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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ㅣ 반달 그림책
김영경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3월
평점 :
잔잔한 호수처럼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반달출판사에서 나온 김영경 작가의 <작은 꽃> 그림책이다.
표지만 보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진 않는다. 파란색 아이가 들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을 바라보는 분홍색 아이가 있다는 걸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랗고 빨간 벽 위에서 파란색 아이가 손을 내밀어 작은 꽃을 집고 있는 모습이 꽤 강렬하다.
그런데 표지를 계속 보다 보니 궁금한 것들이 생겨났다. 파란색 아이는 어디에서 작은 꽃을 발견한 걸까? 분홍색 아이는 왜 파란색 아이의 손바닥만큼 작은 걸까? 파란색 아이가 잡고 있는 노란색 작은 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등. 파란 아이와 분홍 아이 그리고 노란색 작은 꽃의 이야기가 궁금해 얼른 책을 펼쳤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522/pimg_7518911032552006.jpeg)
파란 아이는 벽돌로 자기만의 성을 쌓고 있다. 쌓는 성의 크기만큼 자신도 자란다. 그렇게 쌓은 성에 갇힌 파란 아이에게 분홍색 작은 아이가 노란색 작은 꽃을 건넨다. 파란 아이는 그 꽃을 받아서 벽돌 위에 두고 다시 성을 쌓는다. 그러다 벽돌 위에 놓인 작은 꽃을 보게 되고, 작은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 즐거움을 찾아 새로운 경험 속으로 나아간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522/pimg_7518911032552007.jpg)
자신의 성에서 빠져나온 파란 아이는 분홍색 작은 아이를 따라 작은 꽃들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식물을 관찰하기도 하고 해바라기를 바라보기도 한다. 자기 성의 벽돌을 옮겨 분홍색 작은 아이가 해바라기를 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든 일을 계기로 파란 아이는 자기만의 성을 부수고 분홍색 작은 아이와 함께 살아갈 성을 짓는다.
이 책은 그림으로 된 그림책이다.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보듯 천천히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글이 없어도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읽으며 자신만의 성을 부수고 세상으로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만의 성을 쌓는 일도, 그 성을 넘어 밖으로 나오는 일도 딱딱하고 거칠어 보이는데 <작은 꽃> 그림책은 작은 노란 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알을 깨는 어마어마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건넨 작은 배려 혹은 삶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 알던 파란 아이가 작은 꽃을 통해 즐거움을 맛보고 함께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삶에 지쳐 소소한 행복조차 느낄 수 없을 때 <작은 꽃>을 읽으면 다시 삶의 작은 즐거움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