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개봉 소식을 듣고 읽고 싶었던 책 하나이다. 예고편을 보면서 아름다운 영상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에게 어떤 사연이 숨어있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는내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했다. 원작소설의 영화들을 보고 종종 실망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실망감은 잊고 영화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로스커먼 정신병원 환자인 로잔느와 로스커먼 정신병원 원장인 그린 박사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그들 각자의 이야기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들 사이의 대화속에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환자와 진료를 하는 의사 이상의 감정. 그들은 무엇을 숨기고 밝히려 하는 것일까. 정신병원에 있는 로잔느가 진짜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끝까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런 의문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조금씩 해결된다. 어쩌면 반전일지도 모른다. 로잔느와 그린은 단순히 의사와 환자 관계는 아닌 것이다.

 

로잔느라는 인물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처한 환경이나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느 시대나 만만치 않은 일이 아닌가보다. 슬라이고에서 기독교인 중에서 가장 깨끗하게 살아가는 로잔느의 아버지. 로잔느는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했다. 묘지 관리인으로 살아가면서 아내와 딸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한 상처로 남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이 로잔느의 삶을 불행의 길로 안내한 것일까.

 

행복을 일일이 열거해보는 건 보람 있는 일이다. 인생에는 다른 것들도 아주 많으니 할 수 있을때 행복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행복에 빠져 있을 때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 본문 201쪽

 

늙은 로잔느와 그린 박사가 만나면서 우리들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을 넘나든다. 지금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과거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들려준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였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 배척당한다. 사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것이 그들 앞에 놓인 어느 장애물보다 넘기 힘든 것이였다. 신과 같은 존재였던 신부님의 눈밖에 나는 일은 있을수 없는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힘 앞에 나약해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삶이 로잔느에게도 이어질수 밖에 없는 것일까. 매력젹인 여성이라는 것도 로잔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아이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주어진다며 제 정신으로 살아갈수는 없을 것이다.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는 않는 거대한 힘에 나약해질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어느 잣대로 인간을 평가할수 있을까.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살아가는 것을 원망할수밖에 없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보이지 않는 잣대로 우리들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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