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
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피부를 가진 상당수의 동물은 표피에 무언가 있기 마련이다. 어류와 파충류에게는 비늘이 있고, 새에게는 깃털이 포유류에게는 털이 있다. 양서류나 달팽이 같은 연체류 등 뭔가 없는 녀석들도 점액질로 피부를  보호한다. 인간은 동물중에서 머리 털과 중요 부위를 제외하고는 마치 털이 없는 것처럼 보이곤 하는데 잘 안보이게끔 가늘게 퇴화해서 그렇지 아직 인간 역시 털복숭이를 벗어나질 못했다. 책에 나오는 것처럼 인간 역시 다른 동물들 처럼 위기상황이나 공포를 느낄때 털을 쭈뼛 세운다. 사실상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아 아무효과가 없음에도 이런 기제가 남아있는 건 인간이 아직까지  털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책 헤어는 이런 털의 과학적 기원과 역할, 그리고 사회문화적 측면까지 그야말로 털에 대한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1. 털의 기원 

우선 털의 기원. 털이 생기기 위해서는 피부 다층구조가 필요하다. 때문에 무척추동물은 피부가 단층구조라 털이 생길 수 없다. 생명체에 척추가 생겨나며 몸의 단일 세포층에서 다층구조로 변모하는데 털이 생겨나는 기본전제가 확립된 셈이다.

 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며 생명체는 물과는 다르게 건조한 대기,  태양의 전자기 복사, 산소 중독, 물리적 충격, 극단적 기온 변화를 견뎌야 했다. 때문에 피부는 물과는 다르게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수분장벽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털의 기원에는 3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비늘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며 둘째는 털인 모간이 분비기관에서 진화했다는 설이다. 모든 모낭에는 피지선이 있고, 모간의 큐티클 구조 역시 지방질을 피부표면으로 배출하기 위한 구조라는 점, 그리고 고대동물은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이런 역할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은 털이 어류와 양서류의 감각기관에서 발전했다는 설로 실제 물고기들에 이런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역시 그럴 듯 하다.

 

이처럼 책 헤어는 얇지만 털에 대한 종합서적이다. 나와 동물이 갖고 있는 털에 보다 관심을 갖기 좋은 책이다.

 

2. 털의 역할과 인간

다음은 털의 역할이다. 우선은 감각작용이다. 털은 피부위로 솟아난 일종의 안테나 같아 감각을 크게 도운다. 털이 있는 상태에서 동물은 해충의 침입을 훨씬더 잘 감지한다. 그리고 털은 보온효과가 있다. 인간에겐 많이 상실된 능력이나 과거 포유류는 털의 보온효과로 인해 밤에도 활동하여 냉혈동물과 시간차를 낼수있었다. 털은 열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전도율이 크게 낮아 납의 고작 80만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추위를 느끼면 털이 솟아 두터운 보온층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런 보온효과에 부작용도 있으니 바로 열배출이 용이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털에 둘러쌓인 다른 동물들은 여름철 열배출에 상당한 곤욕을 겪는다. 기껏하는 것이 혀를 내밀거나 털이 작은 부위로 열을 간신히 배출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들에게 장거리 운동과 뜨거운 볕에서의 운동을 금물이며 열대지방에서 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털을 없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큰뇌와 관련한 가설이 설득력이 있다. 뇌조직은 열에 매우 민감한데 42도만 되어도 조직이 괴사한다. 인간이 털을 버리고 두뇌를 키울수 있었으며 더불어 열대지방으로도 마음껏 진출할수 있었다. 털의 상실은 사회성의 발달도 촉진했다. 유인원의 경우 어린 유인원이 어미의 털을 잡아 버텨 어미가 양손이 자유로운 반면 인간은 털이 없어 새끼를 안아야해 두팔이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이지점에서 인간 어미는 다른 개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이것이 사회성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 털이 성장과 퇴화

털은 4단계의 주기를 갖는다. 성장기-퇴화기-휴지기-탈락기가 그것이다.

성장기에 모낭이 새로운 모간을 형성하는 시기다. 성장기에 모낭은 피부 깊숙히 파고들어 가장 안쪽의 세포들이 맹렬히 분열한다. 새로운 세포가 한달에 1cm정도씩 자라서 올라오는데 이러면서 털이자란다. 털의 길이는 이 성장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머리털은 성장기가 6-7년에 달하는 반면 눈썹은 한달에 불과하다. 그래서 눈썹이 짧은 것이다.

