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2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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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두려운 것은 이 세상에서 내가 살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리지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고 싶은 건 욕심일까. 죽음을 맞이했을 때 진정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가족은 당연히(?) 슬퍼해줄거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슬픔이 자리 잡을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일은 무서운 생각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몇 페이지 읽었을 때 만난 문장은 충격이다.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슬픔이자 무서움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안도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위선일 수도 있겠지만 장례식을 찾아가서만이라도 슬픔을 드러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출발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의문이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 본문 11쪽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장례식. 속으로는 다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 떠나는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어떤 마음일까. 죽음이라는 이름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우리들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로 마음 아파하지 않을까. 평생을 살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나의 죽음을 생각하며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반 일리치. 그가 죽음과 마주했을 때 그의 삶은 이전과 달라진다. 성공이라는 생각했던 것들은 무의미하다. 남은 사람들은 이반의 죽음을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슬픈 현실이다,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무서운 현실이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들은 끝없이 경쟁을 한다. 그 경쟁에서의 승자는 누구일까. 어쩌면 승자가 없는 게임을 우리들은 계속해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 본문 85쪽

"고통받지 않는 것. 그리고 사는 것." - 본문 86쪽

 

우리의 삶에서 다시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 다만, 지난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오늘과 내일이 있다. 하지만 죽음은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이반의 죽음이 슬픈건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가 느끼는 고통을 얼마나 이해한다고 말할 수 는 없지만 살고 싶은 마음은 느껴진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삶이지만 이제 그는 선택할 기회가 사라졌다. 우리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충격적인 첫 문장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이반의 죽음을 보며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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