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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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릴라를 회상하는 레누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특별한 사이지만 그들의 우정 안에서도 미묘한 감정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는 평생의 라이벌이자 영감을 주는 뮤즈다.


릴라는 명석함을 타고났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한다. 모범생이고 노력형인 레누는 이런 릴라를 보고 자극을 받아 공부하지만 릴라의 영특함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학교에서 인정받은 과제조차도 결국 릴라의 아이디어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단지 공부뿐만이 아니다. 릴라는 커갈수록 아름다워지고 모든 남성의 시선을 독차지한다. 릴라보다 무엇 하나 잘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와 외부 환경 때문에 꿈이 좌절되는 릴라. 자신의 환경에 따라 그들의 감정은 요동친다. 그들의 우정은 사랑과 미움, 질투와 동정 같은 감정이 뒤섞인 흙탕물 같다. 


"릴라에게는 손가락으로 딱 소리만 내도 내 안경을 고쳐주는 스테파노가 있는데 내겐 무엇이 있지?"


소설 전반을 끌고 나가는 가장 큰 감정은 릴라와 레누의 애정이다. 레누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다가도 릴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기원한다. 릴라도 레누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명작'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명작은 그 작가가 표현하는 시대상이 잘 드러나 있고, 인간 공통의 감정 또는 고뇌를 공감할 수 있는 상황과 언어로 잘 표현하는 글이 좋은 글이고,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은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나의 눈부신 친구>는 4부작 중 가장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레누와 릴라가 자라온 성장과정과 청소년기까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는 특히 어린 시절의 묘사 중에서 드문드문 나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조금 성장해서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친했던 친구가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항상 나보다 공부를 잘했고 그 사실에 질투보다는 인정하는 부분이 컸는데, 2학년부터 내가 성적이 오르고 공부를 잘 하게 되자 다른 누군가보다 그 친구보다 잘 하고 싶은 욕심에 속으로 내심 경쟁하게 되었던 마음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 친구가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기고 싶은 마음? 경쟁하는 마음으로 서로 성장해나갔던 것 같다. 때론 내가 이기적인가?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편적인 성장과정에서의 질투이나 경쟁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경제적 빈곤’이다. 구두수선공의 딸인 릴라와 시청 수위의 딸인 레누는 모두 빈곤층이다. 


릴라와 레누가 사는 동네의 경제는 고리대금업자인 돈 아킬레와 마피아인 실비오 솔라라에 의해 움직인다. 그들은 식료품점과 주점 겸 제과점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준다. 야채장수를 하는 스칸노네도 그들의 재력에 도움을 얻고 릴라의 구두 사업마저도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묘사되는 시대 배경은 1950년대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 지역과 그 시대의 문화/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특히 나는 50년대 시대상에서 보여주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에 시선이 갔다. 흔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착취는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머지 않은 과거에 이탈리아에서 이러한 폭력이 만연했음이 놀랍기도 했다.


릴라의 아버지와 오빠는 릴라를 사랑하지만 릴라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하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한다. 레누의 아버지도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와 레누를 때린다. 레누와 릴라뿐 아니라 동네의 모든 사람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분노하는 여성들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레누는 “우리의 유년기는 폭력으로 가득했다”고 말한다. 레누는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과는 달리 지적이고 친절했던 도나토 사라토레를 존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방어할 틈도 없이 도나토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소설 속 여성들은 강하고 교육받았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레누도 교육을 받은 여성이지만 당시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한다. '우정'은 곧 일상이다. 일상 안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하고 사적인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을 내보이길 꺼린다. 


친구 간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부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은 공격적이고 불안하지만 우리의 우정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이러한 우정은 사라지고, 인맥 관리라는 말로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어울리기도 한다나?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의 속도에 우리는 어느새 우정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의 우정은 안녕한가. 우리의 일상은 안녕한가.



누와 티나는 행복해하지 않았다.
우리가 매일같이 느끼는 공포는 그들의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바위와 건물, 들판과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과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비추는 밝은 빛을 믿지 않았다.

우리는 그 빛 사이에 어두운 구석과 폭발 직전의 억눌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우리는 태양빛 아래에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모든 것을 지하창고의 어둠 탓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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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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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봄, 영국. 인도 전선에서 돌아온 의사 섬너는 고래잡이배 볼런티어호에 선박의로 탑승한다. 섬너는 전직 군의관으로 세포이 항쟁 당시 인도에서 복무했으며 그때 입은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거린다. 한편 같은 배에 탄 작살수 헨리 드랙스는 상식이나 도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짐승 같은 사내다.

