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생과 미래를 체험하면서 독자 역시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꿀벌의 예언

[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을 읽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은 읽기 전에는 방대한 분량과 깊은 세계관 때문에 망설이게 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항상 후회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 작품 역시 두 권 분량의 두꺼운 책인데도 끝까지 커다란 흥미를 안겨주었다.

전작 《기억》의 주인공 ‘르네’가 다시 등장하여 극을 이끌어간다. 눈을 감고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나의 전생을 체험할 수 있는 설정은 다시 보아도 참 흥미롭다. 실제로 가능할까 싶어서 따라하게 될 정도다. 이번에는 미래까지 볼 수 있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도전은 신비한 경험과 동시에 큰 위기를 가져온다. 르네 개인적으로도 파산 위기를 겪고, 미래에 인류가 멸종한다는 끔찍한 소식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꿀벌 때문이다. 꿀벌이 줄어들면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인류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에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라 신기했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과거에 집필된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이 필요하고, 그 책을 찾기 위해 르네와 그의 스승 ‘알렉상드르’, 알렉상드르의 딸 ‘멜리사’는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예언서를 쓴 인물이 그들의 전생과 연관이 있었고 소설은 엄청난 예언서 모험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인물이 끊임없이 전생 체험을 하기에 마치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진행되는 느낌이 드는데, 과거에서 힌트를 얻어 현재에서 도움을 받고, 현재에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과거에 힌트를 주는 방식이 무척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력은 마르지 않는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본 적 없는 이야기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
테스 샤프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6월

테스 장편소설 《완벽한 딸들의 완벽한 범죄》를 읽었다. 주인공 ‘노라’는 친구들과 은행에 방문했다가 강도를 만난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라는 자신의 다른 모습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강도가 들이닥친 은행의 급박한 상황을 다루는 동시에 노라의 과거를 꺼내 보여준다. 덕분에 긴장과 이완이 이어지며 이야기의 흥미는 높아진다. 노라는 남들과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녀의 엄마는 노라를 보살펴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사기칠 때 필요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노라는 자신이 정체성도 확립하지 못한 채 엄마의 지시에 따라 성격도 이름도 달라지는 생활을 했다.

상당히 소재를 잘 고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자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했던 일들이 결국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데 사용되고 그 과정이 굉장히 스릴 넘치게 그려진다. 이 작품은 은행에 강도가 들어오고 지혜를 모아 멋지게 악당을 무찌르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처절하고 힘겨운 싸움이 높은 긴장감을 가득 주는 작품이다.

은행에 같이 갇힌 아이리스와 웨스 역시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았다. 은행 안에서는 두 명이 스릴을 높이고, 과거 이야기에서는 노라의 언니가 매력을 담당한다. 탄탄한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가 이 소설 안에 있다.

표지에 의하면 <기묘한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연을 맡아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상당히 잘 어울리는 캐스팅인 것 같다. 얼른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나도라키의 머리

나도라키의 머리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집 《나도라키의 머리》를 읽었다. 데뷔작 《보기왕이 온다》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벌써 몇 편이나 섬뜩하고 재밌는 소설로 눈을 즐겁게 해왔다. 이번 작품은 히가 자매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나도라키의 머리》는 히가 자매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각각 매우 다르다. 앞선 작품들이 호러 분위기 위주였던 것을 생각하면 더 반갑기도 한데, 호러보다 이야기와 반전에 더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서운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작품도 있는 반면, 슬픔과 감동을 담은 이야기도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작품에 전반적으로 깔린 호러 분위기는 역시나 훌륭하다. 5층 사무실에만 가면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 학교 체육관에 나오는 귀신 등 그 경위를 알기 전까지는 모든 이야기가 섬뜩해서 좋았다. [술자리 잡담] 같은 신선한 방식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갈수록 날이 선 폭로와 공격에 이어지는 반전까지 모든 부분이 재미있었다.

‘장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전문성을 쌓아 온 사람들의 시작 단계는 어땠을까. [학교는 죽음의 냄새]에서 히가 자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출간되지 않은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이 아직 여러 권 남아있다. 얼른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100자평] 더 비하인드

더 비하인드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스릴러, 신선한 소재로 단숨에 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