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채사장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책을 일년에 한권씩 내는 것 같다. 지대넓얉 시리즈 1-2권,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가 2014년부터 올 2018년까지 매해 차례로 한권씩 나온 것 같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책 두께가 점차 얇아지고 있다. 책 크기도 좀 작아지는듯 한데 기분 탓일수도 있겠다. 또 하나가 있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이지만 나-타인-세계의 단순한 체계가 있다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세계에서 나의 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대넓얉과 시민의 교양이 주로 세계와 타인 같은 외부라면 열한계단과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주로 타인과 나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이것은 채사장 특유의 세계를 바라보는 생각 때문인데 바로 나 자신이 세계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본론에서 좀 더 자세히)

 나는 이상하게도 채사장과 강신주가 자꾸 비교된다. 둘은 전공도 다르며 살아온 길과 성격도 매우 다르며 책도 다르지만 적어도 한국 출판시장에 인문학의 돌풍을 불러오고 일으켰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일단 2012년부터 2015년정도까지가 강신주의 시기였다면 그 이후로 지금까지는 채사장의 시기로 보인다. 적어도 인문학 열풍 시장에선 채사장이 강신주의 대체재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두 저자의 수준은 공통적으로 매우 높으면서도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입장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강신주는 책에서 대개 자신의 주체로서의 감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억압하는 자본과 사회에 맞서 과감히 주체로서 다시 일어설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와 자본, 그리고 가족, 타인에 의해 자신이 억압당하고 진정 원하는 것을 행하지 못함을 솔직히 직시하고 변화해 나가는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서양 및 동양철학이나 불교, 인문고전 및 예술등 주로 철학적인 것들을 동원한다.

 반면 채사장은 지대넓얉이나 시민의 교양에서 볼수 있는 것 처럼 경제, 사회, 정치, 윤리, 역사, 과학 등 인문사회거의 분야를 보다 총체적으로 다루는 편이며 책 제목처럼 정말 넓고 쉽게 다룬다. 채사장은 사회와 국가차원에서는 결국 시민이 될 것을 그리고 개인과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 

 둘은 공통적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편인데 강신주가 보다 어렵고 깊으며 직접적이고 불편하게 다가온다면 채사장은 보다 편하고 쉬워보이며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이런면이 지금의 흐름을 만든 것은 아닐런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두 훌륭하신 저자의 비교가 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난 두번 모두의 책을 매우 좋아한다. 

 어쨌든 쓸데없는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채사장의 책으로 돌아온다면 책은 매우 훌륭했다. 열한계단을 읽으면서 다음책을 더 보아야 할까 고민했었다면 이번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난다를 보면서는 다음책을 반드시 봐야겠다고 느낄 정도였다. 

 이 책은 타인-세계-도구-나의 순서로 이어지며 여기서 도구는 내가 세계 및 타인과 연결되는 방법이다. 이런 순서를 취하게 된 이유는 채사장은 세계의 존재와 나의 존재가 서로 무엇이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동근원적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는 내가 인식하기에 비로소 존재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며 나에 앞서 실재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신할수 없다. 세계는 나의 주관하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는 앞도적이다. 나는 나의 의미를 찾기에 앞서 세계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것들에 앞도되어 나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나의 진정한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은 본의 아니게 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을 밖에서부터 하게 된다. 

 내가 바깥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한데 책에서는 통증과 이야기, 언어를 들고 있다. 통증은 아픔을 느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과 몸의 아픔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나의 바깥으로 나아갈수록 다른 것들의 통증은 약하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인간은 다행히도 무한한 세계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에 집중하며 살수 있지만 결국 세계와 다른 사람들의 아픔으로 인한 문제는 둔감해진다. 그래서 넘치는 식량에도 세계의 다수는 굶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픔에 대한 통증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바로 윤리와 관심, 책, 영화, 예술, 세계에 대한 관심을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확장시켜서 말이다. 

 다음 도구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세계와 나를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과학이 말하는 이론이나 자본의 논리, 어느 정치의 논리, 과거로는 신화의 논리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나는 무한히 확장도 하지만 철저히 억압받고 제한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쨌든 어떠한 이야기를 통해 관계 맺건 나의 이야기는 철저히 나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를 보는 건 나이기 때문이다. 

 채사장은 두가지 이야기를 든다. 하나는 자본의 이야기, 하나는 믿음이다. 자본은 제법 많은 걸 준 이야기지만 우리에게서 생산자의 지위를 빼앗아갔다. 춤과 노래, 말과 대화, 사유와 지식이다. 자본은 춤과 노래에 대해선 셀럽들은 말과 대화에 대해선 토크쇼 진행자들을 사유와 지식에서는 채사장과 강신주 같은 사람들은 매체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서 이것들을 생산하던 역할을 우리에게서 박탈했다고 말한다. 자본은 우리에게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만 존재하는 것을 허용한다. 

 믿음은 진리에 관한 것이다. 어느날 전체에서 A라는 부분 집합이 생겼다. 이것은 유물론일수도 공산주의일수도 신자유주의일수도 있다. 그런데 A는 자신이 진리라고 곧 생각한다. 그리고 전체집합의 나머지들 역시 A 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A는 그날 이후 같이 있떤 BCD를 억압하고 회유하기 시작한다. 폭력도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판과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마지막 도구는 언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채사장도 언어의 불완전함을 지적한다. 그로인해 우리는 의사소통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해를 갖게 된다. 이런 언어의 불완전함을 해결하는 방안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언어의 양을 늘리는 것이고 하나는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말을 못알아듣는 사람에게는 더 자세히 설명하거나 아니면 다른 말을 쳐내고 핵심만 이야기한다.

 채사장은 언어의 양이 극단적으로 늘어난 것이 책이며, 가장 극단적으로 줄어든 것을 시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는 의사소통을 위해 불필요한 언어를 최대한 쳐낸 것으로 오려 가장 직접적이고 오해가 적은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시를 잘 이해한다고 한다.??? 반면 책은 언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말만으로는 되지 않아 이해를 위해선 선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릴적 읽었던 고전이 나이가 들었단 이유만으로 이해가 되는 것은 이래서이다. 그래서 채사장은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어릴적부터 고전을 강요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한다. 참 독특한 시각이다.

 사실 이 모든 말은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을 위해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마지막엔 채사장은 자신의 의미를 찾는데 집중한다. 물론 그건 쉽지 않다. 우리는 삶에 휩쓸려 살아가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사장은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죽더라도 의식은 남는다는 것이고 조건이 허락한다면 무수한 세월이 지나 다시 생명체로 나타나 사고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거기서 삶을 바라보는 나는 결국 자신과 세계가 얽혀있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신비주의적이고 불교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결론이다. 불교에서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윤회한다. 또한 과학적 입장에서는 결국 내가 가진 에너지와 나의 몸을 형성하는 물질은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우연히 뭉치고 모이고 진화하여 나를 형성한 것이고 결국은 빌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다시 흩어져 어디선가 다시 비슷한 일을 행할 것이다. 우주가 계속되는 한. 

 아마도 채사장의 다음 책은 이런 의미를 찾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많이 다룰것 같다. 그의 책은 계속해서 외부에서 시작해 종착에는 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책도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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