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의 자유가 인간다워질 자유보다 윤리적으로

더 고차원적일 수는 없다.

제한을 두지 않은 상업의 자유는

오로지 이윤을 다른 무엇보다 우위에 둘 수 있다는

특허 외에 다름 아니다.

 

- 파울로 프레이리, 『자유의 교육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줄거리 。。。。。。。      

 

     어린 시절을 산 속 할아버지 댁에서 보냈던 열세 살의 메이. 지금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엄마 아빠가 심하게 싸울 때면 산 속 그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신 할아버지는 얼마 후 돌아가시고 부모님의 다툼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만 간다. 그러던 중 전학생인 제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메이. 조금씩 친해져가는 차에 부모님이 결국 이혼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상처를 받은 메이는 제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산 속 집으로의 가출, 아니 여행을 떠난다.

 

 

 

2. 감상평 。。。。。。。         

 

     열세 살짜리 소녀가 어린 나이에 여러 일들을 겪으며 힘들어하지만, 결국은 그것들을 이겨내고 성숙하게 된다는 전형적인 성장영화다. 익숙한 주제이긴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기본은 하는 흐름이니까 연출자로서는 어떻게 영화의 느낌을 잘 살려내느냐만 고민하는 되는 게임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꽤나 독특하게 표현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머릿속에 오래 남는 장면은 역시나 메이와 제이가 함께 만든 종이접기 동물들이 살아나 집으로 돌아가는 둘의 뒤를 따라 가는 부분이다. 열세 살이라는 주인공 메이의 심리 상태를 상당히 귀엽게 묘사해주는 부분인데, 제이와의 알콩달콩한 관계의 진전에 대한 설렘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하다.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길에 둘이 탄 기차가 신비한 우주 속을 달리는 것처럼 그려내는 부분도 비슷한 느낌.

 

 

     영화를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을지가 궁금했다. 할아버지도 돌아가시고, 부모는 이혼을 한 마당에 여행을 통해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을 겪으며 치유가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 감독은 너무 나가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마무리를 해냈다. 모든 것이 영화처럼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메이는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성장해내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을 완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아무도 없이 혼자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두 주인공인 아역 배우들도 귀여웠고, 영화 말미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이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등에 출연해 얼굴이 낯익은 계륜미의 깜짝 출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매력적인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줄거리 。。。。。。。        

 

      크게 흥행하지 못한 영화 몇 편을 만들고 지방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성준. 어느 날 서울에 올라와 알고 지내던 영호 형에게 신세를 지며 며칠간 머무르기로 한다. 영호와 함께 알게 된 보람 등과 며칠간 내일 술을 마시며 사람들을 만나는 성준. 술에 취해 예전에 만났던 경진의 집에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기도 하고, 영호 등과 함께 갔던 술집에서 경진과 너무나 닮은 주인인 예전을 만나 또 수작을 걸기 시작한다. 북촌 인근에서의 며칠간을 보내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잠잠히 묘사하는 영화.

 

 

 

 

2. 감상평 。。。。。。。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일반적인 인상과는 좀 다른 동네인 북촌을 배경으로 만든, 배경이 예쁜 영화. 영화 속에는 특별히 나쁜 사람도, 견디기 힘든 괴로움에 처한 사람도 없다. 다만 오랜만에 상경해서 부촌 인근을 돌아다니는 성준이 만나는 사람들을 그의 입장에서 천천히 따라가기만 한다.

 

     사건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는 조금 지루한 감을 줄 수도 있지만, 반복되는 만남, 유사한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소재가 워낙에 눈에 띄게 드러나기 때문에 또 그렇게 무미건조하지만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에 우연과 필연에 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을 담아내려고 애쓴 것 같지도 않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만들었다는 느낌? (이 말이 대충 만들었다는 말과 다르다는 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

 

 

 

     주인공인 영화감독 성준 역의 유준상의 연기는 영화의 전체 분위기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원래도 워낙에 편안한 연기에 능숙한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어쩜 이렇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여기에 경진과 예전의 1인 2역을 맡은 김보경도 참 예쁘게 나왔다.

 

     반복되는 우연 속에서 필연을 만들어 내며 살아가는 인생, 어떻게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려냈다고 할까. 물론 영화 속에서 얼마든지 다른 의미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독교적 의미의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의지의 상태로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남에 대해서는 배워서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줄거리 。。。。。。。      

 

     평생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 민호와 희정. 어차피 시들어버릴 꽃 같은 걸 뭐 하러 사느냐고 타박을 하는 민호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여전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게 된 민호.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고 그런 민호에게 더욱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희정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희정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힘겨운 투병생활을 시작하는 희정. 남겨질 서로를 걱정하던 부부는 마침내 퇴원을 하기로 결정한다. 민호가 전 날 옆 병실에서 훔쳐 놓은 약과 함께.

 

 

2. 감상평 。。。。。。。             

 

     최근에 이런 늙음과 죽음 같은 주제의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경영, 윤석화 주연의 ‘봄, 눈’도 이 영화와 거의 비슷한 주제 - 먼저 떠나게 되는 아내와 엄마라는 -를 그려내고 있었고, ‘세상의 모든 계절’도 나이 들어감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하는 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약과 의학적 도구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늙음과 병듦이라는 소재는 결국 죽음이라는 인류 공통의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고, 그 때문에 수없이 되풀이 되어 온 주제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영화 장르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헤어짐으로 상정한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서로가 먼저 죽고 난 뒤의 예상되는 깊은 외로움과 절망감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충격적일수도 있는 소재를 헤어지지 않으려는 부부의 큰 사랑으로 꾸며낼 수 있는 것도 이런 전제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일어난 민호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영화 말미에 집으로 돌아온 두 부부가 대화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어딜까 우리가 가는 곳은?", "글쎄?",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나도 그래." 그렇게 사랑은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도 물러서게 만드는 걸까. 젊은이들의 그것처럼 격정적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며 다져진 부부간의 사랑은 그 못지않게 단단하다.

 

     두 중견 배우의 원숙한 연기는 전혀 과장 없이 인물들의 심리를 예술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인물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랑한다면 덮어놓고 옷부터 벗기는 걸 그리기 바쁜 요즘 세태에,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말이 어느 정도의 무게가 있는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도록 만들 수 있는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