 

얼어붙은 북쪽 바다로 떠나는 항해. 인도에서 푹푹 찌는 더위, 전쟁터의 잔인함과 추잡함에 질린 섬너는 빙하와 북극곰, 바다코끼리를 볼 생각에 들뜬다. 그러나 섬너가 마주한 것은 혹독한 자연, 그리고 거칠디거친 사람들이었다.

 

선장 브라운리는 고집스러운 선원이지만, 3년 전 퍼시벌호 사건 때문에 좋지 않은 소문이 따라다닌다. 퍼시벌호가 난파 사고를 당한 후 거기에 탔던 선원들은 모두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미쳐 버렸지만, 브라운리만이 다시 배에 타게 된 것이다. 사실 이 항해의 목적은 고래잡이가 아니었다. 고래잡이로는 갈수록 수익이 줄어들자 선주 백스터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선장 브라운리, 일등 항해사 캐번디시와 짜고 볼런티어호를 가라앉히기로 한 것이다.

선장은 바다표범 사냥에 선박의, 급식장, 사환들까지 전부 내보내고 섬너는 부빙 사이를 뛰어넘다가 얼음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다.

 

"당신이 물 속에 얼마나 처박혀 있었는지 아세요? 제기랄, 세 시간이라고요. 보통 사람 같았으면 죽었어요!"

북극곰 두 마리와 조우한 선원들은 어미를 죽여 가죽을 벗기고, 새끼는 동물원에 팔기 위해 산 채로 붙잡는다. 그 과정에서 노잡이 한 명이 곰에게 물어뜯겨 죽고 만다.

 

- 누구냐?
- 아무도요.
- 조지프, 누가 너한테 이랬어?
- 아무도 안 그랬어요.

 

어느 날, 어린 사환 조지프 해너가 배가 아프다며 섬너의 선실을 찾아온다. 섬너는 진찰 도중 소년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범인을 찾으려 하지만 조지프는 넘어져서 다친 것뿐이라고 둘러댄다. 그러나 얼마 후 조지프 해너는 시체로 발견된다. 선원들은 이 항해가 저주받았다며 불안해하기 시작하고, 섬너는 드랙스를 의심하게 된다.

바다 위 '배'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잔혹극은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 항해의 목적은 고래잡이가 아니었다."
라는 문장만으로 전국민이 떠오르는 사건이 있겠지만(물론 연상일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이 책과 비슷한 사건은 현실에서도 여러차례 일어났는데, 2011년 6월, 중국에서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이 원양어선은 남태평양에서 조업을 하던 중 실종되었다가 상당 수의 선원이 실종된 채 발견되었다.

 

그 실종되었던 며칠 동안,
그 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사건을 오랫동안 연상했다. 이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는 큰 그림의 팩트, 조업 중 일어난 그 배 내에서의 선상반란과 살인을 떠올렸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이 선상반란의 과정과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 배에 타게된 모두는 절박했고, 모두 생각한 것보다는 가혹했던 조업과 거칠디거친 사람들, 갇혀있는 <배>라는 좁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자신의 도덕성이나 가치관을 벗어나 생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감각'이었다. 시각적, 후각적 감각들을 자극하는데 거친 욕설을 가감 없이 번역하여 포경선을 타는 거친 선원들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고, (놀란 마음에 번역가는 누구인가, 판권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가난한 거리의 술 냄새와 피, 독자에게도 전해지는 추위와 폭력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내가 고래잡이 배 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17개국에 번역 계약이 체결되었고, 영국 BBC에서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밀폐된 '배'라는 공간은 굉장히 연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연극으로 각색되어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는 조금 다르지만, '배'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감각적인 영화로 봉준호 감독의 <해무>도 떠오른다. 마주하기 어려운 인간의 잔혹성은 너무나 위협적이고 무자비하지만, 그에 비해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겨울에 읽기에는 물론 춥다ㅜㅜ 여름에 시원하게 보기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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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 시대의 철학
김정현 지음 / 책세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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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와 불안 속에 ‘나’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삶,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내가 초등학생 때, 포스터나 글짓기에서는 상상하며 그렸던 21세기의 모습은 기술과 과학이 최첨단으로 발달하고, 기계화되어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기를 상상해왔다. 그 시기에는 인간이 조금 더 노동에서 벗어나 쉼을 누리며, 부족함없는 평안함을 누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상상하던 현대 사회가 되었다. 자본, 정보, 네트워크…등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때가 도달했으나 우리의 상상과 달리 사람들은 우리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더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와 욕구를 증명해야하고, 스스로에게 성과를 강요하고 자기를 착취하며 만성 피로에 젖어 탈진하거나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