 모간이 이처럼 주기적 교체를 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모간의 마모, 더러워진 모간의 해충과 먼지제거, 모간의 교체를 통한 주변환경변화로의 적응이다.

 이에외도 모간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임산부의 경우 태아로 인해 모낭성장인자 호르몬이 많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모낭의 성장기는 길어지고 탈락기는 지연되는데 아이를 출산하면서 탈락기가 한꺼번에 오게 된다. 출산후 머리가 한움큼씩 동시에 빠지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4. 털과 문화

털은 많은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지닌다. 털은 비문명이자 야만을 의미하기도 했고, 반면 삭발은 비인간화와 정복을 표시하기도 한다.  처형전의 죄수를 삭발하거나 수인을 삭발하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털은 대개 건강이나 힘 성적매력과 관련지어지는데 이로 인해 탈모는 좋지 못하게 받아들여지며 질병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젊고 건강한 머리는 성적 순종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머리를 길러 남자를 기다리는 라푼젤이 이런 이미지를 투영한 대표예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과장된 머리 스타일이 지위 권력 부를 상징한다. 이는 가발이나 머리는 준비하는데 많은 재력이 소요되고 헤어스타일의 치장에도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전들의 가채를 보라] 중세유럽에서는 머리가 풍성할수록 정치적 지위와 권력이 강하다고 생각되어 가발이 유행했다.

 한편 과거 털의 손질은 의료와 동일시되기도 했다. 1215년 라테란 공의회에서 성직자의 수술이 금지된 이래로 이발사는 의사로서 활동해왔다. 양자는 구분이 되기도 했지만 엄격하지 않았으며 1745년에서야 확실히 분리된다. 지금 이발소의 간판에는 의료행위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과거 이발소에는 큰 기둥이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묶고 시술하는 기둥이었는데 처치가 끝나면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이 기둥에 흰 붕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차차 동맥혈의 붉은 색과 정맥혈의 푸른색 흰 붕대가 결합하여 지금의 광고기둥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이발소가 흑인과 관련이 깊다. 미국백인들은 흑인 노예에게 자신들의 치장을 맡겼는데 그중 솜씨 좋은 이들을 이용하여 주인들이 이발소를 차리기 시작한다. 몇몇 대담한 흑인은 이를 통해 주인으로 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이발소를 차리고 가족까지 해방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흑인 이발소의 손님은 당연히 백인이고 흑인은 이용이 불가했으며 이는 19세기 말에서야 풀린다. 흑인 이발소의 손님들은 이발을 기다리며 다양한 종류의 노래를 부르고 새로운 음악의 탄생에 기여했다.

 20세기 질레트가 안전면도기를 개발하며 남자와 여자 모두 집에서 면도를 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이발소는 많은 고객을 잃게 된다. 지금은 미장원이 많고 머리의 치장이 다소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17세기 까지만 해도 남성이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머리를 만지는 것이 금기시되어 여성용 미장원은 나중에야 등장한다.

 

5.큐티클과 헤어스타일

모간에는 큐티클이 있는데 모든 동물의 큐티클 방향은 뿌리에서 바깥쪽을 향한다. 큐티클은 살짝 벌어져 튀어나온 것으로 실제로 자신으 모발을 뿌리에서 바깥쪽으로 쓰다듬으면 부드러우나 반대방향일 경우 매우 저항이 심하다. 이런 큐티클로 인해 머리카락을 서로를 엉키게 되며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런 원리로 양모를 이용한 펠트천이 탄생한다.

 모간의 단백질은 케라틴 단백질인데 모발은 85%-90%가 단백질이다.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동물은 케라틴을 소화하지 못한다. 케라틴 단백질의 성질을 이용하여 우리는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한데 우선 케라틴 단백질의 약한 수소결합을 끊는 방법이다. 수소결합은 물에 젖으면 쉽게 끊어진후 다시 형성되므로 머리를 물어 젖게 한후 말리며 헤어스타일을 바꿀수 있다. 하지만 다시 젖으면 바꾼 형태로 변형되므로 매우 일시적이다. 우리가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어와 빗질로 헤어를 만들 수 있는게 이런 원리다.

 보다 영구적인 방식은 황결합을 끊는 것이다. 이 결합은 강고하며 물에 젖어도 상관이 없어 영구적 변화가 가능하다. 물론 모간이 빠지므로 영구성이란 어디까지나 일시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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