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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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2인 딸은 하루하루가 1년 같답니다.. 자신이 살고싶고 원하는 삶이 현실의 학교와 사회적 규제등으로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이죠, 그 친구에겐 여전히 하루가 긴 중2일테지만, 어느듯 50줄에 다가서는 아빠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참말로 세월이 빠르네요, 내 아이의 성장과 모습속에서 시간은 총알보다 빠르게 흘러왔고 그렇게 멀리 쏘아져가는 시간을 보고 삽니다.. 모 카페의 주인장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페이스북을 한번씩 볼때마다 와아, 세월 빠르구나라고 느낍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듯 십년이 일년같이 흘러버렸습니다.. 사실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단지 그 시간을 조금 더 알차고 의미있게 보냈는가라는 의문스러운 후회가 조금씩 들 뿐이죠, 바쁘고 힘겹게 살아왔지만 오롯이 나를 위한, 내 인생의 삶을 살지 못한 안타까움은 있습니다.. 가족의 중심으로서 당연히 가족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살아왔다는 것에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면 될터이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인 욕심에 대한 흘려버린 시간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멈추거나 늦출 수만 있다면 나를 위한 삶도 조금 챙기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어리석은 욕심인거죠,


    2. 하지만 나만 멈출 수 있고 나만 더디게 가는 삶이란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이 정한 시간의 개념을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늘 개개인이 받아들이는 시간의 개념은 상대적이죠, 누군가에게는 더디고 또 누군가에게는 총알같은거니까요, 하지만 이 절대적 개념의 시간의 세상속에서 생각적인 상대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시간의 세상을 거스를 수 있다면, 나에게 더딘 시간의 흐름이 나의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빠르게 흐른다면, 존재의 불멸로 이어지는 시간의 상대성은 나에게 어떤 이상적 삶을 안겨줄까요,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우린 나름의 상대적 가치와 삶의 부족함을 찾게 되지만 나의 시간만 거스른다면 그닥 행복하지 않을 터입니다.. 오롯이 나만의 삶과 나의 인생만 바라본다는 개인적 이기심만으로 점철된 인간이라면 다르겠지만 세상과 가족과 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굳이 시간이 더디게 가는 방법을 원하지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시간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는 모냥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굴레속에서 세상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살아온 아픈 존재가 있는 모냥이구요, 또 모르죠, 우리가 모르는 그런 존재들이 있을 지도, 혹여나 있을 지도 모를 그런 상상적 존재를 중심으로 펼쳐낸 매트 헤이그의  "시간을 멈추는 법"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자주 봐온 소재이기도 합니다..


    3. 1581년 프랑스에서 한 남자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일반적이지 않은 육체를 가지고 태어났죠, 다른 이들보다 성장의 흐름이 특이하게 늦습니다.. 그에게서의 육체적 나이는 타인의 20년이 자신의 1년정도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그에게 시간은 더딜 수 밖에 없죠, 그렇게 그는 400년이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그의 현재 이름은 톰 해저드입니다.. 수백년을 살아온 그에게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우리와 같지 않습니다.. 그에게 400년은 오롯이 기억 그자체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죠, 현실속에서도 과거의 기억이 수시로 떠오르고 그가 살아온 고통의 나날이 현재의 그를 괴롭힙니다.. 유일한 사랑을 했던 로즈와의 기억과 그로 인해 탄생한 자신의 아이 매리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살아가는 톰은 이제 그 시절 로즈를 만났던 영국의 런던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현실은 과거와 부딪힙니다.. 같은 장소, 같은 기억, 하지만 달라진 세상에서 톰은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힘들어합니다.. 그 고통의 근원은 사랑이었죠, 자신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을 사랑한 죄, 그리고 잊지 못하는 고통으로 톰은 현실에서 과거를 걷어낼 수 없습니다.. 로즈를 만나 사랑하던 17세기, 그는 그 시절 세익스피어를 만나고 전염병으로 사랑을 잃고 자신의 아이마저 찾지 못합니다.. 그렇게 수백년을 흘려보낸 지금 그는 과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의 느낌을 외면할 수 있을까요,