우울증과 분노, 무기력이 만연한 이 시대,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금 한국 사회는 상당한 '분노'를 분출하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 때때로 나조차도 붐비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 어깨를 치고 가기만 해도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일 때가 있고,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사람을 폭행하기도 하는 기이한 사건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모두에게 내재된 분노를 지닌 채, 시한 폭탄처럼 걸어다니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낯설지 않은 물음을 철학적으로 사유한 사상가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당대 문명에 내재한 불안정의 원인을 ‘활동하는 자’, 즉 과도하게 일하며 부산하고 초조해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풍토로 적시했다.


엄청난 삶의 속도와 자기 성찰 결여, 과잉 활동, 피로 및 불안의 증대는 현대사회의 주요 특징이다. 이렇게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점차 무관심해지는 이러한 개인주의 경향을 그는 '자기 몰입'이라는 어휘로 표현한다.


이러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가? 아니다.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타인의 삶과 사회에 무관심해지는 것, 과잉 활동으로 피로와 불안 가운데 놓여있는 이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젊은 청년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 '자아 실현', '성공', '비전'이라고 하는 모호한 단어들로 삶의 목표를 삼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

"노력해서 안되는 것은 없다."


이러한 구호들을 통하여 세뇌된 우리는 하이데거식으로 표현하자면 스스로를 향한 '닦달(몰아세움)'과 성과에 대한 강박으로 경쟁의 격화와 자기 생산성의 과열을 초래하고 있다. 또 인간은 성과적 자동 인간으로 자신을 태우며 피로와 존재의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 또한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내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고자 애썼던 지난 날들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리고 나도 스스로를 소진시킨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바우만이 말하는 '이 시대의 고질병'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우울증'이나 무력감, 삶의 고난을 헤쳐나가기에 부적절하다는 느낌(부적절함) 또한 경험해보았고, 지금도 그 느낌 가운데 허둥대며 살아가고 있다. 분주하지만 활기없고 조급해하고 허둥대며 불안 속에서 부유물처럼 살아간다.


나는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나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고,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내 안에 소진된 존재와 불안은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을 누군가에게 최근에 꽤 많이 했었다. 이렇게 바쁘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왔고 살아야하는데 이 삶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누군가 정답을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지 못했다.

- 세상에 '삶의 의미'같은 건 없어.

- 그런 고민이 무슨 의미가 있어.

- 그런 생각할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해. 등등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물음과 진실한 삶에 대한 물음 없이 허둥대며 살고 있는,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태도, 즉 '무정신성'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사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꽤 오래 고심했다.


나는 내가 번아웃을 경험하며, 삶의 방향을 잃어 오랜 시간 상담을 받았었다. 난 늘 물었다. 과연 이런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까지도 충분히 고단했고, 앞으로도 고단할걸 아는데.


어떤 말을 해주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삶의 이유는 스스로 찾아야하는 것임으로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해줄 수 없을테니까.


아마도 그런 물음에 누구보다 갈급하게 답을 찾고 있었기에 이 책이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내가 왜 사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나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내가 타인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타인을 배려하는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물으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에 주목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과도 인격적 관계를 맺는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진실하게 이끌어나가려는 실존적 의지는 오토 랑크가 말하고 있듯이 삶의 창조적으로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행복,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니체는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삶(비타 콘템플라티바)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색은 '한가로운 삶'을 복원함으로 열리게 되는데, 한가로운 사람은 무위도식하며 게으르고 나태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라 조급함에 저항하고 영혼의 살림살이를 통해 성숙한 삶의 태도와 존재의 동력을 획득한 사람이다.


니체는 부산한 활동의 가치가 과대평가되는 시대에 우리가 찾아야 할 삶의 태도는 '사색적 삶'이라고 단언하였다.





그리고 자기 존재의 허약함이나 정신적 염증, 무기력, 분노, 공격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첫째, 잠시 멈추어 서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두는 능력. 삶의 시련, 고난, 고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부정적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고 이를 성숙한 의식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사고의 성찰뿐만 아니라 '일상의 성찰'이 필요하다. 매일 마음을 점검하고 다스리는 훈련으로 일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습관, 즉 자기 성찰의 습관이 필요하다.


셋째, 영혼의 훈련은 '내려놓음'의 훈련이기도 하다. 내게 중요한 것과 가치가 덜한 것을 구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이러한 분별이 필요한 이유,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의 내면을 돌보고, 약한 자에게 손을 내밀고, 조금씩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통해 모범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아무런 생각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난 일들과 감정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삶을.


