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푸른숲 주니어 클래식 4
진 웹스터 지음, 김선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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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Daddy long legs

진 웹스터 글, 그림 김선영 옮김

푸른숲주니어




키다리 아저씨. 이번에 아이에게 주려고 책을 들었다가 내가 설레하면서 다시 읽은 책이다.

고아 소녀 제루샤 (주디)가 익명의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을 가고, 후원의 조건으로 매 달 한 번 편지를 쓰는 데 - 실제로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아 놓은 그 글이 책으로 묶어진 형태로 된 소설이다.

주인공이 고아이고, 자신의 생각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과는 사뭇 다른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 빨간머리 앤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이 발표된 시기도 비슷했다. 《빨간 머리 앤》(1908), 《키다리아저씨》(1912).

열일곱, 작문에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고아원규칙상 더 이상 그곳에 머물기 힘든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는 한 이사로 부터 후원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다. 자신을 길러준 고아원은 감사한 곳이지만, 결코 다시 가고 싶지는 않은 그곳을 떠난 제루샤는 교양을 쌓고, 학문을 익히면서 하루하루 학교 생활을 적응해간다.

친구들이 모두다 알고 있는 상식을 자신은 이제야 알게되었다면서, 주디가 섭렵하는 책들 - 작은 아씨들, 보물섬, 햄릿 등 -을 통해, 대학 4년동안 성장하는 주디와 함께 독자의 지적 호기심도 자극하며, 여성 참정권이 없던 시절 시민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의견, 종교로 모든 삶의 짊을 떠넘기는 듯한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 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주디가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마주하는 지 볼 수 있다.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도, 체육을 할 때도, 학업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주디의 삶은 지쳐있다기 보다 늘 새로운 활력이 넘친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주디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내는 말에 더욱 눈길이 갔다.

인생에서 큰 문제에 부딪혔을 때만 인격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크나큰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든 용감하게 맞설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을 웃어 넘길 때도 남다른 인품이 필요한 것 같아요. (p.72)

세상에는 행복한 일이 참 많아요. 갈 수 있는 곳도 많고요.

자기 앞에 주어지는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요.

여기서 비밀은, 유연한 태도에요.(p.153)

저는 행복의 진정한 비밀을 발견했어요. 바로 현재를 사는 거예요.(p.177)

그 어떤 불쾌한 일이 일어나도 앞으로 계속 행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거든요.

불쾌한 일들을 흥미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그 느낌을 알게 된 걸 차라리 다행으로 여길래요. (p.216)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대목은 정말 감동!

당찬 고아 소녀가 대학을 진학하며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데 조력자가 되어 준 키다리 아저씨. 그에게 보낸 편지속에서 한 소녀의 삶에 대한 태도와 당찬 의지를 엿보는 동시에, 누군가의 곁에 자리를 찾아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주디를 응원하게 되는 책 《키다리 아저씨》였다.

덧) 푸른숲주니어에서 나온 이 책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쓰신 '키다리 아저씨 제대로 읽기'가이드가 책 말미에 덧붙여져 있다. 작가에 대한 소개, 책 속에서 등장하는 제루샤의 글을 통해 볼 수 있는 시대상, 책 속 작품에 대한 설명 등등 책을 더 깊고 폭넓게 볼 수 있는 글이 더해져 책을 처음읽는 독자에게나 다시 읽는 독자에게도 유익을 준다.

《키다리 아저씨》 속 주디의 절친인 샐리 맥브라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존 그리어 고아원의 관리자가 되어 경영하는 내용의 키다리 아저씨의 속편 《디어 에너미(Dear Enemy)》(1915)책도 소개해주고 있다. 이 책도 편지글로 되어 있다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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