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스한 봄소식이 들립니다. 포근한 날씨만큼 예쁜 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모든이들에게 즐거운 봄이 아니라는 사실에 슬픕니다. 긴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새학기를 맞아 어떤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를 갔습니다. 다행히도 즐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가는 아이들. 하지만 방송에서 새 학기부터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 자신을 왕따시킨 아이들과 한 학교에 배정이 되고 기숙사에 배정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죽음을 선택한 아이.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이 남아있고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은 아이가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비록 방송에서 만난 다른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이젠 남의 이야기라 지나칠수 없습니다.

 

'후지슌'. 1989년 9월 4일 아주 심한 왕따를 당하던 후지슌이 자기 집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목을 맸습니다. <십자가>는 사나다의 눈으로 바라본 후지슌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우리들에게 들려줍니다. 그 담담함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후지슌이 남긴 유서에는 4명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절친이라 말한 사나다와 가해자인 미시마와 네모토, 미안다는 말을 남긴 사유리. 후지슌은 죽었지만 이 네명에게는 끝까지 가슴속에 새겨진 이름입니다.

 

"사나다 유,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유 짱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

"미시마 다케히로, 네모토 신야. 영원히 용서 못 해. 끝까지 저주할 거야. 지옥으로 가라!"

"나카가와 사유리, 귀찮게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늘 행복하기를 바랄게."

 

후지슌은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아이들에게 선택되었습니다. 그 선택으로 인해 후지슌은 왕따를 당합니다. 교과서나 노트를 화장장실 변기에 버리고 돈과 물건을 훔치게 하며 후지슌을 벽에 세우고 바로 코 앞에서 지우개를 던지는 등 미시마, 네모토, 사카이 등은 그룹을 지어 후지슌을 괴롭힙니다.

 

후지슌은 떠났지만 후지슌의 가족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못합니다. 엄마는 아이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앞으로 다른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슬픔과 동생은 형의 빈자리까지 자신이 채워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아빠는 이 모든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려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한 아이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유와 사유리는 성장하여 자신들의 가정을 꾸려가지만 후지슌의 가족은 시간이 정지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고 말하지만 자식을 가슴에 품은 부모에게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책에서 합니다. 사람의 비난하는 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나이프의 말과 십자가의말.

 

"나이프의 말에서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이야." - 본문 74쪽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 본문 75쪽 

 

후지슌의 유서에 이름은 남겨진 네 아이. 유서에는 이름은 없지만 사카이와 다른 친구들도 마음의 십자가를 하나씩 가지게 된 것입니다 평생 지울수 없고 지워서도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들은 후지슌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낍니다. 그 아이가 죽을만큼 괴로운 순간 그의 곁에는 누가 있었을까요? 아니, 곁에 있는 친구들 중 아무도 후지슌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자신이 선택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그 곁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안을 더 들여다보면 후지슌뿐만 아니라 후지슌의 가족, 그리고 남겨진 이들 모두가 그 아픔에세 쉽게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이들은 모두 각자의 살아있는 동안 각자의 십자가를 하나씩 짊어지고 가게 됩니다.

 

왕따. 우리의 삶에서도 사전에서도 지워버리고 싶은 말입니다. 방송에서 연일 들려오는 소식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수학 공식처럼 조금은 어렵더라도 답을 찾아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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