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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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노벨라의 네 번째 작품은 <나는 할머니와 산다>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최민경 작가의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단편소설을 담고 있어 읽기에 부담감이 없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만났었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시리즈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마리의 사생활>에서의 마리를 보면서 중학교때 한 친구가 생각났다.책을 읽는내내 마리와 내 친구가 함께 보이는 것이다.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던 친구는 내가 없을때도 찾아와 우리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아이였다. 어느 날에는 내가 어려워하는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친구를 보고 묘한 감정이 들어다. 내가 할머니께 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성격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질투가 나기도 했다. 우리들은 그 친구에게 넉살좋다라고 말했다. 그때 묘한 감정이 들었지만 가족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어느날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던 친구가 찾아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잠시 얼굴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집처럼 생각하고 지낸다면 어떨까.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리가 찾아와 불편한 일이 많아지고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졌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아빠. 그런 아빠의 장례식후 엄마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서로 사랑했던 시간보다 싸웠던 시간이 더 많았음에도 상실감이 큰가보다. 엄마와 단둘이 남겨진 집에는 온기가 없다. 그런 하나의 집에 엄마 친구 딸인 마리가 찾아온다. '말희'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왜 마리라 불리는지 모르지만 어느순간부터 그녀는 이 집의 한 사람처럼 지낸다. 먹는것부터 시작하여 입는것, 자는 것까지. 점점 자신의 공간을 잃어가는 하나. 엄마의 마음마저 뺏기는 느낌이 든다. 잠시 지나치는 관계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녀가 자신의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으로 아버지를 보내고 돌아온 하나와 엄마에게 '마리'라는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다. 물론 그 빈자리를 마리가 채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떠난 자리는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채워가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이 있는 관계이다. 마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처럼 다가오고 하나는 그런 마리를 경계하며 바라본다. 그녀의 과거나 현재,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워 보인다. 그녀가 하는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모른다. 어떻게해서든 마리가 빨리 떠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로 치자면 인기있는 미니 시리즈라기보다는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늦은 시간대에 하는 단막극 형태의 느낌이 난다. 조금은 어둡고 무거워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결국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늘 행복하고 밝은 날이 찾아올거라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좋아서라기보다는 생계를 위해 숍에서 머리손질을 하며 하루종일 손님을 맞이하는 하나, 유일한 혈육인 할아버지를 잃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알기에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상준. 사랑조차 의심을 받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수 없게 만드는 마리. 우리네처럼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며 관계를 맺어가면서 가끔은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을 밀어내고 싶을때도 있다.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는 일조차 삶에서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 아닐까.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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