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하인드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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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작가의 장편소설 더 비하인드를 읽었다. 주인공인 오 과장은 익명 직장인 어플 비하인드에 자신의 소확횡,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을 알게 된다. 우유 사 오라는 아내의 말에 사내 카페테리아에 비치된 우유 한 통을 들고 간 것이다. 이 사소한 일은 오 과장에게 지옥 같은 사건을 겪게 만든다.

 

일단 제일 먼저 조금 뜨끔했다. 나 역시 직장에서 개인적인 일로 인쇄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리자에게 들켰다면 한 소리 듣고 넘어갈 일이다. 만약 오 과장이 자신이 그랬다고 바로 밝히고 사과했더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정이 겹쳐 그는 다른 선택을 했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폭탄을 맞이한다.

 

지금껏 읽어보지 못한 소재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비하인드라는 어플은 블라인드와 흡사해 보인다. 실제로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재밌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는 친구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궁금해졌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무기로 내세워 현실에서 내뱉지 못할 말을 쏟아내는 그 악마들은 우리 옆에 평범하게 존재한다.

 

소설을 읽으며 살인 같은 범죄가 없는데도 웬만한 스릴러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게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책이 아닐까. 평범한 직장에서 갑자기 자신에 대한 저격 글이 올라오고 협박받는 상황을 실제로 겪으면 나 역시 못 견딜 것 같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한 편 더 알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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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서가명강 시리즈 30
신종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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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 YouTube

서가명강의 30번째 시리즈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를 읽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로 예전에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와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을 재밌게 읽었었다. 이번 책은 유퀴즈에도 출연한 신종호 교수가 집필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감정을 참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해도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화를 낼 때가 많았다. 그리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래서 감정에 관해 알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혼동하던 단어의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감정’은 일반적인 느낌 상태이고, ‘정서’는 일시적으로 유발되는 심리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서 지능이 필요하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서를 조절해야 한다.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은 사전과 사후로 나누어져 있다. 이 방법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실용적이어서 좋았다. 또한 감정을 무조건 참는 것이 좋지 않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참고 억누르다 보면 결국 터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감정을 계속 참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감정 때문에 우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짐승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감정에 대한 여러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내 모습이 180도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성숙한 감정 표출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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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세계 - 2030 교사가 들려주는 슬기로운 교직생활
김자영 외 지음 / 리더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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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사노동조합에서 기획한 에세이 《교사라는 세계》를 읽었다. 네 명의 2030 교사가 교직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교사가 쓴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읽은 것 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고 재밌게 보았다. 젊은 교사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썼다는 점이 장점이 된 것 같다.


삐딱한 사람이라 그런지 마음을 다한 끝에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이야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세이니까 그런 내용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담백한 이야기가 더 공감되고 재미있었다. 학교 밖에서도 교사이길 강요하는 시선을 꼬집거나 자신이 직접 활용한 학급 경영 방법이 와닿았다.


걸핏하면 이루어지는 아동 학대 소송부터 각종 교권 침해 등 요새 교직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교직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한 번 더 키워봤다. 누구나 학창 시절이 있었기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교사 역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떠올렸다. 교사는 수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학교에 처음 발령받을 때 동기가 보건 선생님밖에 없어 친하게 지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보건실에 가서 서로 의지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래도 보건 교사의 일을 잘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 책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유일하게 보건 교사면서 담임 교사이기도 한 작가의 일상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에 걸려서 며칠 병가를 썼다. 일을 안 하고 쉬니 너무 좋을 줄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아이들이 조금 보고 싶었다. (가면 바로 후회) 다른 리뷰에도 썼던 것 같은데 화는 줄이고 사랑을 늘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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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귀 문구 상상초과
소향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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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향 작가의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읽었다. 얼마 전에 인상적으로 읽은 《올해 1학년 3반은 달랐다》에 참여한 작가라 신간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주인공 ‘단비’는 아빠가 부업으로 시작한 무인 문구점을 잠시 맡게 된다. 학창 시절 친구와 귀여운 문구 세트 대결을 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루의 공부 일정을 마치고 영수증 용지 교체, 쓰레기통 비우기, 진열대 정리 등 문구점 일을 하던 단비는 오래된 화구 통을 발견하고 거기 적힌 ‘허현’이라는 이름을 읽는다. 그리고 마법처럼 허현이 진짜로 등장했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러 100일 동안 문구점에 머무르게 된 현이를 단비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쓰기로 했다.


하는 행동은 조선 시대에 입맛은 편의점 라면인 현의 이야기는 웃음을 주고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에도 침착하게 현이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부리는 단비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둘의 기묘한 파트너 설정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단비와 현의 이야기 모두 재밌었기 때문이다. 단비는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나간다. 공부는 물론이고 집안일까지 신경 쓸 정도로 똑부러지는 그녀가 대견스럽고 안쓰러웠다. 우주나 아버지와의 관계도 작가의 세심한 시선이 더해져 좋았다. 이 세상에 드라마처럼 악역의 얼굴만 가진 사람은 없다는 걸 잘 보여준 것 같다. 현이의 사연 역시 인상적이었다. 재능이 없는 사람과 재능이 있음에도 그것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 그려냈다.


후반부에 왜 단비가 현이를 처음 발견했는지에 관한 장면도 좋았다. 서로 홈이 맞는 사람들, 기대 쉴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도 있을까 궁금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아픔만 지울 수는 없나요? 아픔과 기억은 꼭 함께여야 하나요?”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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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 - 수명을 먹는 나의 수호신 YA! 15
명소정 지음, 리페 그림 / 이지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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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정 작가의 장편소설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2》를 읽었다. 2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이다. 전작에서는 이야기를 먹는 괴물 ‘혜성’이 ‘세월’과 고민 상담부를 운영하는 내용이었다. 작가는 기존 인물의 후일담과 새로운 서사 중 고민했다고 한다. 작가의 결정은 ‘영명’과 ‘성단’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것이다.


1편에서 이야기를 먹는 괴물이 나왔다면, 이번 2편에서는 수명을 먹는 괴물 ‘영명’이 등장한다. 학교에서 뛰어내리려던 ‘성단’을 찾아낸 영명은 죽어야 하는 타당한 이유와 함께 그에 서명할 사람을 찾으면 그의 수명을 먹고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준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잊히고 싶었던 그는 동의한다.


이번 작품이 여러 인물의 고민을 다루기보다 성단에 초점을 맞춘 것이 흥미로웠다. 성단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매사에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 약한 마음에 공감되기도 했다.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까 봐, 내가 존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일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이 안타까웠다.


고민했단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1편처럼 이번 작품 역시 과격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고 싶은 이에게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떠올리고 곱씹어보는 행동이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살 가치를 깨달을 기회가 될 것도 같다.


이 책을 시리즈로 이어간다면 또 어떤 것을 먹는 괴물이 나올 수 있을까. ‘악의’를 먹어치우는 괴물이 있으면 내 속에 있는 모든 나쁜 마음을 다 먹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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