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모두가 쉬쉬하던 똥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리처드 존스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 인간이 똥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상당한 거부감과 혐오감이다. 이런 혐오감은 진화적으로 매우 유익했기에 생겨난 것인데 똥에는 엄청난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데다가 기생충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똥을 혐오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지극히 유익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똥을 비교적 혐오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구의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동물 전체를 보고 굳이 호불호를 가린다면 오히려 똥은 선호에 가까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똥떵어리가 갖는 하나의 엄청난 매력 덕분인데 바로 똥이 영양분 덩어리라는 점이다. 그 오랜 진화와 상상초월의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소화능력은 아직 다른 이웃들을 식량으로 삼아 다시 자신의 몸과 에너지로 재구성하는데 익숙치 않다. 그러기에 똥에는 아직 본래 에너지의 70-80%가량이 잔존해있다. 충분히 노려볼만 한 것이다. 

 책 '버려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에는 이런 똥을 식량이자, 새끼의 둥지, 자신의 짝짓기 장소, 혹은  삶의 터전, 그리고 그것도 아니면 먹을 것들이 많이 모이는 사냥터로 삼는 녀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똥을 사랑하는 녀석들은 주로 절지동물들인데 똥딱정벌레, 파리들,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나비까지 있다. 


1. 여러 초식동물들의 똥

 우선 책은 현 지구상의 주요 똥 공급원들의 똥의 특징에 대해 언급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소인데 소똥은 수분이 75%정도로 사람의 대변과 거의 수분함량이 유사하다. 그럼에도 소의 섬유질 소화능력이 워낙 강해 변에 섬유질이 거의 남지 않다보니 형태가 잘 유지되지 않고 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이후에도 약간의 덩어리진 웅덩이 같은 느낌을 준다.

 다음은 말의 변이다. 말은 소정도의 섬유질 소화능력을 갖추지 못해 변이 덩어리져 나온다. 수분함량은 소와 비슷함에도 말이다. 말은 소와 달리 되새김질도 없고 소화능력도 떨어지다 보니 이를 보충하기 위해 소보다 풀을 믾이 뜯게 된다.

 다음은 양의 변인데 양은 건조지역에서 진화한 동물이다 보니 몸의 수분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건조한 65%수분 함량의 변을 만든다. 이 같은 변은 배변시 몸에 변이 묻지 않아 위생적이고 다리에 구더기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마지막은 토끼인데 이 녀석들은 소장과 대장 사이의 맹장에서 섬유질을 흡수한다. 하지만 맹장의 크기가 충분치 않다보니 영양소 흡수가 부족해 토끼는 자신이 초변을 배변과 동시에 바로 입으로 흡수해 재소화한다. 우리가 보는 소위 토끼똥은 이미 초변이 아닌 재변인 셈이다.(집에서 키우는 토끼에 함부로 뽀뽀하지 말자.)


2.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우린 우리 자신들의 대변이 갈색이다보니 당연히 변에 대해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의 똥은 파란색에서 초록색, 흰색까지 그야말로 총천연색이다. 가끔 봉변을 당하는 새똥만해도 흰색에 검은색이지 않은가. 사람의 대변이 갈색인 이유는 소화과정에서 밝혀진다. 사람의 소화과정에서 음식물은 위를 지난 후 소장에 들어가면서 쓸개즙에 노출된다. 쓸개즙의 역할은 녹지 않는 지방덩어리를 잘게 부수어 동그란 덩어리의 유화액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 쓸개즙은 노란색이다.

