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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네요.. 광복절입니다.. 참 시기가 잘 맞습니다.. 얼마전에 말씀드린바가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기가 잘 맞으면 참 공감이 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대통령님께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시는 상황이나 올림픽에서 멋진(!) 한 축구선수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프랫카드로 인해 동메달 수여가 잠정 취소가 된 상황이나 일왕의 사과 운운하는 현재의 상황들이 우리의 과거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모습이군요..  누군가가 그럽디다.. 우리땅을 우리땅이라하는데 왜 지랄이냐고, 너무 과격하다구요, 괜찮습니다.. 전 편견덩어리니까요.. 남들이 뭐라하건 독도는 우리땅이 확실합니다.. 독도가 그리울땐 독도 사진 꺼내놓고~ 근데 광복을 맞이하고 6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네 인생속에 새겨진 생채기는 전혀 아물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저 역시 이제 갓 40을 넘긴 나이지만 그시대의 아픔을 가진 부모의 모습속에서 또다시 이어지는 유전자마냥 여전히 그들의 행우지가 짜증나고 밉쌀스럽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한참동안은 아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들속에 살아 숨쉬는 우익으로 불리우는 비정상적인 우월주의 사상은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희한하죠,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저나라의 권력자라는 족속들이 하는 짓거리들이 여전히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는 꼬락서니니까 말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만,

 

    윤동주를 아시나요, 모르시는 분들이 아마도 드물지 싶습니다.. 국어 교과서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기억하는것만은 아닐겝니다.. 그가 만들어낸 영혼이 담긴 시어 하나하나를 단순히 교과서라는 틀로 그를 기억하기에는 너무 위대한 분이니까 말이죠.. 많은 시인이 우리들의 삶속에서 우리의 영혼의 양식을 줍니다.. 대다수는 초.중.고에서 많은 시어를 접하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를 기억속에서 끄집어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이나 "서시"를 똑똑한 척 드러낼겁니다.. 그런 윤동주 시인은 광복이 되기 육개월 전인 1945년 2월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그의 나이 삼십세가 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런 윤동주 시인의 마지막 모습을 후쿠오카 형무소라는 배경으로 하나의 픽션을 만들었네요.. 제목은 "별이 스치는 바람"입니다.. 작가님은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등을 집필하신 이정명작가님이시군요.. 역사팩션에 상당한 재미를 보여주시는 작가님이신 듯 합니다.. 앞선 두 작품은 드라마화되어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신 저력이 있으시니 말이죠.. 물론 이 "별이 스치는 바람"이라는 작품 역시 그런 이정명작가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와타나베 유이치라는 일본인이 있습니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간수로서 군생활을 한 어린 친구죠.. 이제 전쟁은 끝나고 와타나베는 전범으로 자신이 간수였고 곳에서 죄인으로 있습니다.. 그런 그의 회고록입니다... 간수 교대를 위해 형무소의 복도를 가로지르던 와타나베는 목 매달린체 살해된 스기야마 도잔을 발견합니다.. 이 스기야마는 백정으로 불리우며 형무소내의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아주 무서운 사람입니다.. 천벌을 받은거죠.. 형무소내에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소장의 지시가 떨어집니다.. 와타나베에게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색출하라는 것이죠.. 또한 그동안 스기야마가 담당했는 검열업무를 인수인계를 받게 됩니다.. 스기야마는 책이라는 것과 문장이라는 것의 지적 능력을 혐오하는 인간이었기에 전쟁중의 불온한 사상이 담긴 문장이나 책들은 무조건 불사르는 무정한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나, 와타나베는 헌책방을 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책을 사랑하고 문장을 짚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이율배반적인 업무를 맡게 되는 것이었죠.. 그리고 스기야마 도잔의 죽음을 밝혀나가는 중 그에 대한 진실에 한발짝 다가서게 됩니다.. 물론 이와 연관된 히라누마 도주라는 인물과 스기야마의 살인과 직접 관계가 있어보이는 최치수라는 인물의 심문을 통해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겁니다.. 그리곤 생각지도 못했던 추리의 결과로 살인자를 파악하게 되죠..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히라누마 도주 즉 윤동주가 드러나는 사건의 서두에 불가합니다.. 과연 이 작품속에서 윤동주와 스기야마의 감춰진 진실과 또한 최치수와 이 사건과 상황을 모두 알아나가는 와타나베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는 직접 함 읽어봐아..

