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호텔 소원우리숲그림책 17
한라경 지음, 무운 그림 / 소원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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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호텔


한라경 글, 무운 그림

소원나무



꽃들이 가득한 정원. 무심코 다가갔다가 붕붕 날아다니는 벌들과 작은 진딧물과 바삐 움직이는 개미들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몸집이 작을 뿐이지, 사실, 숲의 공간은 사람 이외에 다양한 생물들, 특히 곤충들이 사는 공간일텐데. 봄, 여름, 가을에 우리 곁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던 곤충들이 겨울이 되면 어디로 가는 걸까? 그 궁금증을 여기 이 그림책을 통해서 풀어본다. 곤충들이 겨울이 되면 찾는 곳 《곤충 호텔》 그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무당벌레 무무와 할머니 무당벌레 다다는 날이 추워지는 겨울을 준비하며 곤충 호텔의 문을 활짝연다.

무무는 꽃 마을 인기 가수인 호랑꽃무지, 나무 마을을 지킴이 하늘소, 팔씨름 대회 우승자인 사마귀를 만날 생각에 잔뜩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곤충 호텔의 문을 두드린 것은, 무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하늘소 애벌레, 말 못하는 손님과 또 알을 낳기 위해 찾아온 사마귀.

찾아온 손님들을 할머니 다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에게 꼭 맞는 방으로 인도한다.

그리고, 내심 속상해하는 무무에게 다다는 이렇게 말한다. 


"겨울은 누군가를 키워 내는 시간이란다.

겨울을 지내야 봄을 맞이할 수 있거든."

그림책 [곤충 호텔] 중에서


누군가를 키워내는 시간.

이곳은 단순히 쉬어가는 곳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독한 추위를 피해, 자신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이 사라졌을지언정 다음 봄을 기다리며,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곳.



하늘소 애벌레에게는 상수리나무 방을, 번데기 손님에게는 단풍잎이 포근하게 깔린 단풍나무방을, 알을 낳아야 하는 사마귀에게는 신갈나무 방으로 인도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잠만 쏟아지는 겨울의 곤충 호텔. 민들레가 활짝 피어나기 전까지 이곳은 무무가 켜놓은 자장가 소리만 가득한 듯 하지만

긴 잠에서 깨어나 곤충 호텔 밖으로 나아가기 전을 준비하는, 아주 멋진 일을 준비하는 마법같은 장소가 된다.


정원에 핀 꽃으로 다시 가 본다.

어제는 꽃을 보러 갔지만, 이제는 곤충 호텔을 나서 햇볕 아래 있는 어제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만나러 간다.

겨울동안 그렇게 컸던 거구나, 그 겨울을 견디고 이렇게 나온 것이구나.


멋진 곤충들의 따뜻한 봄을 누릴 수 있도록 아늑한 호텔이 되어준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도 찾아본다.

멋진 호텔들이네! 너희도 호텔영업을 끝내고 새단장을 하는구나! 한 번 알은체 하고.

다른 나무들에는 또 어떤 곤충들이 묵고 있었을까. 지금도 둥지로 삼고 쉬는 곤충들이 있지 않을까 들여다보고.

그 곤충들이 있어서 다시 꽃이 피면 열매도 맺고, 나무도 더 자랄 수 있는 것이겠지?


숲의 조화로움, 겨울동안 곤충들을 품고 '곤충 호텔'을 열어 생명체를 키워낸 숲을 다시 보게 되는 책

곤충들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가 사실적인 지식도 얻으면서,

동시에

겨울 숲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책

《곤충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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