우리는 언제부터 방향을 잃었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회복할 수 있을까?


나에게 이 책이 깊은 감동을 주었던 것은 어쩌면 내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답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스스로를 닦달하며 몰아세우고 있다면, 그래서 스스로를 소진하고 지쳐있다면 권해주고싶다. 우리가 진정 살아야하는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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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 베이비부머 세대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희망의 노년 길 찾기
김찬호.고영직.조주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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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보면, 분열과 갈등의 시기인 것 같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젊은 계층과 기성세대의 갈등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남자와 여자, 출생 지역까지 갖가지 다양한 이유로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우리 세대는 우리 부모의 세대와의 갈등이 두드러지는데, 우리 부모의 세대 또한 (가끔 이해할 수 없지만) 독특한 특징을 가진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우리 부모의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라고 불리는데, 우리 엄마, 아빠도 58년생으로 그 격랑 속에 사셨다. 엄마는 이 전에도 종종 가장 산전수전 다 겪은 세대라고 표현하였는데 이 세대는 오랜 역사 속에서 비슷하게 반복되어 온 생애 경로를 이탈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젊은 날에는 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를 이뤄냈고, 기성세대의 권위를 부정하며 대중문화 속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그려내며 사회를 주도했고, 그러다 보니 학력 자본, 문화 자본, 경제력 등에 있어 그 전 세대의 노인과 확연히 다르다.


정치적인 이슈가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할 때는 세대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것은 우리 부모 세대가 주도권을 가지고 살던 시대는 내가 수고하고 노력하여 우리 가족을 먹여살리던 책임감 강하고 주도적이었던 시대와 달리 요즘의 개인주의적이고 개인의 행복과 개인의 삶이 중요해진 개념과의 마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극기 부대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그들은 자기 가족과 부모를 모시는 것에 헌신하여 살아왔고, 그 수혜를 우리가 받아왔지만 우리의 세대는 또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독립체로 존재하기를 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이 가족들에게 희생한 것들을 돌려받을 수 없는 세대가 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까지 고도 성장기에 맞춰 계속 나아가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자기 삶의 궤적을 짚어 보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태어나서 학교에 가고 취업하고 결혼한다는 것이 마치 정해져있는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아이를 낳으면 다시 학교 보내고 집을 사야 했고, 은퇴 후에는 강제로 사회의 중심에서 떠밀렸다. 바쁘게 살아온 젊은 날에 비하면 시간은 많아졌지만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에 서글픔과 분노, 허탈함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이라는 이중 노동을 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나이가 들면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과정 중에서 나는 내 부모의 세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만 깊이있는 대화를 해보면 '가족'에 대한 상처, 특히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없이 자란 아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들은 가족들 등에 엎고,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좋은 집에 가족들과 사는 것만 바라보며 앞만 보고 달려온 피곤한 세대일 것이다. 나는 가끔 일을 하거나 거래처의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 아버지 또래 또는 50대 정도의 분들을 보면 우리 아버지도 저렇게 일하셨겠지? 내가 집에서 보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서 일했겠지? 우리 아버지의 쏜살같던 삶의 동력은 아마도 '나'였을 것이다.


이 책처럼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은 베이비부머가 50세 이후 겪을 혼란과 방황을 줄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주인공인 스토리가 있는데, 돌아볼 겨를 없이 달려온 자신이 스스로 어떤 길을 개척해 걸어왔는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억을 재구성하며 스스로가 누구인지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자아를 유지한 멋진 노년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세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학자, 문학평론가, 여성학자와 인터뷰를 통하여 그들의 생애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들의 삶은 매우 특별하면서 보편적이고, 진귀한 이야기를 담고있다. 내 아버지의, 내 어머니의 이야기처럼.


‘문래동 홍반장’ 최영식은 시대에 ‘비켜서 있었던 삶’을 반성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갈 것을 제안한다.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정년 이후 찾아올 시간의 과잉과 관계의 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재구성, 나아가 사회의 재구성을 꾀하는 인생 2막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끊임없이 관계 맺으며 더 나은 곳으로 재탄생하기를 꿈꾸는 삶, 젊은 세대가 세상은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본다.


