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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결혼을 결심하였던 이유는, 이 사람에게 나의 미래를 맡길 만하다고 생각해서였다. 둘 다 나이가 들어 결혼해서 그런가 알콩달콩의 사랑의 맛보다는 서로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결혼 16년 차. 어느새 벌써 10년이 지나고 6년을 더 보탠 세월을 한 남자와 때론 알콩달콩, 때론 으르렁대는 견원지간으로 살아왔다. 얼마 전 아는 동생의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한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이란 약속 아래 평생을 서로 엮어가는 출발이 참 기특하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결혼이라는 것이 참 아름답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지 않고 늘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그것만이 중요하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나란 생각만 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약속의 의식을 치르고 그 뒤에 따라오는 책임과 의무 때문에 참 많이도 갈등하고 싸우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결혼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둘이 있으면 귀찮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남자와 여자라는 이름에서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고 선택을 한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스님의 주례사』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모든 부부에게 결혼에 대해 콕콕 집어 말해주는 속시원한 에세이다.

결혼과는 상관없이 홀로의 몸으로 수행 정진을 하셔야 할 스님이 주례사를 말씀하신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엮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결혼이라는 단순함보다는 그 깊이 있는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륜 스님은 법문보다는 생태 환경 운동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아이의 담임이 전해준 정토회 소식지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다 같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정토회의 활동을 알게 되면서 수행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중생의 삶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런 법륜 스님이 사람과 사람의 인연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바로 『스님의 주례사』이다.

불교에서는 인간관계의 인연을 겁 (劫)에 비유하여 말한다. 겁이란 1000년에 한 번 떨어지는 물방울이 사방 1유순(약15Km)의 바위를 뚫는 시간, 또는 사방 1유순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서 백 년에 한 번씩 겨자씨를 강물에 빠뜨려 그 겨자씨를 다 비워낼 시간....즉,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랜 시간을 말한다.

부부가 되려면 8000번의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이는 하늘이 내려주시는 인연이고 운명이다.

법륜 스님은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연에는 많은 인과가 따른다. 인연에는 책임과 의무가 당연히 따름을 말한다.

 

나에게 가장 맞는 최고의 인연은 어디에 있는가? 최고의 사람,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따로 있지 않다. 콩깍지가 씌워져서 키가 작아도 귀여워 보이고, 머리가 벗겨져도 연륜이 있어 보이고, 뚱뚱하다 해도 그저 복스럽게 보이고, 옷맵시가 없어도 그저 수수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최고의 인연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나의 시선, 나의 마음에 따른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인생은 그리고 결혼은 이어지게 되어 있다. '비록 아쉬운 생활이지만 그래도 난 행복해.' '건강한 내 남편 또는 아내 때문에 걱정없어.' '토끼 같은 아이들 때문에 살 맛이 나.'라고 하는 이들은 행복한 결혼을 이어가는 부부가 있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매일 술 먹고 들어오는 남편이 꼴보기 싫고, 매일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눈돌리는가에만 신경 쓰이고, 공부 안 하고 외모에만 신경 쓰는 아이들이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이들은 결혼 생활 자체가 괴로움일 수밖에 없다.

부부의 연을 끊는 이들도 무척 많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고 아껴주겠노라 만인의 앞에서 약속했건만 나의 욕심을 채우지 못한 이유로 서로 비방하고 미워하고 헤어지는 일이 많다.

 

결혼하는 이들은 용감하다는 말이 맞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서로 반반씩 섞어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사람에 대헤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용감하다. 용감해야 한다.

처음부터 삐걱대지 않고 순탄하게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지고 또 다져야 하는 것이 바로 결혼생활이다. 법륜스님이 들려주는 말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으려고 해야 하는지, 부부로 살아가면서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보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수한 이야기이다.

 

『스님의 주례사』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남녀에게 들려주는 축복 같은 진언이기도 하지만, 결혼생활을 꾸려오고 있는 많은 부부가 배우자에 대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진함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진언이기도 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나의 자녀, 나의 가정, 그리고 나를 위한 행복함임을 전해주고 싶다.

얼마 전 예쁜 아이를 낳은 나의 올케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려고 한다. 또 얼마 전 신혼부부의 대열에 동참하는 지인에게도 이 책을 선물하려고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오래오래 함께 늙어가는 그런 부부의 모습을 만들어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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