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푸시킨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함께 따라오는 시가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는 푸시킨과 하나가 된다.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며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힘을 주었다. 이겨내라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가라는 듯 다독여주는 시이다. 누군가 힘들어한다면 조용히 이 시를 건네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들에게는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시만큼이나 유명한 작품을 우리들에게 남기고 떠났다.

 

 

  

학창시절 <대위의 딸>이라는 작품을 읽으면 연애 소설이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정치적인 이야기들도 보였지만 청소년기에는 연애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보였다. 표트르 안드레이치의 말과 행동들은 미로노프 대위의 딸 마리야 이바노브나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용기가 되어 불안한 현실과 마주하며 헤쳐나가고 있다.

 

부모님의 품 안에서 편안한 삶을 살아가던 표트르. 아버지의 눈에는 철없는 아이로 보인다. 여자애들 꼼무니를 따라다니고 비둘기 집에 기어오르는 행동을 할 나이는 지났다며 군대에 보내려고 한다. 근위대 장교가 되는 모습을 상상했던 표트르. 하지만 아버지가 선택한 곳은 표트르가 생각했던 곳과 전혀 다르다. 시골 벽지에서의 무료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보라 속에서 우연히 만난 길 안내인. 그의 도움을 고맙게 여기며 사벨리치의 반대에도 자신의 토끼 가죽 외투를 선물로 준다. 이 일로 인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평범한 농민이자 길 안내인이였던 그의 정체를 알았을 때 표트르와 사벨리치는 어떻게 될까.

 

"'왜 당신은 가슴에 칼을 맞고 포탄 아래 몸을 던지지 않았소? 차라리 그것이 더 나았을 것을!' 그러나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그를 생각할 때마다, 그의 생애에 최고의 위세를 떨치고 있던 순간에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과 비열한 시바브린에게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해 준 일을 잊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 본문 218쪽

 

푸가초프와의 만남은 악연일까, 인연일까. 귀족 출신으로 도련님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가 푸가초프를 만나고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변화가 생긴다. 높은 자리에서 바라보는 아래의 모습은 다르다. 아래로 내려와 그들을 바라보니 같은 사람들임에도 전혀 다른 사람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사람 사이에 높고 낮음이 있으면 안 됨에도 그런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처 몰랐던 사람들의 모습을 알아간다. 반란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것인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한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라 생각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위험과 마주한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지고 누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것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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