기에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바베트의 선택에서 카렌 블릭센의 삶이 보인다. 실패로 가득 찬 카렌 블릭센의 삶이지만 무모해 보이는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사랑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에서 보낸 힘들고 버거웠지만 그리운 감정을 글쓰기로 달랬으며, 예술적 열정을 글쓰기로 불태웠다. 몇 번이고 좌절하고 나락에 빠질만한 실패를 겪었지만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문학이고 소설이었으며 그녀의 소설은 곧 그녀 자신이었다.

첫인상은 바뀌는 법이다. 특히 상대방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그에 대한 장점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면, 몰랐던 장점이 눈에 쏙 들어오는 경험을 하며 달라 보이게 된다. 이 책은 카렌 블릭센이라는 여성 작가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 알려줌으로써 그녀의 작품까지 새롭게 보이도록 이끈다. 몰라서 혹은 선입견으로 지나쳐버린 두 작품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바베트의 만찬>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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