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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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래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단지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가치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기나긴 시간의 흐름에서 본다면 결국 모든 것은 반복이고 복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순간에 남과 다르게 내 안의 것을 표현하는 것만이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내 안의 다름 만이 그나마 유일하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싶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 방법은? 열심히 하는 것. 최선을 다하고 성공시킬 것.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냄새를 맡고 맛보고 만져보고 생각해볼 것. 그리고 성공시킬 것.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창의적으로 성공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 달과 계란의 선후 관계를 따지기 위해서는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부화되어 닭이 되어야 하니까. 닭도 없고 계란도 없다면 무얼 따질 수도 없는 것이다. 일단 알을 낳고 봐야 한다. 일단 알을 깨고 나와 닭이 되어야 한다. 알을 깨기만 해서도 안 되고, 자라기만 해서도 안 된다. 끝까지. 반복되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혹은 그 이후에라도.

근데, 도대체 언제까지? 입력과 출력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무엇을 하라, 어떻게 하라. 수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기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왜 해야 하는 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누구는 모티베이션이라고, 누구는 자기착취라고 부르는 그 노력을, JUST DO라고 하지만. 어떻게 JUST DO 할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다. JUST. 그냥. 가치를 창조하려는 사람이. 모든 사물과 현상과 인간과 세상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 그 본질을 파악하려는 사람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만은 나태한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것인가? JUST라는 말이야말로 창의적인 것과 완벽히 대척점에 있는 부분이다. 모든 것의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서 그것이 나에게로 오는 순간 멈춰야 하는. 적당한 본질찾기 만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걸로 인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더 파고들어가서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며. 스스로를 그 질문으로 매몰시킬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삶이 함몰되어 헤쳐나올 수 없을 것이다.

1.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 정신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광고는 공감대가 없고, 공감대가 없는 광고는 존재 이유ㅇ가 없다. 
광고는 사람 읽기다. 갓난아이부터 파파 할머니까지 모든 사람들의 바람과 현실, 희망과 절망을 가능한 한 많이 알아야 한다. 그대야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대화가 있어야 그들의 마음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는 타깃 분석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땀을 투자하는 것이다. 

2.
우리(박웅현과 저자)는 비스한 데가 많았다. 사실 비슷하다는 말은 다르다는 뜻이다. 다르다는 낱말을 따뜻하게 만들면 비슷하다가 된다. 다르기 때문에 할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생기는 것이다. 비슷하다는 말은 다르기 때문에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알랭 드 보통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술과 생활이 다르지 않다. 현실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현실이다. 캠벨 수프를 수프로 먹으면 현실이고 캠벨 수프를 그림으로 그려서 벽에 걸어두면 예술이다‘.

4.
올리비에로 토스카니 <가디언>지 인터뷰 내용
˝어떤 스웨터든지 양팔이 다 달려 있잖아요. 그리고 순모는 순모일 따름입니다. 사실 상품은 다 비슷하지요. 차이를 만드는 차이는 커뮤니케이션(광고)입니다.

5.
현대적인 광고는 알림이나 설득이 아니라 소통하고 싶은 욕구의 결과물이다.

6.
˝광고는 잘 말해진 진실입니다. 진실이 아니면 그처럼 사회적인 호응을 크게 얻을 수 없습니다.˝

7.
광고는 콘텍스트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불변의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

8.
찰스 버클리, 유고고슬라비아 전 경기 후 인터뷰 ‘온유함이 세계평화를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9.
˝광고를 만들 때는 광고주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길거리의 저 대중들이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10.
유홍준 ˝맥락에서 벗어나면 명작도 명작이 아닐 수 있다˝

11.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 불변의 법칙> 중 ˝과거 클리오 페스티벌이 선정한 텔레비전 광고를 만든 81개 대행사 중 36개는 해당 광고주를 잃거나 사업을 접고 말았다. 

12.
이어령 <디지로그> ˝인생은 무엇인가라고 정의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문학은 무엇인가 정의를 해놓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사람은 없다˝

13.
창의성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결과물이다.

