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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없는 진보 -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8월
평점 :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야당을 여당보다 더 욕하고 있다.
사실 야당의 행태를 보면 욕을 안하기가 힘들 지경인데,
그런 답답함을 가진 사람들이 강준만 교수의 책 <싸가지 없는 진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위 진보진영이 보여주는 한심한 행태들을 나열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이 책은
역시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진보의 잘못이 단순히 싸가지 없음이냐는 반박이 가능하겠지만,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밥 쳐먹어”라는 말을 손자가 했을 때
방에서 이를 잡던 할아버지가 과연 그 메시지에만 주목해 순순히 밥을 드시러 나오겠느냐를 생각한다면
싸가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만은 없으리라.
예컨대 다음 대목을 읽고 무지하게 찔렸다.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을 어리석고, 탐욕스럽고,
더 나아가 사악하다고까지 생각하는 한 민주당은 필패하게 되어 있다...
놀라운 사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논객들과 언론인들의 대부분은
그런 시각으로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을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203쪽)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상대가 분노하게끔 조롱하면서도 그걸 풍자나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한다는 내용까지 읽으면
“이건 딱 내 얘기잖아!”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정치라는 게 어차피 숫자로 결판나게 마련이고,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새누리 지지자들을 ‘어리석은 사람들’로 취급하면서 그 어떤 설득이 가능하겠는가?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내가 그간 썼던 글은 참 싸가지 없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썼던 ‘이제 유권자를 욕할 때다’라는 글은 그 하이라이트로,
거기서 난 맹목적으로 새누리만 지지하는 유권자가 정치 후진화의 일등공신이라고 얘기했다.
정몽준 아들이 주장한 ‘국개론’의 다른 버전인 이 글은 욕을 무지하게 먹었고,
댓글 중엔 “새누리당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는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내가 그닥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사실은 다행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이란 부제처럼 강교수는 진보의 집권을 바라는 충정에서 이 책을 쓴 반면,
난 새누리와 그 지지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떠보려는 사악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쓴다는 점.
진보의 집권보다는 내 명성을 쌓는 것에 급급하다보니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었다고 그간의 행태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글 한편 쓸 때마다 몇천명씩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는 건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력이니까.
강교수님의 지적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대통령님을 부탁해요>를 쓴 건,
다 나 잘되려고 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강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