 그 이유는 오래된 적혈구가 간에서 파괴되는 과정에서 헤모글로빈에서 빌리루빈이란 노란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화기관에서 이 빌리루빈은 스테르코빌린이라는 짙은 갈색의 물질로 변화하는데 이 색이 우리의 똥색이다. 이 어두운 갈색 색소로 인해 포유류의 똥색은 우리가 아는 똥색이 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사향고향이의 변을 이용한 루왁커피에 대한 설명도 짧게 나온다. 18-19세기 자바, 수마트라 섬 등지에서는 커피재배가 이루어졌는데 당시 커피가 워낙 고가의 사치품이다 보니 정작 일을 하는 인부들에게 커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당시 그 지역엔 야생 사향고양이드링 제법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간혹 커피를 따먹은 모양이다. 커피는 사향고양이의 몸속에서 제대로 소화되진 않았지만 커피의 단백질이 변성되어 기존에 쓴맛은 사라지고 은은한 향이나게 되었다. 커피에 굶주린 인부들이 먹기 시작한 고양이 똥 속의 커피가 지금의 루왁커피다. 워낙 귀해 kg당 700$선이라고 한다. 이러니 인간이 사향고향이, 그리고 코끼리한테까지 커피를 강제로 먹이는 짓을 하는 것이다. 


3. 똥딱정벌레의 진화

명확하진 않지만 학자들은 똥딱정벌레의 이름에 똥이 붙게된 시점을 6천만년정도 전으로 본다. 이 시기는 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포유류의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다. 풀의 등장과 이의 섭취를 통해 초식포유류는 충분한 영양을 갖추고 딱정벌레가 좋아할만한 성분과 독성이 적은 똥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똥딱정벌레는 이에 걸맞추어 공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공룡시대에도 딱정벌레가 진화했을 거란 의견도 있긴하다. 하지만 현대의 똥딱정벌레들이 파충류와 조류의 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조류와 파충류는 포유류와는 달리 소변과 대변을 구분하지 않고 배설강이란 곳에서 똥을 만들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독성물질인 암모니아, 인산염, 탄산등의 물질이 생기게 되며 똥딱정벌레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초식공룡의 경우 거대한 섬유질이 가득한 똥을 만들었을게 분명하며 이것은 덩어리졌을 것이고 똥딱정벌레에게 큰 요기거리였을 것이다. 또한 겉씨식물에서 속씨식물로 식물이 진화하며 이들 초식공룡들은 더 높은 영양분을 얻었을 터인데, 이는 그들의 똥 역시 더욱 영양가가 있어질 거란 의미다. 똥딱정벌레가 이를 높치지 않았을 거란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4. 똥과 똥딱정벌레

 똥이 들판에 나타나면 가까운 시간내에 이 향기를 맡고 똥딱정벌레를 비롯한 여러동물들이 몰려온다. 똥딱정벌레는 후각기관이 따로 없고 더듬이로 냄새를 맡는데 그 감각의 정도가 10억분의 1수준을 탐지하는 정도다. 이들의 감각기관이 이리도 민감한 것은 서둘러야 하기 때문인데 막 생성된 촉촉한 똥은 곧 마르기 시작하고 냄새또한 사라지기 때문이다. 똥이 마르면 이를 섭취하는데 큰 장애가 생기며 냄새가 사리자면 똥 자체를 찾지 못하게 된다. 

 똥이 촉촉할때 모인 동물들은 영양분이 가득하고 박테리아 건더기 까지 가득한 이 똥즙을 빨아먹는다. 똥 딱정벌레는 물론, 똥파리 거기에 아름다운 몇몇 나비종까지 이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몇몇 포식자들은 이 똥의 유혹에 빠진 이들을 사냥한다.

 똥딱정벌레는 똥을 잘게 잘라 둥글둥글한 경단을 만드는데 이러한 경단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한 것이다. 똥딱정벌레는 경단을 만들자마자 종에 따라 똥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전략을 택하기도 하며 땅으로 굴을 파서 경단을 옮기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식량인 똥을 경쟁자들로부터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함이다. 

