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붕어빵 작은도서관 40
최은옥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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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잔소리일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생각해서 하는 소리이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잔소리일 때가 많다. 이야기라는 것이 가끔은 상대방의 입장보다는 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평소 말이 없고 큰 소리를 내는 일이 없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말도 많이하고 간혹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다른 모습으로 만나는 우리들이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만나면 다 똑같아진다. 한때 '잔소리 대마왕'이라 불리던 내가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와 함께 표지를 보며 우리들은 다른 표정을 짓게 된다. 아이는 표지의 아이처럼 흐뭇하게 바라보지만 엄마인 나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낯이 뜨거워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라 늘 있는 일이니까 그러려니하며 흘려보내는 것이다. 표지만 보더라도 엄마는 화가 나서 계속 뭔가를 말하고 있지만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듯 학교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쓸데없는 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병찬이는 엄마의 입에 지퍼를 달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잔소리를 할때마다 잠그고 싶기 때문이다. 먹기 싫은 시금치를 먹으라하고 양치해라, 신발 똑바로 신어라 등 온통 듣기 싫은 말뿐이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공부해라, 컴퓨터 그만하라고 말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짜증이 난다고 말을 한다. 이렇게 잔소리가 많은 엄마가 달라질수는 없는 것일까.

 

길을 가다 우연히 거꾸로 잔소리 붕어빵을 파는 곳을 보게 된다. 이 붕어빵을 먹으면 늘 잔소리 하던 말을 반대로 말하게 된다고 한다. 설마하는 마음에 붕어빵을 사서 엄마에게 주는 병찬이. 아저씨의 말처럼 엄마는 잔소리가 아니라 평소 병찬이가 하고 싶었던 일만 하라고 한다. 양치를 안해도, 컴퓨터를 하고 하루종일 텔레비전을 봐도 잔소리를 안한다. 오히려 잘 했다고 칭찬을 하는 엄마. 먹지 못하게 했던 콜라도 마시라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어도 학교를 가지 않아도 뭐라하지 않는다. 얼마나 원하고 바라던 일인가. 하지만 병찬이는 그렇게 바라던 일이지만 잔소리를 안하는 엄마를 보며 슬퍼진다.

 

엄마의 입에 지퍼를 달고 싶을 정도로 잔소리가 싫었던 병찬이지만 잔소리가 없어진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짜증이 났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 이제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병찬이도 알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돌아간다고해서 무조건 좋지만도 않을 것이다. 아이와 책을 보며 아이를 위한다면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엄마의 입장에서만 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를 짜증나게 하는 잔소리가 아니라 들어서 행복해지는 잔소리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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