‘봉사의 달인’ 김춘화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김춘화로 살아왔다.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이자 며느리로서 감내해야 하는 지난한 돌봄 노동과 갱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봉사다. 봉사를 하며 취득한 전문 자격증은 경제적 의미의 노후 걱정까지 덜어 주었다. 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들을 자기 것으로, 가족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우리가 대체로 관심없고, 비켜진 세대라고 생각하는 베이비부모 세대의 분들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아직 완전하게 노년이 보장되거나 노년의 할 수 있는 문화가 거의 없지만 이제 그들은 젊은 날 시대를 바꿔왔던 것에 이어 노년기의 문화 또한 그들 스스로 멋지게 꾸려갈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이들은 이제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대에 비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멋진 노년을 준비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존경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의 또 다른 중심 축으로서의 시니어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의 첫 번째 시작은 무엇일까?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비범하고, 특별했으며 고유한 당신의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도록.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힘을 잃은 노년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길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세대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부모 세대이기에 모두가 나의 부모님처럼 기꺼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나도 오늘은 물어야겠다.

엄마, 당신의 삶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젊은 날 청계천에서 미싱을 돌리며 경제화에 이바지하고, 시부모를 봉양했고 자녀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며 살아온 당신의 삶 덕분에 내가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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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셀러seller의 시대 - 어떻게 팔 것인가
임훈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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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활동에 있어서 영업, 즉 파는 활동이 없다면 다른 나머지를 아무리 훌륭하게 소화해낸다고 해도 그 기업은 짧든 길든 언젠가는 결국 생을 마감할 것이다. 마케팅 또한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행위, 즉 영업의 최전방 현장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함에도, 마케팅 담당자들은 여전히 홍보나 프로모션, 이벤트 등에 비용을 지출하는 활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하는 브랜드 마케팅 또한 향후 언젠가는 그것이 매출 혹은 이익과 연결되어야만 제대로 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많은 이들이 사실상 가장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간과하고 있던 ‘판다는 것’에 대하여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_ 권경민|(주)오브잇 대표|
《마케팅 천재가 된 홍대리》 저자

 

 

 

영업이 늘 도전적이고 활기찬 일일 것 같지만, 실상은 루틴한 업무들의 반복이다. 하지만 안주하는 그 순간, ‘망함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다. 평소에도 항상 습관적인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A라는 방법으로 영업을 했을 때 결과가 좋았어도 A라는 방법을 계속하면 성장이 없다. A-1로도 해보고, A-2 혹은 B라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물론 결과가 A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A-1의 결과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습관적인 생활에서 탈출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업무상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첫 직장에서부터 오랜 시간동안 영업 업무를 맡아서 해왔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꽤 잘 맞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어떤 책에선가 60%의 가능성만 있어도 영업자는 도전해야한다는 글을 보고, 지금까지 마음에 새기고 도전해왔는데 그 과정이 나에게도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마케터로써 느끼는 요즘의 영업 환경은, 1인 셀러 시대라는 것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자기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유튜브나 개인 방송같은 경우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고, 스스로가 컨텐츠가 되는 1인 셀러인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러한 시대 흐름에 따라 1인 셀러에 관심도 많고, 또한 앞으로 나도 '나 자신'을 브랜드로 영업할 수 있는 것들에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가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책이기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혹 글쓰기 책을 출간했는데, 사실 그의 글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거나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스스로 영업하고 쌓아온 경험과 자신이 이 책에 담겨있기에 살아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영업이란 넓게 보았을 때 결국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해당된다. 이른바 컨설턴트나 변호사는 물론이고

의사, 심지어 학교도 영업을 한다. 그것도 아주 치열하게 한다.

해외 MBA를 나와서 컨설팅이나 투자 분석을 하는 컨설턴트의 목표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딜(deal) 메이커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도 수임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만 차려놓고 영업을 하지 않으면 그 병원은 파리만 방문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도, 외교도 모두 영업이다.  _ p. 53

 

 

나도 여전히 배우는 새싹 마케터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변화해가는 1인 셀러의 시대에 준비되지 않은 채로 머무르지 말고, 준비해야겠다. '경험'은 모두 값지기에 자신의 경험을 고이 담은 이 책이 고맙기도 하다.

영업이란 넓게 보았을 때 결국 ‘가치’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 해당된다. 이른바 컨설턴트나 변호사는 물론이고

의사, 심지어 학교도 영업을 한다. 그것도 아주 치열하게 한다.

해외 MBA를 나와서 컨설팅이나 투자 분석을 하는 컨설턴트의 목표는 거래를 성사시키는 딜(deal) 메이커가 되는 것이다. 변호사도 수임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 의사 역시 마찬가지다. 병원만 차려놓고 영업을 하지 않으면 그 병원은 파리만 방문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치도, 외교도 모두 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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