14.
박웅현은 본질 보기라는 말도 자주 한다. 광고를 잘 만들기 위한 창의력은 톡톡 튀지만 가볍게 느껴지는 감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5.
˝정말 좋다고 느껴질 때까지 만들어본다. 만일 누군가가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화가 나서 싸우고 싶을 만큼 좋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16.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창의성의 즐거움> ˝내 또래의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그러면 내가 말하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세요‘ 라고요.˝

17.
˝사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건 없습니다.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잘‘하면 됩니다.˝

18.
창의성은 실천이고 결과물이고 새로운 시선이고 상상력이고 직관이고 경탄이다.

19.
˝‘나를 놀라게 해봐Astonish me!‘ 언제나 이 말을 떠올리게. 그러면 자네가 하는 모든 일은 창의적인 것이 될 걸세.˝

20.
아이큐는 창의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21.
천재성은 천재적인 영감이 아니었다. 자기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이었다. 그런 천재성이라면 우리리에게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천재성은 내 속에 있는 천재를 다듬고, 남 속에 있는 천재를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 그런 것이 아닐까?

22.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그 지향점은 지켜야 할 가치를 찾는 것이다. 

23.
매튜 프레더릭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미학적 완성은 조각 자체가 아니라 조각들 사이의 대화로 얻을 수 있다. 

2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하나의 목적에 자신의 온 힘과 정신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만이 진정 탁월한 사람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해지는 데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요구된다. 

25.
‘창의성은 가능성이 아니다‘

: 참 차갑고 잔인한 말이다. 창의력은 동화적이거나 청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이고 냉혹하다. 결과와 인정만이 존재를 천재로 만들어준다. 시간과 공간, 사람을 꿰어내고 또 지속되어야 한다. 순간적인 영감이기보다는 무료하고 고통스러운 노력과 반성이며 정적이기보다는 동적이고 지극히 사회적이다.

26.
아무리 공동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누군가 한 사람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어떤 것이 어떤 이유로 ‘좋은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문화 상품은 ‘좋은 감각‘을 가진 감독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7.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능력까지가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성과물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28.
의지 없이 태어난 나는 생존을 위해 광고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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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청년 새끼 -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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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테일을 상실한 두루뭉실하고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모두까기는 주장의 정치적 올바름이나 윤리적, 도덕적 정당성, 이론적 타당성을 갖추더라도 그 말이 듣는 이의 머리를, 가슴을 때리지 못하고 허무하게 튕겨져 나가버린다. 

2.
시원한 비판 뒤에 해답은 제시되지 않으니, 단지 악마적인 현실에 확인 도장만 한 번 더 받은 기분이다. 

3.
‘내가 하면 카운셀링, 놈이 하면 꼰대질‘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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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생활의 발견 시리즈 2
정진아 지음, 정인선 그림 / 후마니타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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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내 인생 답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워킹홀리데이라는 단어는 절대 뒤처지지 않고 그 어떤 대안 보다 먼저 떠오른다. ‘스물다섯‘, ‘청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그리고 영어와 돈까지. 삶이 고달플 때마다 워킹홀리데이가 떠오르는 건 저 단어들의 달콤쌉쌀한 이미지의 조합 때문이다. 청춘은 자고로 고생하며 분투해야 하고 영어와 돈은 필수인 세상인데 그것들을 단지 비자를 받아 어딘가에 발을 디디기만 하면 한 번에 싹 다 쟁취할 수 있을 것만 같지 않은가. 한국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 말도 잘 안 통하는 타지에 나가 혼자 살면 고생만 죽도록 하다 올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어려서 하는 개고생은 나중에 돌아보면 추억이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고생하면 돈도 주고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도 배울 수 있다‘라는 글귀가 떠오르며 당장이라도 워킹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떨림을 실행으로 옮겨줄 확실한 간증이 필요해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사람들의 에세이를 찾아 본다. ‘내 청춘의 첫 프로젝트 워킹홀리데이‘, ‘ 나는 워킹홀리데이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웠다‘, ‘ 20대라면 떠나라‘,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다‘. 크, 역시 청춘은 외국 나가 개고생을 해야 깨달음을 얻고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는가 보다. 청년들 다 중동에 가라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닌가 보다. 역시 큰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큰 뜻이 있었던 거다. 

