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자연과 한적한 정취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옛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처럼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에겐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처럼 흙과 함께 숨 쉬는 유명한 길, 발로 걷는 여행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빠른 현대의 시간에 질려버린 내면에 갖고 있던 느림의 철학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지 않을까?

흙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의 자연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흙과 함께, 자연과 함께, 그리고 더불어 시간과 함께 여행하는 길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스페인의 유명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긴 여정과 함께 하는 소박함과 길 위에 남겨진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깊은 정서를 전해주는 여행서인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바로 그 책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작가의 눈을 따라, 발을 따라 함께 걸어본다.

 

세스 노터봄은 어떤 작가인가.

그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로 노벨상 후보에 자주 거론되어 온 소설가이며 시인이다. 에세이와 희곡, 평론, 샹송 작사와 번역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글을 두러 써 온 노터봄이지만 무엇보다 여행기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소설보다는 여행기를 더 많이 내는 작가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여행지의 유명한 장소보다는 남들이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시간의 여행지, 격동의 역사를 가진, 세상의 본질을 안고 있는 그런 곳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를 향한 호평에도 정작 나는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은 사실 부담스럽다.

유명한 순례길의 소소한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다. 또한, 좁은 식견으로 판단되는 종교적 색을 담은 책이 아닐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독서를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와 문학에 대한 우둔함이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장면마다 만나는 산티아고의 숨은 아름다움과 그들이 가진 오랜 역사의 진함을 느끼면서 책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근차근 읽게 한다. 기존에 보던 여행서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중세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꾼과 함께하는 것 같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서라는 장르로 구분하기에는 아깝다. 곳곳에 나타나는 재미있는 역사와 미술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티아고를 향한 공간적인 여행과 함께 중세부터 이어져온 시간 여행까지 함께 동반하고 있다. 성 베네딕투스, 바스크 분리주의자, 이사벨라 여왕의 이야기등을 통해 여행길에서 만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에 숨어있는 역사와 전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보여준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한적함을 찾아 숨어있는 샛길로 찾아들어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큰 길을 멀리하고, 시간의 여유만 있는 나그네들이 찾아가는 그런 오솔길, 성곽의 둘레길, 이름없는 마을의 한적한 길을 따라 나선다. 독자들은 마치 우리의 한적한 시골길을 함께 걷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미술이 있고, 건축이 있다. 예술이 있다. 희귀서를 들고 샛길만 찾아다니는 괴짜인 그는 로마네스크 건축과 바로크 미술에 취한 방랑객이란 수식어처럼 오랜 세월 풍파에 견디고 버티어온 건축물과 미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베루엘라 수도원의 십자궁륭 천장과 부르고스 대성당, 알카사르 성을 마치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페인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문외한의 독자들에게는 노터봄이 풀어놓는 스페인의 이야기가 무척 광범위하게 보인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받는 곳으로 유럽인들의 최고 휴양지인 스페인만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오랜 역사와 함께 변화무쌍하던 또다른 역사기행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흑백으로나마 사진과 함께 하고 있어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대인의 요구가 충족되게 컬러판 사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행서라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후딱 읽어버리기에는 아쉽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중세의 스페인을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아하~그때의 아리송하던 문화가 바로 이것이구나..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때문에 역사와 함께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