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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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용하고 전망이 아름다운 섬생활을 보여주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섬의 생활은 참 보기 좋습니다.. 사는 이들도 얼마 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젊은 이들이 떠나버린 섬이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몇몇 주민들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은 섬의 일상이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이들에게는 정신없이 살아가는 도시의 부석거림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힐링의 장소로 보일만도 하죠, 화면으로만 보여지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프로의 특성상 우린 그런 섬의 모습에 나름의 부러움을 가지게 됩디다.. 현실의 삶에서는 섬주민들은 새벽부터 물질을 나서고 힘겨운 바닷일을 매일같이 해야하지만 이 모든 일상이 외부인에게는 한낱 삶의 체험현장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누군가에게는 일년의 삶을 지탱할 비용이 누군가는 그 한낱 체험으로 벌 수 있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라서 껄적지근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그 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화면의 이미지는 참말로 살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섬은 언제나 외부와는 차단된 삶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얼마전 뉴스에서 심각하게 보도된 적이 있었던 섬마을 선생님에게 가해진 주민들의 집단 성폭행의 흔적을 보더라도 외부에서는 쉽게 알려지지 않는 무서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 그렇다보니 섬에서 전해져오는 수많은 괴담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작은 섬은 잘 모르겠지만 제주도나 거제도와 같은 곳에서도 전설같은 괴담이 상당하죠, 조금 더 넓게 보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괴담적 미신의 형태는 아주 다양합니다.. 제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체 이야기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섬이라는 갇혀진 공간에서 벌어지는 외떨어진 삶의 형태는 이러한 미신적 형태와 징크스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바다라는 거대한 신적 존재 앞에 놓인 인간이라면 더 하겠죠, 그래서 바다를 상대로 한 수많은 미신과 제물적 형태의 무속신앙이 발생하는 것일겁니다.. 이런 한국적 미스터리 괴감의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이 이번에 읽었던 신시은 작가의 "해무도"입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바다안개의 하얀 공간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의 두려움이란 감히 어설픈 말재간으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그리고 모든 것이 차가운 눈내리는 섬의 밀폐된 공간속이라면 더더욱 무서운 것일테구요, 이런 곳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살인사건을 이 작품에서 만나게 됩니다..


    3. 바다 안개가 자욱한 해무의 섬, 해무도에서 해무가 끼던 날 원한이 가득한 영산의 귀신 할매가 내려와 안개속으로 사람을 끌고 가버립니다.. 그렇게 20년 전 두명의 남자가 죽음을 당하고 한명의 여자아이가 해무속으로 사라져버리죠, 그시절 자신의 은사였던 정교사를 방문했던 연치수는 그 사건을 마주하게 되었죠,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 해무도에서 살고 있던 정교수가 사망하고 치수는 다시금 정교수가 살던 해무도를 찾게 됩니다.. 정교수의 두 딸 주경과 주연은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러던 중 정교수의 머리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괴담으로 내려오던 섬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섬으로 돌아오고 섬에서 장레를 치러는 줄 알았던 치수는 밤 늦게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던 중 과거 만났던 김선장을 만나 정교수의 부고를 듣고 섬에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섬의 반대편 정교수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영산을 넘어가기 위해 김선장의 아들을 동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귀기가 어린 영산의 늦은 밤은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하고 산을 넘던 연치수는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됩니다.. 힘겹게 정교수의 한옥에 도착한 이들에게 섬은 빠져나갈 수 없는 폭설과 함께 한옥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연치수와 김선장의 아들은 뒤이어 그들을 찾아온 김선장 일행과 주경자매들과 함께 폭설이 사그러질때까지 한옥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정교수의 방에서 발견된 정교수의 사라진 머리와 함께 이들에게 섬에서 내려오는 백발귀신 노파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는데, 한명씩 살해되기 시작하는 죽음의 공간속에서 이들에게 보여지는 진실은,,,,


    4. 괴담이나 전설의 고항식의 호러적 기담으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은 일본의 장르소설속에서는 제법 많이 보여집니다.. 일본의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시리즈나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같은 경우에 흔한 설정과 구성이기도 하죠, 일본 미스터리를 자주 접한 분들이시라면 신시은 작가의 이번 작품 "해무도"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겝니다.. 물론 시작부터 보여지는 납량특집스러운 호러의 분위기는 이 작품의 전체를 좌지우지한다고 보셔도 무방하지 싶습니다.. 여하튼 이런 감성과 미스터리의 방식으로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상황과 밀페된 공간속에서 이루어지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이죠, 이런 설정과 구성의 방법이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젊은 작가의 입장에서 그려내는 상황의 긴박성과 대화적 문장의 사투리의 설정은 현실감이 드는 반면에 전반적인 구성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도 없지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한정된 공간에 대한 배치와 인물들의 동선에 대해서도 아무리 한옥 대저택이라곤 하지만 시야가 아예 가려진 공간도 아니거니와 인물들의 존재공간과 밀접한 곳에서조차 서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설정은 조금 헐거워 보였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5. 인물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역할이난 구성적 측면의 개성을 어느누구도 살려내지 못한 점과 연치수라는 인물이 탐정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이끌어나가는 극의 구조상 그가 판단하고 찾아내는 단서의 영역도 인물들과의 연계와 함께 허술한 면을 감추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가장 중요한 소설의 흡입력에 있어 인물들이 주는 뚜렷한 매력은 없어서 많이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 전반적인 호러적 감성과 괴담에 기댄 분위기나 폭설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압박감은 상당히 좋아서 읽는 내내 소설이 던져주는 감성적 갑갑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런저런 단서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 진실의 연결적 측면도 후반부의 해결적 측면의 반전과 나름 역할적 분배가 잘 되어서 미스터리의 즐거움이 없진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한국형 괴담미스터리소설로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여즉 국내에서 이런 설정의 작품이 눈에 띄게 드러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향후 작가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네요, 여러가지 허술해보이는 부분이 작가가 전반적으로 그려놓은 감성적 분위기와 미스터리의 설정적 노력에 어느정도 가려지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6. 국내 작가의 작품을 독후감을 적다보면 늘 안타까움이 들곤 합니다.. 어줍잖은 독자가 같잖은 평을 하는 것도 마땅찮으실텐데 국내 장르소설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한정되어 있는 점과 꾸준함을 목적으로 노력하시는 수많은 젊은 작가님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현실적 문학시장의 영역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좁은 상황에서 여러가지 주변 상황으로 인해 어느순간 좌절되는게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지요, 실제 접하게 되는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죠, 신시은 작가의 작품 "해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어설퍼보이고 조금은 허술한 모양새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주는 신선한 매력과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았던 괴담미스터리의 감성적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던 부분이라면 작가의 노력과 장르문학의 안정적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 시장이라면 향후 더 나은 작품으로 충분히 즐거운 독서를 가능케 해주실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의 편견이고 좁은 사견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미래는 그 당사자의 노력과 자질과 능력에 딸려 있다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조금이라도 가능성만 가지고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문학적 토대의 장이 마련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해무도"는 상당히 재미진 작품입니다.. 가독성도 좋구요, 밀실 미스터리와 함께 괴담적 느낌이 다분한 호러적 감성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현실감 넘치는 상황적 대화의 문장도 일반적으로는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가 신진 작가에게서 프로적인 요코미조 세이시를 요구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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