 똥딱정벌레는 수컷의 경우 뿔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덩치가 크다고 해서 뿔도 큰 것은 아니란점이 독특하다.  애벌레에서 성체로 변태할 시기에 애벌레는 뿔의 크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자원배분의 한계때문인데 큰 뿔을 갖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뿔이 머리에 위치하는 종의 경우 눈과 더듬이가 작아지며, 가슴에 위치하는 경우는 작은 고환과 날개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뿔을 없애거나 작게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큰 뿔을 갖으면 똥자원의 확보 및 암컷차지의 용이성으로 똥자원의 탐색과 강한 생식력이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 반대로 뿔이없다면 똥자원과 암컷차지의 확보에서 밀리게 되지만 뛰어난 똥 탐색능력과 잦은 교미로 이를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전략을 똥딱정벌레는 번데기시절 선택해야 한다. 이는 애벌레시절 환경압박에 따른 후성유전학의 결과가 아닐런지.

 똥딱정벌레는 대량의 알을 낳아 새끼를 대량으로 번식하는 다른 곤충들과는 다르게 적은 새끼를 낳아 심지어 양육한다. 이는 이들이 똥을 경단으로 만들고 둥지까지 짓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끼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새끼를 소수정예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똥딱정벌레는 경단하나에 대개 알하나를 낳는데, 이 알은 경단안에서부터 똥을 먹어치우고 자라나며 마지막엔 거의 껍데기만 남은 경단을 부수고 나온다. 이 안에서 자기 똥까지 먹었음이 분명하다. 

 

5. 만약에 똥딱정벌레가 없었다면

가장 대표적인 똥인 소똥의 붕괴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생물학적으로 활발한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20kg짜리 코끼리 똥마져 2-3시간 내에 사라지는 반면, 추운 캐나다에선 소똥이 처리되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모두 똥딱정벌레와 똥을 먹는 동물들로 인해 가능한 일인데, 이들이 없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호주다. 

 호주는 오랜 격리의 역사로 개척시기에 이민자들이 함부로 도입한 생물종으로 오늘날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소 역시 마찬가지 였는데, 소의 문제라기 보단 바로 소똥문제였다. 유럽에선 쌓다하면 조만간 사라졌던 똥이 호주에선 이상하게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호주가 오래 따로 격리되 생물군이 진화하다보니 호주의 딱정벌레가 건조형 똥에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캥거루를 포함한 호주의 유대류들은 이미 구대륙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들의 똥은 건조 기후에 적응한 결과 매우 수분함량이 낮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똥에 적응한 호주의 오리지널 똥딱정벌레에게 소의 설사와도 갖은 똥은 처치불능이었다. 

 소의 똥양은 생각보다 엄청나서 고작 5마리가 연간 1에이커의 토지를 오염시켰고, 매년 소똥으로 인해 2000km2 의 목초지가 오염되었다. 이 때문에 호주정보는 조심스레 구대륙의 똥딱정벌레의 도입을 시작했고, 오늘날엔 성공적으로 도입종의 54%생존하여 정착하였다. 이들은 4가지 역할을 하였는데 소똥을 제거하였고, 영양분을 순환시켜 풀의 성장을 도왔고, 이는 자연스레 소와 우유의 생산을 증가시켰다. 또한 소가 자신의 변을 다시 먹을 경우 기생충에 재감염되는데 똥을 처리하여 이를 줄이고, 똥을 매개로 번식하는 덤불파리의 개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책은 똥을 통한 공진화를 다루고 있으며 매우 흥미로웠다. 책의 뒤 100쪽 정도는 여러 동물의 똥의 모양과 특징, 그리고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도감이 수록되어 있어 볼거리 역시 많다. 주로 초식동물의 똥에 대하여 다루었는데 육식동물의 똥을 매개로 살아가는 생태계 역시 다루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책의 원제는 'call of nature'인데 아무 생각없이 직역하면 자연의 부름이다. 도무지 한국제목과 연상이 안이루어져 찾아보니 call of nature는 똥이 마렵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영어로 I answer the call of nature 라고 말하면 화장실 가고 싶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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