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랄라랜드로 간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4
김영리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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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방송에서 휘귀병을 앓고 있는 연예인들을 이야기하며 '기면증'이라는 병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 것이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졸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드는 병.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힘들다고 한다.

 

용하네는 외삼촌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이모할머니가 남겨주신 게스트하우스에 모여 함께 살기 시작한다. '기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17세 소년 안용하. 용하는 누구나 조는 일은 있는 일이니 문제가 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분명히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예고없이 졸리는 것뿐만 아니라 흥분을 하면 얼굴근육이 무너져 괴상한 표정이 나오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본 친구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 같다며 놀리기까지 한다. 먹고 살기 힘든 부모님은 이런 용하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이 집에 살고 있는 망할 고 할아버지만이 용하의 비밀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는 낫게 해준다는 빌미로 용하에게 일기를 쓰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만의 비트(비밀일기를 쓰는 노트)를 만들어 잠들기 직전까지의 상태를 일기로 남기고 있다.

 

자신의 병 때문에도 무기력하고 힘든 시간들인데 학교에서는 재수탱 녀석들의 괴롭힘으로 더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우연히 선생님이 말씀하신 '기면증'이라는 병을 알게 된 재수탱 녀석들은 용하를 더 놀리고 '쇼'를 하는거라고 말을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들이다. 친구의 병을 위로해주지 못할망정 그것을 놀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그 때의 절망감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절망감에 놓인 친구를 더 큰 어둠과 절망속으로 보내려는 아이들.

 

"난 쓰러질 때마다 랄라랜드로 가거든." - 본문 25쪽

 

재수탱 녀석들에게 우연히 말한 랄라랜드. 그 이야기를 들은 은새는 랄라랜드가 궁금해진다. 모범생인 언니와는 다르게 부모님이 원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싶은 은새, 어릴 적 버려진 이모할머니의 아들 피터 최, 정체를 알수 없는 망할 고 할아버지. 용하네 게스트 하우스에 모인 인물들은 하나같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17세의 아픔이 있는 소년의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책을 읽으며 슬프다는 생각보다는 웃음이 피어난다.

 

조금은 과장된 피터 최의 말과 행동. 심각한 상황에서도 식탐이 먼저인 용하의 아빠를 보면서 어려운 상황들을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사실 기면증을 앓고 있는 용하가 앞으로 어떻게 그 병을 극복해 나갈까에 대한 것은 우리는 궁금하지 않다. 자신의 병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용하는 자신의 랄라랜드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가 동정이나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용하가 너무 고맙다. 오히려 우리가 용하에게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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