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 애벌레에게는 상수리나무 방을, 번데기 손님에게는 단풍잎이 포근하게 깔린 단풍나무방을, 알을 낳아야 하는 사마귀에게는 신갈나무 방으로 인도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잠만 쏟아지는 겨울의 곤충 호텔. 민들레가 활짝 피어나기 전까지 이곳은 무무가 켜놓은 자장가 소리만 가득한 듯 하지만
긴 잠에서 깨어나 곤충 호텔 밖으로 나아가기 전을 준비하는, 아주 멋진 일을 준비하는 마법같은 장소가 된다.
정원에 핀 꽃으로 다시 가 본다.
어제는 꽃을 보러 갔지만, 이제는 곤충 호텔을 나서 햇볕 아래 있는 어제의 애벌레와 번데기를 만나러 간다.
겨울동안 그렇게 컸던 거구나, 그 겨울을 견디고 이렇게 나온 것이구나.
멋진 곤충들의 따뜻한 봄을 누릴 수 있도록 아늑한 호텔이 되어준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신갈나무도 찾아본다.
멋진 호텔들이네! 너희도 호텔영업을 끝내고 새단장을 하는구나! 한 번 알은체 하고.
다른 나무들에는 또 어떤 곤충들이 묵고 있었을까. 지금도 둥지로 삼고 쉬는 곤충들이 있지 않을까 들여다보고.
그 곤충들이 있어서 다시 꽃이 피면 열매도 맺고, 나무도 더 자랄 수 있는 것이겠지?
숲의 조화로움, 겨울동안 곤충들을 품고 '곤충 호텔'을 열어 생명체를 키워낸 숲을 다시 보게 되는 책
곤충들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가 사실적인 지식도 얻으면서,
동시에
겨울 숲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책
《곤충 호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