근데 그 가운데 산통 깨는 에세이가 한 권 있었다. 이 아름답고 빛나는 청년들의 고생을 찬송하는 책들 가운데 저 홀로 음영 져있는 책이었다. 워킹홀리데이, 좋아 보이지만 돈 없고 영어 못하면 홀리데이는 고사하고 워킹만 하다 온다는 엄중한 경고를 하는. 아니 영어 못하고 돈 없어서 워킹홀리데이가서 적당히 알바하면서 돈 많이 벌고, 문법 위주의 오지선다형 영어에서 벗어나 외국인 친구들 사귀면서 레알 현지인들의 실전 영어를 공부하고 귀국하기 전에는 여행 좀 하고 와서 그 스펙 가지고 취업 좀 하겠다는데 결국엔 외국인 노동자로 일만 하고 올 수도 있다니 이 무슨 산통 깨는 이야기인가. 

근데 사실 그래서 이 책에 더 믿음이 갔고 읽게 되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던 걸 제외하면 원래 모든 것이 좋았다거나 모든 것이 나빴다는 건 모두가 다 거짓일 확률이 높으니까. 현실은 항상 극단에 있지 않고 그 중간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이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려 했다.  

영어, 돈, 추억, 스펙, 영어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의 실사정은 임금체불과 단순노동의 반복, 호주 사회의 최하층으로 편입되어 아무도 일하려고 하지 않는 곳에서 최소한의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원 없이 나 홀로 깨지고 일어나고 부서지고 회복해야 하는 외로움, 소개비 명목으로 애써 벌은 돈을 모두 가져가는 브로커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고용주들이다. 물론 이런 일들을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진실!‘이라고 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엔 호주도 없고 홀리데이도 없고 워킹만 있다면서 호주의 노동력 부족과 한국의 영어 만능주의가 합쳐져 만들어낸 청춘들의 꿈으로 지속되는 기이한 프로그램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일들이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겠지만 이 또한 진실의 한 조각일 뿐일테니까. 분명히 80만 원만 들고 호주로 가서 돈도 벌고 영어도 공부해서 세계여행을 떠나 결국엔 작가가 되고 강사가 되는 사람도 있고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공적인 이야기들 만큼이나 이 책도 진실일 거다.

길지 않은 책이지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정말 알아야 할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장밋빛 희망 아래 숨어 있는 가시가 있음을 알려주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고 오는 것 같긴 하다. 누구는 가시에 찔려 너무 많이 상처받고 혹자는 가시에 걸리지 않고 꽃만 따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시드니에 위치한 쇼핑몰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워킹의 이야기를 들으니 저 호주라는, 워킹홀리데이라는 꽃 덤불에 뛰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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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문장들 - 여행자의 독서, 세번째 이야기 여행자의 독서 3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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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여행의 문장들>이지만 ‘여행‘보다는 ‘문장‘에 방점이 찍히는 책이다. ‘여행자의 독서‘라지만 ‘독서가의 여행‘이었다. 여행이 메인 요리인 줄 알았는데 책이 스테이크고 여행은 가니시였다. 책을 읽으며 적어놓은 것에 나중에 가봐야겠다는 여행지보다 바로 읽어봐야겠다는 책만 수두룩하게 적어놓은 것을 보면. 그래도 좋은 여행지를 많이 소개받았고 그보다 더 좋은 문장들과 책을 알 수 있었다.

