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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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정부나 사회단체, 기업을 개혁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집단의 리더를 교체하는 것이다. 물론 그 집단의 수장은 중요하다. 인사권과 방향의 제시,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조직에 손을 대야 한다. 리더가 훌륭해도 조직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직이 아닌 리더만 손을 대는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많은 손실을 입어왔다. 참여정부 시절 올바른 리더가 있음에도 사회의 기득권층과 공무원 조직에 손을 대지 못해 동력을 빠르게 잃었다. 지금의 정부 역시 이전의 실패경험으로 전보다 나은 대응을 하고 있지만 따라주지 못하는 조직문제로 여전히 홍역을 겪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실패역시 마찬가지다. 그 정부는 리더가 가장큰 문제를 갖고 있었지만 조직들이 본연의 목적에 맞게 기능하고 저항했다면 그리 참담하게 나라가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책 '초격차'는 삼성전자의 회장직까지 올랐으며 기업을 최고수준에 올려놓은 권오현 회장이 쓴 책이다. 삼성은 일본의 전자기업들도 부러워할정도로 이익규모가 막강하지만 정치권과의 유착과 불법적 상속문제, 그리고 반도체 공장내에서 발생한 백혈병 피해자들 문제, 노조 탄압문제등 사회적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다. 이로 인해 책이 삼성의 치부를 덮고 삼성에 대한 자화자찬이 가득한게 아닌가라는 불안한 시선을 갖고 있었지만  읽어보면서 그런 문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삼성이 이와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하더라도 한때 최빈국이었던 나라에서 등장한 가장 현대적 기업인 만큼 그 성장과정에서 조직을 다루는데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에 관한 책이다.

 나름 책을 세부분으로 나누어보면 리더와 조직, 그리고 인재에 관한 문제가 될 것 같다.

 

1. 리더

 리더들은 그 조직내에서 차근차근 성장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곳에 있다가 그 조직을 맡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 리더들은 자신이 모르는 과거는 덮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개다. 문제는 이 경우 대개 실패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리더가 오기전에도 여러 문제나 성공요인등 다양한 역사성을 갖고 있으며 조직원들은 새 리더가 이문제를 다루어주거나 성공적인 부분은 계승하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리더가 함부러 새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 큰 반감을 사는 것이며 과거의 문제를 덮는 것은 절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경우 조직은 필패한다.

 저자는 리더의 조건으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의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또한 리더는 예측되는 변화든 예측하지 못하는 변화이든 그것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적어도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에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이면 역시 조직은 필패한다.

 간혹 뛰어난 리더가 조직의 하위를 믿지 못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다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리더는 뇌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의 뇌는 각 부위가 움직이는 시스템만 구축할 뿐 실제로 신체작용은 각 부서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알아서한다. 뇌는 문제가 생겼을 때만 이를 인식하고 통제한다. 마찬가지로 리더를 하위부서에 강한 자율성을 주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2. 조직

 처음듣는 용어인데 저자는 사일로란 말을 사용한다. 사일로란 비유적 표현으로 각 조직 부서가 회사의 이익과 발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잊고 완전히 각개로 독립적이면서도 배타적으로 자리잡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공통의 영역에 대해서 해결의지가 없고 문제가 되면 떠넘기가 바쁠 뿐이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감히 각 사일로의 장들을 교차배치시켰다. 하루아침에 서로의 부서가 바뀐 부서장들은 교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자신의 새로운 조직을 전혀 모르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각 사일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공통의 영역이 생성되며 문제해결을 위한 의사소통도 활발해진다. 조직이 다시 본연의 목적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조직에 있어서 회의문화도 지적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회의 문화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라고 말한다. 회의가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자리나 실적보고서나 업무현황보고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의를 앞두고 그 회의를 대비하기 위한 회의가 생겨나게 되며 회의에서의 업무보고와 자기 방어를 위해 자료를 준비하면서 정작 본연의 업무는 소홀해진다.

 저자는 회의의 본연의 목적인 멘토링이라고 말하며 회의의 3원칙을 제시한다. 회의시간엔 지시가 없어야 하며 질문을 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하지 않는다.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여 약속시간에 반드시 끝낸다.

 

3. 인재

 저자는 리더의 조건과 비슷하게 가장 훌륭한 인재로는 세상의 변화흐름을 감지하고 이에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직원이 되기보다는 대부분 창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차선인 변화에 잘 적응하고자 하는 존재를 우수 인재로 생각하며 이들을 영입하는 것이 기업에 중요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가장 훌륭한 인재로는 다소 모자란 만큼 이들의 양성이 기업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의 양성엔 역시 리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더들은 높은 연봉과 조건에 만족하며 자신의 조직이 누리고 있는 최전성기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으로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최전성기를 일구었어도 반드시 자신 이후를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한 조직이 리더의 퇴진이후 위기에 봉착한다면 그 리더는 이런 후진 양성을 소홀히한 무능한 사람이다.

 신입사원들을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마치 당장 최고경영자가 될 것처럼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하지만 이는 먼미래의 경우이며 당장의 신입사원에게 중요한 것은 전공지식이다. 때문에 이에 방점을 둘 것을 권유하며 인문학이나 경영학등의 소양은 중간관리자 이후 쌓아도 무방하다고 본다.

 인재와 관련해서 승진도 중요하다. 저자는 의외로 승진과 실적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적이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적은 단지 경기가 좋아서 잘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전임자의 후광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실적에 따라 마구잡이로 승진을 시킬 경우 향후 리더로서 부적했던게 판정나 곤혼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실적은 승진이 아닌 돈으로 보상하되 직원의 잠재력을 보고 승진을 시키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은 초격차고 삼성이 배경이지만 막상 삼성과 초격차에 대한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보다보면 그냥 조직에 관한 책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초격차를 다룬 한 부분에서 초격차는 단순한 차이라기 보다는 '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이 비교 불가능한 절대적 기술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리고 그에 맞는 격을 갖출때 초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초격차는 기술뿐만 아니라 조직, 시스템, 공정성, 인재배치, 문화등 다방면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인재와 조직에 대한시사점을 주는 재미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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