 

    이 작품속의 화자는 조선인이 아닙니다.. 전쟁중의 일본내의 후쿠오카 형무소의 간수인 어린 와타나베 유이치라는 젊은이죠.. 일본인이지만 이 친구 또한 전쟁의 피해자입니다.. 또한 전쟁속에서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수많은 전쟁에 기댄 광적 애국에 빠진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과 후회와 양심의 가책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감성적인 부분에서 가장 윤동주와 닮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서는 무척이나 폭력적이고 편협한 전쟁광처럼 보여지는 한 인물도 등장합니다.. 또한 인류애를 목적으로 죄인으로 분류된 조선인을 의술로서 도움을 주고자하는 잘난 병원 원장도 등장하죠.. 사리사욕에 빠진 형무소 소장도 언제나 단골손님이시죠.. 이런 구성으로 44년 윤동주가 후쿠오카로 오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이 담겨있습니다.. 스기야마와 대면하고 그와 함께 벌어지는 모든 진실이 와타나베를 통해 회고되고 진실의 아픔이 드러나는거죠.. 결국 윤동주는 형기 2년의 수용생활에서 광복까지 채 6개월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습니다.. 이 죽음의 이면에 도사린 전쟁광으로 변한 일본의 권력자들의 악마성도 그대로 드러나죠.. 추리적 묘미가 잘 담긴 팩션소설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좋으네요..

 

    무엇보다 이 작품의 진가는 군데군데 포진한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이죠.. 또한 소설속 문장의 느낌 역시 상당히 감성적 애환을 잘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작픔의 구성과 내용과 더불어 시의적절하게 포함된 감성적 시어들의 조합은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하는 아픔과 삶과 사랑과 애환을 너무나도 잘 나타내고 있는 듯 하더군요.. 아마도 윤동주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우린 압니다, 그가 그시대에 가졌던 아픔과 고통과 눈물을, 하지만 우리의 현재의 삶이 아니기에 공감만 할 뿐인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의도는 무척이나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저에게는 말이죠.. 특히나 광복절 드러누워 67년전의 아픔을 허구적 진실로서 만나는 독자로서 굉장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건 한 나라에 대한 분노나 멸시와 경멸이 아닌 전쟁이라는 악마적 지옥이 만들어내는 아픔에 대한 경각심인거죠.. 아마도 윤동주도 그런 아픔을 이야기하고자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별 하나하나에  삶의 평화를 모두 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죠..

 

    사실 전 문장을 기억하는 독자는 아닙니다.. 전반적인 내용과 재미에 집중하는 어설픈 독자인거죠.. 그런 저에게도 문득 작품속에서 기억나는 한 문장이 있네요.. 비수처럼 꼭 박히는 문장이더군요.. 동주가 와타나베와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이야기를 나눌 시점에서는 둘이 하나와 다름없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와타나베는 들켜버린 모든 책을 불살라버립니다.. 그리고 자책하고 삶의 의미가 없음을 동주에게 말하죠.. 하지만 동주가 말합니다.. 우린 살아남아야된다고.. 전쟁이 끝나고 더러운 세상에 침을 뱉아야된다고..그러자 와타나베는 악마가 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합니다.. 비로서 동주는 말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악마가 되자, 하지만 인간의 심장을 가진 악마가 되자"고 말이죠.. 그렇게 살아남길 원했던 윤동주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차가운 겨울날 원인모를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1945년 2월 16일의 일입니다..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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