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코끼리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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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요즘 황경신 작가의 작품들을 연달아 읽고 있다. 간혹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이 궁금하여 선택하여 읽는 경우가 있다.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내용이 궁금하여 몇권의 책을 읽었는데 모두 황경신 작가의 작품이였다. 그런 우연이 이제는 신간이 나올때마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제목도 흥미롭고 표지도 눈길을 끈다. 띠지의 문구 때문에 그 모자의 정체를 눈치채고 만다. 어른들은 절대 볼수 있는 보아뱀. 이제는 어른이 되어 그냥 빨간 모자로밖에 보이는 않는 내가 보아뱀의 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어릴적 읽은 동화나 동화속 인물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나또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을때 친구가 되어 준 사람은 빨간 머리 앤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앤에게는 털어놓았으니 내게는 정말 소중한 친구로 남아있다. 지금도 종종 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려나^^

 

여덟 살 소녀와 373살의 보아뱀. 엄청난 나이 차이가 난다. 우리는 몇살만 차이나도 세대차이가 난다며 대화를 거부하는데 소녀와 보아뱀은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왕자>속 보아뱀을 만난 소녀. '너는 누구냐'라는 소녀의 질문에 식사 중이라며 묻고 싶은게 있으면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 한마디에 반 년 동안 보아뱀이 깨어나길 기다린다. 이렇게해서 만나게 된 소녀와 보아뱀. 그들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보아뱀을 만나게 된 것은 어린왕자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소녀와 보아뱀의 대화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동화속 사건이나 인물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열여덟개의 이야기를 통해서 만날수 있는 동화들은 우리들도 잘 알고있는 것들이다. 빨간 모자와 늑대, 브레멘 음악대, 헨젤과 그레텔, 장화 신은 고양이, 황금 거위 등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던 동화들이다. 그 동화들의 어떤 이야기들로 이들의 대화는 이루어지는 것일까.

 

궁금한 것이 많은 소녀이다. 끊임없이 질문으로 보아뱀에게 말을 건넨다. 싫은 것처럼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보아뱀은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 이야기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고 고민하는 일들이다.

 

<빨간 모자와 늑대>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닿는다. 빨간 모자가 늑대에게 잡아 먹히는 장면을 보며 보아뱀은 민망할 정도 크게 웃는다. 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 나쁜 늑대에게 소녀가 잡아먹히는데 어떻게 웃을수 있는지 궁금하다.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묻는 소녀. 보아뱀은 우리가 생각했던 동화와 달리 늑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비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다른 것들을 두고 끝없이 비교를 한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의 시작이라는 말도있다. 불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들은 여전히 비교를 하며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한 번 비교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아." - 본문 44쪽

 

소녀와 보아뱀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동화 속 사건이나 인물들을 통해 우리들의 삶의 방향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소녀의 끊임없는 질문들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빠르게 올라가라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다른 사람을 쫓고 지금보다 나아지려고 아둥바둥 하는 우리들에게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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