    4. 400년 이상 늙어버린 40대의 한 남자의 인생, 어떨까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 위해 살아온 남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수없이 떠돌던 남자, 무엇보다 자신으로 인해 남겨진, 그리고 여전히 찾지못한 자신의 아이를 찾기위해 끊임없이 살아가는 한 남자, 생각만해도 뭔가 짜안하지 않습니까,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린 시간을 소재로 하는 수많은 창의력 넘치는 작품들을 만나봅니다.. 타임루프 소설이나 영화들은 끊임없는 시간에 대한 사회적 모럴의 이면을 접해보곤 하죠, 이 작품도 그닥 다르진 않습니다.. 다만 이 작품은 한 개인의 삶에 점철된 이야기에 주력하고 있죠, 거하게 과학적 상상이나 사회적 딜레마를 포장한 체 독자들에게 어필하진 않습니다.. 단지 한 남자의 삶을 중심으로 그에게 주어진 유한하나 끝없는 시간의 세상이 얼마나 덧없나라는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죠, 그가 살아온 세상의 한편에서 끊임없이 사람과 충돌하고 사회에서 외면되고 현실에서 버림받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사랑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넘진 못하죠, 그래서 그는 세상속에서 숨어버립니다..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영원히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영위한 체 수백년을 살아온 그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를 이 작품은 보여주려고 하는 듯 합니다.. 과연 시간을 거스르고 더디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유혹적인가라는 반문인게죠,


    5.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원치 않았던 삶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도 있는 불멸의 육체를 가진 체 살아가지만 그는 스스로를 불행하다 여기죠, 하지만 죽지 못하고 살 수 밖에 없는 삶의 과제도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죠, 자신과 같은 신체를 가진 체 어딘가에 자신처럼 수백년을 살아가고 있을 아이를 찾는 것이 그의 삶의 단 하나의 명제입니다.. 사랑도 세상도 친구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죠, 불멸의 시간속에서 유일하게 외로운 톰이라는 캐릭터의 이미지는 독자에게 그렇게 다가옵니다.. 또한 그가 그토록 찾으려고 하는 자신의 아이도 그처럼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삶의 절벽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대단한 내용이 없습니다.. 딱히 드라마틱한 삶이나 시간적 스릴감도 없죠, 오히려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펼쳐내는 이야기는 어지럽기 그지 없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시간을 초월한 자의 이야기를 하고자하지만 소설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죠, 또한 인물의 캐릭터와 관련하여 같은 존재들을 드러내는 부분도 그닥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진 못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좋은 이유는 어렵지 않게 한 개인에 대한 사소한 삶의 공감을 시간이라는 테두리내에서 그려낸 것 때문이겠죠,


    6. 흔한 소재와 흔한 설정과 흔한 방법의 드라마틱한 서사로 이루어진 평범한 작품이라는 점은 이 작품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겝니다.. 하지만 그런 흔함속에서 이 작품은 소소한 한 인간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고 복잡하진 않지만 수백년을 살아온 이 인물이 유한하고 짧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보다 딱히 나을게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행복은 판단과 개인적 의도에 따라 달라질겝니다.. 이 작품의 화자인 톰 해저드도 그러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불멸의 욕망을 일궈주는 능력이 자신에게는 평생을 옥죄오는 올가미와 다르지 않은 것이죠, 그의 생각과 그의 삶과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보면 딱히 신비롭고 독창적이진 않지만 독자가 원하고 생각했던 삶의 이유를 되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심리적 공감과 사고적 동조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하지만 소소한 역사의 한부분을 담당했던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은 과거의 남자가 현실속에서 과거에 대한 답을 얻으려고 하는 소소한 이야기지만 느껴지는 부분은 이 남자가 살아온 역사의 순간만큼 대단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은거죠, 개인적으로는 나의 가족과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죽는다는 것이 싫을 뿐이지, 나이가 들고 시간을 먹어가는 것 만큼 배부른 일도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렇다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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