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김해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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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기 전 카렌 블릭센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카렌 블릭센도 모르는 내가 카렌 블릭센을 이야기하고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에세이인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 도서를 펼치게 된 이유는 광활한 아프리카 사진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는 언제나 호기심의 나라이기에 아프리카를 다녀온 에세이는 늘 나의 관심을 이끈다.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다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 아니냐고 묻겠으나, 지루해 보이는 느낌이 들어 영화를 보지 못했고 그저 책으로 읽는 아프리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고 해두겠다. 그리하여 아프리카에 꽂혀 헤밍웨이도 칭찬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나는 몰랐던, 덴마크 출신의 여성작가 카렌 블릭센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후회 없이 사랑했던, 카렌 블릭센을 만나다>에는 저자 김해선이 카렌 블릭센을 찾아 서울에서 케냐로, 케냐에서 덴마크로 떠나는 여정이 담겨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 블릭센 뮤지엄에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소설의 구석구석과 아프리카에서 지낸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덴마크 룽스테드의 카렌 블릭센 뮤지엄에서는 <바베트의 만찬> 소설의 배경과 작가 카렌 블릭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아프리카에서든 덴마크에서든 후회 없이 사랑하며 사는 여인이었다.

먼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들여다보자면, 카렌 블릭센은 커피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로 왔으나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농장마저 망해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여성 작가이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에서 지낸 17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책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담았고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로맨스에 치우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비해 원작 소설은 카렌 블릭센이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아프리카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하대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했으며 농장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베풀기를 멈추지 않은 여인이었다. 카렌 블릭센이 편견 없이 아프리카를 대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랑한 마음이 글이 되어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농장이 망하여 팔리게 되자 카렌 블릭센은 덴마크로 넘어와 어머니와 함께 살며 글쓰기에 전념하게 된다. 겨울인 덴마크에서 아프리카의 여름을 기억하며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집필하고, 덴마크의 겨울을 보내며 <바베트의 만찬>을 출간한다. <바베트의 만찬> 소설은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되자 마을 사람들에게 만찬을 대접하는 이야기이다. 바베트의 행동은 무모해 보이지만 그녀로서는 자신의 예술을 담은 요리를 한껏 펼치고 싶었기에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바베트의 선택에서 카렌 블릭센의 삶이 보인다. 실패로 가득 찬 카렌 블릭센의 삶이지만 무모해 보이는 자신의 삶을 후회 없이 사랑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에서 보낸 힘들고 버거웠지만 그리운 감정을 글쓰기로 달랬으며, 예술적 열정을 글쓰기로 불태웠다. 몇 번이고 좌절하고 나락에 빠질만한 실패를 겪었지만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녀의 인생은 문학이고 소설이었으며 그녀의 소설은 곧 그녀 자신이었다.

첫인상은 바뀌는 법이다. 특히 상대방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그에 대한 장점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면, 몰랐던 장점이 눈에 쏙 들어오는 경험을 하며 달라 보이게 된다. 이 책은 카렌 블릭센이라는 여성 작가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 알려줌으로써 그녀의 작품까지 새롭게 보이도록 이끈다. 몰라서 혹은 선입견으로 지나쳐버린 두 작품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바베트의 만찬>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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