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

그녀의 작품을 단 하나도 안 읽었다고 하면 독서인(讀書人)이 아니라고 할까? 뭐. 흉봐도 난 공지영의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은 1人이다.
하지만,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이래저래 주워들은 독서인들의 입소문으로 통해 더욱 그녀의 글과는 멀어졌다.
그녀가 겪었던 80년대의 대학생활은 내 선배들의 그것과 똑같다. 난 그저 그들이 밟은 신념의 뒤에서 그저 아는척하는 정도의 후배였기에 그녀의 글 속에 내포된 페미니즘적인 신념이 어렵기도 하고 피하기도 싶은 그런 마음이 가득했다.
꼴 난 서평을 쓰자는데 왜 이렇게 변명이 길어지나.
한마디로 말하자면 잘 알지도 못하는 공지영 작가라는 말이다.
하지만, 처음 읽는 공지영 작가의 작품으로 내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 깡그리 사라짐을 느낀다.

"와우~이렇게 멋진 삶을 보여주는구나."
"이렇게 소박한 삶을 보여주는구나." 그리고 "나도 그 소박함에 끼어들고 싶게 만드는 구나"를 연발하게 하는 에세이를 소개한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공지영 작가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그곳에 발을 뻗는, 손을 내미는 작가와 지인들의 이야기이다.
지리산이 주는 의미와 문학적 소재에 대해서는 독자들 각각의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책 속 등장인물들이 가진 지리산에 대한 의미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도시의 삶에서 훌쩍 떠나 찾아가는 곳이 지리산이기도 하고, 돈을 벌지 않고 돈을 쓰지 않는 자연 속의 삶을 찾아 지리산으로 들어온 이도 있고, 도시에서 모든 것을 잃고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온 이도 있고, 그저 지리산이 좋아 평생을 지리산 지킴이로 사는 이도 있다.
이들의 사연은 각각이지만, 지리산과 섬진강이 주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이다.

참..., 이상하지.
도시에서의 삶을 즐기다 즐기다 지칠때까지 소진하고 뛰어들고, 상처를 받다가 나이가 들고, 삶의 중간점을 찍을 때면 사람들은 자연을 찾는다. 누가 그러라 하지 않아도 자연을 찾고, 산을 찾고, 새소리를 찾는다.
지리산 행복학교에 있는 이들은 용기 있게 그 선택을 빨리한 이들이다.
돈의 가치를 따지려고 하지 않고, 돈이 주는 편리함을 뒤로하는 용기.
그리고 세상의 빠름과 동떨어져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이들이다.
새소리와 함께 깨어나서 자연이 주는 그대로를 받는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그 넉넉함을 또 다른 도시인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작가는 이런 모습을 책을 통해서, 글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도시의 편리함이 아직 우선인 나는 "왜 이런 고생을 일부러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우문현답은 책에 있지만, 도시에 발을 붙이고 사는 나는 그래도 긁어보고 싶다. 그런데 긁혀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자연 속에 사는 이들이 얼마나 강직하고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인지 느끼기 때문일까?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여사, 버들치 시인의 친구 최도사, 아직도 노총각으로 남아 있는 목수, 소풍 주인, 강병규 사진가, 섬진강변 옷가게 여사장님, 강남좌파, 그들 주변의 사람들, 그들을 찾는 도시의 사람들, 이들에게는 도시인이 갖기 두려워하는 순수함을 갖고 있고, 그것을 충분히 즐기는 그런 사람들이다.
때론 시골 촌놈들이 서울에 상경해서 눈만 멀뚱대는 것 같은 사건도 벌어지고, 때론 모든 것을 깨우친 듯 편안함을 전해주는 일상을 보여준다. 때론 시골에 살면서도 문명을 비켜갈 수 없기에 겪어야 하는 에피소드도 있어, 웃음을 갖게 해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자연과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나 역시 언젠가는 소박한 시골의 삶을 꿈꾸고 있지만(아직 꿈만 꾸고 있다) 도시의 편리나 이익을 두고 변명하고 있는 나에게 참 소박하게 다가오는 에세이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감을 잡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정말 멋지게, 편하게, 두려움 없이, 그리고 행복함을 느끼는 삶에 대해서는 등장인물 하나하나 개성에 맞게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독자들의 재미이기 때문에 절대로~!! 말해주고 싶지 않다..ㅎㅎㅎ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그립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만 산 내가 자연이 그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리산을 둘러보든, 섬진강에 발을 담그던, 그건 독자들의 계획이겠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함, 물질로 풍족하지 않아도 가슴만으로 풍족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 넉넉함을 꼭~함께 가져갔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