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이번에 아이에게 주려고 책을 들었다가 내가 설레하면서 다시 읽은 책이다.
고아 소녀 제루샤 (주디)가 익명의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을 가고, 후원의 조건으로 매 달 한 번 편지를 쓰는 데 - 실제로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 놓은 그 글이 책으로 묶어진 형태로 된 소설이다.
주인공이 고아이고, 자신의 생각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과는 사뭇 다른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 빨간머리 앤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발표된 시기도 비슷했다. 《빨간 머리 앤》(1908), 《키다리아저씨》(1912).
열일곱, 작문에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고아원규칙상 더 이상 그곳에 머물기 힘든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는 한 이사로 부터 후원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다. 자신을 길러준 고아원은 감사한 곳이지만, 결코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그곳을 떠난 제루샤는 교양을 쌓고, 학문을 익히면서 하루하루 학교 생활을 적응해간다.
친구들이 모두다 알고 있는 상식을 자신은 이제야 알게되었다면서, 주디가 섭렵하는 책들 - 작은 아씨들, 보물섬, 햄릿 등 -을 통해, 대학 4년동안 성장하는 주디와 함께 독자의 지적 호기심도 자극하며, 여성 참정권이 없던 시절 시민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의견, 종교로 모든 삶의 짊을 떠넘기는 듯한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 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주디가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마주하는 지 볼 수 있다.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도, 체육을 할 때도, 학업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주디의 삶은 지쳐있다기 보다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친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주디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내는 말에 더욱 눈길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