동남아시아로 떠나는 편도 비행기만을 끊은 상태에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 관한 책과 함께 여행 에세이 책을 골라 읽어가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무언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에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어떤 식으로 기록을 남기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희인 작가는 여행을 떠날 때 여행지와 관련된 혹은 그곳에서 읽고 싶은, 아니면 여행을 핑계 삼아 읽지 못했던 책을 읽어내고 오기 위해 책을 한 권씩 들고 떠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지에서 여행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읽은 책들과 여행지에서 느낀 점을 얽어냈다. 책이 여행지를 풍부하게 만들고 여행지가 책을 사실적으로 만들어주는 듯하다. 여행지에서의 독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면서도 3박 4일, 5박 6일의 빡빡하게 짜인 여행에서 책을 읽는 건 사치라는 생각에 항상 괜히 책만 무겁게 들고 다녔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꼭 책 한 권 진하게 읽고 와야겠다. 

책 속의 책들을 읽고, 그 책들에 연결되어 있는 책들을 읽고, 그 책에 영향을 준 책들, 영향을 받은 책들을 읽을 생각을 하면 벅참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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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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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베트남이라는 곳을 단지 관광지로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배경을 보고, 내가 먹던 것과는 다른 음식을 먹는 것으로만 그곳을 다녀왔다고, 그곳이 좋았더라고 혹은 나빴더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수천 년의 역사를 모두 알 순 없겠지만 내가 걷고 맛보고 즐기고 고생할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이 어떤 역사적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지금 어떤 문화와 어떤 습성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림잡아보고 싶었다. 어떠한 지리적 환경을 극복해오며 살아왔는지, 그렇게 자연을 극복하고 순응하며 어떤 종교와 문화와 관습을 키워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와는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궁금했다.

과거사는 거시적으로, 근현대사는 미시적으로 봐야 한다는 말마따나 <베트남 문화의 오디세이>라는 책을 통해 베트남의 과거사와 지역적 특징, 지역별 문화, 전통을 가볍게 훑어보고 있다. 그렇다면 근현대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는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이 무엇이 있었을까. 물을 것도 없이 베트남 전쟁이다. <최병욱 교수와 함께 읽는 베트남 근현대사>를 통해 베트남 근현대사의 전반을 가볍게 읽어보겠지만 베트남 전쟁만큼은 가볍게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 행위와 일제강점기 시기의 역사적 사실에 무지한 일본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노근리를 기억하자면서 퐁니, 퐁넛에 대해 모를 수 없었고 다낭의 해변을 즐기면서 그곳으로 들어왔다 돌아가지 못한 5,000여 명의 국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 전에 베트남의 역사, 그 중에서도 최소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는 하고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이 책을 읽었다.

<우리는 왜 전쟁을 했을까?>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전쟁은 오해와 욕망으로 발발하고
전후엔 오해와 욕망만을 기억한다

전쟁은 단지 전쟁 참여 인원, 사망자, 부상자, 손해, 전쟁 특수 수익 따위의 수치로만 표현될 수 없으며 숫자에 다 담지 못한 고통과 슬픔, 증오와 복수, 상실과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전쟁에 승리자는 없으며 피해자만 존재할 뿐이며 베트남 전쟁의 승리자를 굳이 뽑아보자면 전쟁을 통해 특수를 누린 기업과 안보 위기를 조장하고 강화된 군 병력을 통해 자국에서 독재 정치를 일삼은 정치가들뿐이다. 그 외엔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성장해야만 하기 때문에 인류는 앞으로도 끊임 없이 전쟁을 해나갈 것이다. 그 전에 치른 무수한 전쟁의 교훈은 기억 못한 채. 오해와 욕망에 준동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짓을 종말이 오기 전까지 해댈 것이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생명의 가치와 인권에 우선할 수 없고 수억 달러의 전쟁특수도 한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할 수 없음에도.

베트남 전쟁 발발 원인, 경과, 결과, 영향까지 일목요연하고 읽기 쉽게 쓰인 책이다. 즐거움에 앞서 한 번은 읽어볼 책이며 분노에 앞서서도 일독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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